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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방송 모방,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
이창현(국민대학교 언론학부 교수)

|contsmark0|방송계에서 일본방송 모방이라는 고질적 병폐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mbc의 <청춘>이 일본 후지 텔레비전의 <러브 제너레이션>이란 드라마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신문의 방송 비평란에서는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고, 시청자들도 pc통신 등을 통해서 분노를 표출했다. 이제까지 모방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던 방송위원회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아닌 듯하다. 방송사내에서도 자성의 의견이 분분하다. 방송3사의 tv 본부장들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나같이 기존의 모방관행을 자성하면서 그 개선을 다짐하고 있으며 프로듀서연합회 회장도 성명서를 통해서 모방 행태의 자성과 함께 구조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시청자든, 제작자든 모든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땅에 모방의 관행이 사라졌으면 하고 기대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모방에 대한 획기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모방문제가 사회적으로 들끓다가는 아무런 대안 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다. 아직까지도 방송모방의 문제를 특정 프로듀서의 비윤리적이거나 천박한 행위정도로만 치부해버리고, 시스템의 개선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사실상 방송모방의 문제는 특정 프로듀서의 개인적 문제라기 보다는 방송사의 제작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문제이다. 사실상 우리의 제작 시스템은 일본방송을 개방하지 않은 폐쇄체제 속에서 일본방송을 안이하게 베껴왔던 모방체제였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방송사내에서 조차 프로그램 창조의 노력은 ‘고비용 저효율’의 과정으로 치부되었으며, 프로그램 모방은 큰 노력 없이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과정으로 묵시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새로운 편성을 위해 프로듀서에게 주어지는 기획의 기간은 고작 보름 남짓했으며 그렇다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된 것은 더욱 아니었다. 이른바 ‘벽돌공장’식의 제작 시스템 속에서 프로듀서들은 창조를 꿈꾸기 어려웠다. 더구나 방송3사간의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어느 프로듀서도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이러한 시스템에서 모방과 표절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 시대의 방송 프로듀서들은 프로그램 모방을 조장하는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어 모방의 원죄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방송 프로듀서도 현재 방송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라도 방송모방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작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방송모방의 고질적 병폐는 상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난의 길이지만 창조의 길을 모색하는 프로듀서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 이들이 창의적인 정신을 갖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사회에 제공해야만 우리 방송문화의 창조적 자양분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창조적 대중문화의 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모방에 의해 단절된 방송 문화의 재생산구조를 복원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모방에 의해 메말라갔던 우리문화의 창조적 생명력을 높여줄 것이다.이제 일본방송의 개방이 눈앞에 다가왔다. 개방이 되면 이제까지와 같은 일본방송의 모방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일본방송의 모방이 자칫하면 엄청난 저작권료 소송으로 비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인 상황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때를 대비해서라도 빨리 창조적인 생산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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