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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나 동작으로 미세한 심리 표현
셔레이드란 무엇인가

|contsmark0|최상식 kbs 드라마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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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제2장 셔레이드1. 셔레이드란 무엇인가위 사진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오드리 헵번의 스냅이다. 그녀는 지금 ‘로마의 휴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고 막 수상자가 발표되려는 순간이다. 그녀의 눈은 강한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깨물고 있다. 이 표정과 동작만으로도 우리는 그녀가 오스카상을 얼마나 갈망하고 있으며 마음 속 긴장과 초조의 강도가 어떠한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영상세계에선 말없는 표정이나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인물의 내면에 도사린 감정이나 심리를 표현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셔레이드 표현의 묘미이다. 일찍이 알렉산드르 아스트릭은 영상의 전통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는 사상(思想)과 심상(心象)을 표현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의 대사에 의존하는 연극과는 달리 초창기 무성영화는 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불가능했고, 특히 인간의 심층심리 표현이나 감정전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약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영화는 시각적인 표현술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독자적인 표현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탄생된 것이 셔레이드 기법이다. 다시 말해서 셔레이드는 언어를 동원하지 않고 비유적 테크닉을 통해서 사상과 심상을 전달하려는 데서 출발된 것이다.셔레이드(charade)는 원래 마주 보고 서서 상대방이 몸짓을 통해 어떤 신호를 하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 맞추는 놀이인 ‘제스처 게임’을 뜻하는 말로서 일반적으로 신체언어(무언극)를 통한 의미표현을 말한다. 그러나 영화에선 이보다 훨씬 확장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각적 표현술로서 셔레이드의 중요성을 역설한 r. s. 그린은 “셔레이드는 어떤 것을 상징하여 보여줌으로써 그 속에 담긴 뜻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그 무엇’이다”라고 정의했으며, 아라이 하지메는 저서 ‘시나리오 기본정석’에서 “셔레이드는 간접묘사를 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고 하였다. 종합하여 정리하면 영상예술에 있어서 셔레이드 기법은 대사에 의한 직설적인 의미표현보다는 시각예술로서의 영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즉 대사 이외의 모든 비언어적 수단을 동원하여 나타내는 상징적, 은유적 의미표현을 총칭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 무성영화 시대의 셔레이드(1)
|contsmark4|셔레이드의 창시자 그리피스초창기 활동사진은 무성영화로서 배우의 표정과 동작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화된 무언극’이었다. 이 시기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되고 비사실적인 연기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 클로즈업이 도입되자 이런 연기방식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피스는 클로즈업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영화감독이었다. 그는 카메라가 배우를 향해 보다 가깝게 접근할 때 웅변적인 제스처와 과장된 얼굴표정은 오히려 어색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배우들이 자연스럽고 친밀한 연기로서 관객에게 다가가길 원했다. 그리피스 영화에서 과장된 표현은 최대한 절제되었으며 클로즈업을 통한 미세한 표현들이 강조되었다. 그리피스는 연기자의 생각이 얼굴 위에 나타나도록 밝게 문을 열어 놓고 촬영하기도 했다. 그 시대의 비평은 그리피스의 배우들에 대해 “그들은 무대 위를 걸어 다니는 꼭두각시들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활동사진이다. 당신은 배우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지나가고 있는가를 보게될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그리피스는 배우들의 동작이나 표정 속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그리피스의 노력을 통해 영화는 셔레이드라는 매혹적인 표현기법을 갖게 되었으며 영화가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무언의 연기를 통하여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차원으로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피스는 영화 속에선 물체들도 연기를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화면에 확대된 권총이나 피묻은 편지는 관객에게 어떤 배우의 연기보다도 더한 충격을 던져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그리피스는 ‘론데일 조정자’에서 주인공이 멍키 렌치를 가지고 두 명의 무법자들을 격퇴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클로즈업시켰을 때는 하나의 공구에 불과하지만 멀리서 본 악당들은 그것이 권총인줄 착각하게 됨으로써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클로즈업은 인물을 강조하는 이외에 물체들도 강조함으로써 배우들이 움직이는 세계 속에선 이처럼 생명이 없는 소도구들도 역동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었다. 표현을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은 생명이 없는 물체에도 감정을 불어넣었다. 그것이 바로 셔레이드의 힘이다.그리피스는 영화에서 세부묘사를 통한 의미표현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물기를 담고 있는 눈동자, 불끈 쥔 주먹, 입술에 어리는 슬픈 미소…. 이런 미세한 표현들이 배우들의 웅변적인 연기보다 더욱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인톨러런스’(위 사진)에서 살인 누명을 쓴 남편이 최후 판결을 기다리는 순간, 그리피스는 방청석에 앉은 부인의 손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시켰다. 초조하게 꼬고 있는 손동작은 그녀의 심적 불안을 어떤 대사보다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재판정의 긴장된 분위기를 영상 속에 압축시킨 차원 높은 연출로, 호레이스 칼렌은 영화의 이런 요소를 일러 ‘눈에 보이는 상형문자’라고 했다.
|contsmark5|그리피스의 실험 이후 많은 영화감독들이 세부묘사를 통하여 인물의 정신상태를 나타내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무성영화 시대의 인상적인 셔레이드를 담고 있는 장면들을 소개한다.
|contsmark6|‘시카고’ - 감독 : 세실. b. 데밀방청석의 나무의자에 소녀들이 가득 앉아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껌을 씹고 있는 소녀들의 입이 클로즈업으로 보여진다. 그 입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판이 흥분의 절정에 이르면서 소녀들의 모습이 다시 클로즈업된다. 갑자기 명령이라도 받은 듯 일제히 껌 씹기를 멈추는 소녀들…. 흥분한 나머지 그녀들은 호흡을 멈춘 것이다. 셔레이드를 통해 소녀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긴장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육체의 악마’ - 감독 : 크라렌스 브라운(아래 사진) 그레타 가르보와 젊은 장교 존 길버트가 파티석상에서 만난다. 두 사람은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린다. 그들은 도취된 듯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며 몇 번인가 춤을 추지만 두 사람만의 특별한 감정(사랑)을 느끼기엔 아직도 부족하다. 둘은 정원으로 나간다. 여자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자 남자가 성냥을 켜준다. 사이. 성냥 불빛의 섬광속에서 두 남녀는 서로를 바라본다. 사교예절의 이 갑작스럽고 자의적인 단절은 두 사람의 태도변화를 어떤 노골적인 연기보다도 더 잘 설명해 주고 있으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엔 분명 무언가 색다른 일이 일어날 테니까…. 사랑의 불이 붙기 시작한 두 연인의 심리가 찰나적인 섬광 속에서 포착되고 있다.
|contsmark7|‘신식 신사들’ - 감독 : 쟈크 페데스잔느가 늙은 백작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다. 그녀가 차를 따르는 동안 백작은 가이약 장관이 외국의 임지로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하게 “정말이에요?”하고 묻는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떨리면서 차를 엎지른다. 스잔느와 가이약은 내밀한 연인 관계이다. 그녀는 연인의 전근 소식에 매우 당황하면서도 백작이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챌까봐 겉으론 태연함을 가장한다. 그녀의 진정한 속마음은 찻잔을 엎지르는 손의 움직임 속에 투영되어 있다.|contsmar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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