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처 망령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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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처 망령 부활하나
폐지 1년만에 국정홍보처 신설, 언론·시민단체 반발
  • 승인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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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과거 언론통제의 본산이었던 공보처의 부활이 사실상 확정되어 파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3일 2차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총리실 산하에 총리실과 문화관광부 등에 흩어져 있던 공보업무를 총괄할 국정홍보처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국정홍보처는 산하에 국가정책에 대한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국정홍보국, 신문·잡지·방송 등의 인허가, 등록업무를 담당하는 매체국,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업무를 맡을 홍보협력국 등을 두게 된다. 방송 및 신문 등의 인허가권과 인사권 등을 소유한 강력한 언론관리체제로 기능했던 구 공보처는 정부의 구미에 맞는 정보만을 언론에 허용해 언론을 정부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킨 바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의식까지도 관리하는 억압적 기능을 수행했다. 이에 따라 어느 정권에서나 폐지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기구이며 pd연합회와 언노련, 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도 지난 97년 9월 ‘언론개혁 10대과제’를 제시하며 제1조로 ‘공보처 폐지’를 지적한 바 있다.김대중 대통령은 대선 당시 언론정책과 관련된 공약으로 ‘공보처 폐지’를 제시했으며 1년전 정부 출범과 함께 이를 폐지했다.국정홍보처 신설이 공식화되자 pd연합회를 비롯한 언노련, 방노련, 언개연, 민언련, 방총련 등 언론관련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백히 하고 이의 저지를 위해 총력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pd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민주언론창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공보처의 부활이 아니라 정부의 언론개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방송개악안’에 이은 시대착오적 국정홍보처 신설 저지를 위해 언론, 시민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이러한 반발을 염두에 둔 듯 정부관계자는 한사코 “국정홍보처는 언론통제기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국정홍보처 산하에 배치된 각 국의 면모-특히 신문, 잡지, 방송의 인허가 및 등록업무를 관장하는 매체국과 언론매체와의 ‘협력’을 위해 설치예정인 홍보협력국-를 볼 때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킬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부정적 평가와 방송장악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 역시 위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기 어려운 요인이 되고 있다.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의 국정홍보처 ‘돌출’이 자민련을 필두로 한 정권내 보수세력과 구 공보처 잔존세력의 준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애초에 국정홍보기능을 강화하되 문화관광부 산하의 조직으로 신설하는 안이 검토됐다는 것. 그러나 내각제 카드를 앞세운 자민련 측의 압박과 드라이브로 언론매체 관리기능이 포함된 사실상의 공보처를 총리실 소관으로 두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동안 일련의 국정에서 난맥상을 보인 정부가 해소책을 국정홍보에서 찾으려 하면서 이같은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높다. 결국 djp 공히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격’으로 국정홍보처 신설에 서로 핑계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어떻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의 오랜 투쟁끝에 폐지된 공보처가 부활된 것은 현 정권의 도구주의적 언론관과 부도덕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건국대 김학천 교수(신방과)는 “현 정부가 지난 정권의 언론통제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책입안이나 이의 실행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행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국정홍보나 기구배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정부는 정부조직개편안 확정에 이어 오는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의 강도높은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가 도덕적 흠집을 감수하는 무리수를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한편, 언개연은 오는 26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공보처부활 철회촉구 긴급기자회견’을 계획한 데 이어 오는 29일 오전 11시 30분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공보처부활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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