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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공직자 ‘경조사 뇌물’에 익명 보도
잇따른 소송들에 고발 프로그램 심리적으로 위축돼
사실 입증 확실하면 실명 보도로 정면돌파해야

최근 , <추적 60분>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고위 공직자나 재벌들의 비리나 부도덕성을 들춰내 국민의 알 권리 진작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들이 이즈음 빈발하고 있는 소송을 의식한 듯 명단 공개 등 결정적인 대목에서 주춤거리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MBC . 은 지난 4월 6일 방영된 ‘사회지도층, 그들만의 결혼식’(연출 윤길룡, 박상일)편에서 고위공직자들이 경조사 수입을 합법적인 뇌물 형태로 변질시켜 사실상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은 이날 방송에서 고위공직자의 경조수입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YMCA 생개협(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 회장 이세중 변호사)의 자료를 정밀 추적하는 한편 별도 취재로 이같은 행태를 현장에서 포착하는 개가를 올렸다.은 이날 방송에서 유가증권 매각 및 장남 결혼식 축의금으로 무려 2억원이 증가했다고 신고해 물의를 빚은 현직 박모 장관과 딸에게 준 1억원이 딸의 결혼 축의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증여세 관계로 소송중인 현직 박모 의원의 사례를 취재했다. 그리고 결혼 자금 사용으로 부인의 재산 1억 4천만원이 감소했다고 신고한 서모 의원의 경우도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자녀 혼사를 한번 치르면 억대의 축의금을 거머쥔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제작진은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특히 자녀의 결혼으로 부모의 재산이 감소한 경우는 혼사가 부의 이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외에도 은 출신인 정부 산하기관 이모 이사장의 경우 자신이 소속돼 있는 정부위원회의 명의로 청첩 팩스가 발송되고 여기에 자신이 장관으로 있던 행자부 공무원이 아들의 혼사 연락처로 기재된 어처구니없는 사례를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은 이날 방송에서 문제의 고위 공직자들을 성씨만 표기하는 방식으로 보도해 아쉬움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IMF 시대에 지금도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등의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결정적인 내용이라 할 해당 공직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일부 시청자들은 “왜 이름을 안 밝히는가. 이런 식으로 할거면 아예 방송하지 말라.”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직 박모 장관은 산자부 박태영 장관으로, 증여세 문제로 소송중인 박모 의원은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으로, 자녀의 결혼으로 부인의 재산이 감소됐다는 서모 의원은 국민회의 서정화 의원으로, 그리고 전직장관 출신의 정부 산하기관 이사장은 국민체육공단 이연택 이사장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제작진 윤길룡 PD는 “방송전에 취재 대상이 된 일부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그것 때문에 익명 처리한 것은 아니다. 팩트의 입증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언명했다. 윤 PD는 “오히려 그보다는 최근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소송이 빈발하면서 ‘안전운행’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보아 주었으면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박형상 변호사는 “이 문제의 공직자명을 익명 처리한 것은 잘한 선택으로 본다. 이니셜로 해도 신원이 특정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소송을 당하면 상당한 인내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반면 안상운 변호사는 “팩트가 확실하고 취재과정에서 반론권의 기회를 주었다면 실명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기여한다. 은 취재와 확인 노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라면 당당히 실명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요컨대 공익적 목적과 취재과정이 확실하다면 실명 보도가 합당하다는 얘기.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적잖은 소송 시비에 휘말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명예훼손 소송, 정정보도 신청 등은 제작진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일부 방송사에서는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제작진에 대한 징계나 구상권 요구까지 해야 한다는 논의가 무책임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작진에게만 ‘정의의 사도’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서 문제가 된 고위 공직자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자녀 결혼에도 불구하고 고지 의무가 없다며 공직자 신고에서 재산 증감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은 김찬진(한나라당), 이성호(국민회의), 장영철(국민회의), 지대섭(자민련), 최형우(한나라당) 등 5명의 국회의원의 실명도 밝히지 않아 ‘양심적으로(?)’ 증감 신고를 했다가 표적이 된 공직자들만 억울한 여론재판을 당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한편 오늘(4월 8일) 밤 방송 예정인 KBS의 <추적 60분- 재벌 몰락 그후>(연출 구수환 한창록)편에서도 몰락한 재벌 가족들의 호화생활을 추적한 바, 문제가 되는 재벌그룹과 소유주의 이름을 밝힐 수 있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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