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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할 일의 무게를 느낀다
제9회 방송PD상을 마치고
  • 승인 1997.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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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방송PD상 시상식이 성료(聲了)됐다. 실험정신상에 KBS <일요스페셜-황룡사>와 KBS <당신의 체력은 몇점입니까>, PBC <다시, 문학의 시대를 위하여>가 선정되고 올해의 프로듀서상에는 CBS의 <시사쟈키 오늘과 내일>이 선정됐다. 시상식 당일날 결정된 대상에는 KBS의 <신TV문학관>-‘길 위의 날들’과 CBS의 <제1회 통일가요제-하나로 부르는 노래>가 수상했다. 지난 90년 3회 이래로 TV중계되는 이 시상식은 올해는 생중계되기에 이르렀고 이제는 중계권료가 붙을 정도의 행사로 자리매김돼 방송계에서 부여하는 이 상의 권위와 위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췌언이 불필요할 것이다.수상자에는 축하를 그리고 시상식이 있기까지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관계자에게는 격려와 치하를 보내면서 제9회 방송PD상에 즈음해 PD연합회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고 싶다. 돌이켜 보면 지난 87년 9월 5일 PD연합회가 창립될 때만 해도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PD들의 모임인 PD연합회가 6월항쟁 이후 우후죽순처럼 출몰하는 각종 단체의 홍수속에서 그 나름의 차별화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솔직히 많지 않았다. 무임승차 시비에다 직종 이기주의의 창구라는 오해가 PD연합회의 출범에 비쳐지는 시의(猜疑)였다.그러나 연년세세 시간이 지나면서 연합회는 내부적으로는 PD들의 다양다기한 정서를 아우르면서 대외적으로는 방송민주화와 표현의 자유, 알 권리의 창달을 위해 제(諸) 장애요인들을 실천적으로 혁파하는 가운데 방송의 권위이자 주체이어야 하는 PD들의 구심체로서 뚜렷한 행보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연합회보의 창간, ‘방송시대’의 간행, ‘PD수첩’의 발간 등은 일상활동으로서 연합회의 존재를 내외에 각인시켰고 PD윤리강령의 제정과 통일·북한 핸드북의 발간은 연합회가 PD회원들에게 맹종하고 비호하는 조직이 아니라 때로는 회원들을 질타하고 견인하는 조직임을 분명히 했다. 물론 그 기저(基底)에는 애정과 관심이 기초했을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무조건적인 온정주의나 자사이기주의를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미와 진실의 영원한 구도자인 PD정신의 요체다.방송사간의 첨예한 시청취율 경쟁속에서 소신과 창의로운 자유혼을 저버리고 소모적인 현장에 내던져지고 있는 이즈음의 제작풍토. 이 풍토를 극복하고자 연합회는 PD상을 제정, 시상해오고 있다. 요컨대 PD상은 연합회의 각종 행사중에서 가장 연합회다운 행사로서 모름지기 PD들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향해야 할 바를 포폄(褒貶)이라는 가치평가 과정으로 구현하는 장치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PD상은 그동안 방송계의 여느 제도권상과는 다른 심사와 시상과정을 견지해 왔던 것이다. 신뢰할 만한 저널리즘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은 우리 현실을 반박이라도 하듯 <시사쟈키 오늘과 내일>이 지난해의 에 이어 올해의 PD상을 받고 <통일가요제>가 라디오부문 대상을 받는가 하면 연합회에 처음 가입한 PBC 등의 방송사에서도 수상을 하고 있는 사실은 PD상의 좌표를 분명히 드러내주고 있다. PD의 안목, PD의 전문성이 이 상을 조타해주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1차 지역민방에 해당하는 PSB, TBC, KBC, TJB가 연합회에 가입한데 이어 극동방송과 평화방송까지 연합회에 참여함으로써 한국방송PD연합회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공중파방송을 망라하는 PD들의 구심체가 되었다. 이 시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더욱 자각하면서 이에 부합되는 소명의식과 전문성 그리고 엄정한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단련할 것이다. 일부 유사 매체에서 엿보이는 매체이기주의나 패권주의는 우리가 혐오해 마지않는 바다. 앞으로 남은, 더 많은 해야할 일의 무게를 느끼면서 제9회 방송PD상의 의미를 회원여러분과 함께 재삼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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