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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개혁은 파국을 부를 뿐
  • 승인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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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이제 막 깨어난 새들이 먼저 알고 있다얼마나 아득히 갈망하였던가오늘이기를”
|contsmark1|시인 고은은 이처럼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을 축하한 바 있다. 명망있는 시인이 정권탄생에 이같은 찬탄을 보내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땅의 이른바 지식인들은 이런 고은 시인에게 누구도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현정권은 지식인 집단의 지지와 기대 속에 출범했다.지식인뿐만이 아니다. 소외받았던 자들, 노동자들, 서러움을 겪었던 많은 이들 또한 현정권을 벅찬 심정으로 반겼다. 이제 굽고 눌린 것이 펴지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리라고. 비록 과도한 기대이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들 이제는 살맛나는 세상으로 한걸음 내디디게 되는구나 했었다.그후 1년이 지났다. 오늘의 시점에서 과연 현정권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 햇볕정책, 경제위기의 극복 등에 대한 찬사와 함께 현정권에는 개혁의 후퇴 혹은 반개혁에 대한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높다. 먼저 노사정위원회를 재벌 중심의 경제 개편의 부속물로 전락시켰다. 정부는 최소한의 합의사항마저 내던졌고 급기야 노동단체가 탈퇴하기에 이르렀다. 어민들의 실정을 외면한 채 부실한 어업협정을 체결하여 우리 어업을 파탄상태에 빠뜨렸다. 갑자기 한자병용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특별검사제는 말을 바꾸고 있으며,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외치며 추진해온 정부개편은 오히려 부처를 늘여놓는 결과를 낳았다.현실이 이러함에도 현정권은 마치 국정홍보가 부족해서 억울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불만을 비치기도 했다. 그러한 배경 때문인지 공보처 폐지의 공약을 깨고 이름만 바꾼 국정홍보처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과연 언론이 현정권에 비우호적이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가. 오히려 우리 언론이 지나치게 현정권에 유보적이지는 않았던가. 나아가 너무 우호적이지는 않았던가.시인 고은은 지금도 과연 ‘오늘이기를 아득히 갈망했던’ 심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현정권이 집권 이전에 내걸었던 중요한 공약들과 입장이 지금 뒤집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갈망했던 오늘’은 변함이 없는지 묻고 싶다. 적어도 ‘갈망했던 오늘’은 ‘현재의 오늘’과는 너무나 낯선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현정권의 공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오늘의 평가에 이른 이유가 잘 드러난다. 정권교체, 햇볕정책, 경제위기의 극복은 국민이 체감하는 실적이 아니다. 실업과 생활고를 대가로 치룬 경제회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간의 고통과는 거리가 먼 정부개편 등 반개혁적, 반국민적 처사에 분노만을 증폭시키고 있지 않은가.분명한 것은 정권이 지지기반을 잃으면 파국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개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정권을,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는 정권을 누가 계속 쳐다보겠는가. 현정권에 다시한번 대오각성을 촉구한다.|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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