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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이 자랑스럽다.


서울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 학자의 발표에 대해 중대한 오보를 했으나 심층취재를 통해 이를 깨끗이 정리하는 기사를 스스로 보도했다. 그것도 신문 한 구석을 이용한 형식적 정정보도가 아니라 사회면의 반 정도를 할애하는 대형 기사를 통해서였다(4월20일자 9면).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달 12일 서울대 정진성 교수(사회학)는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직접 실시했다”는 내용이 요지인 네덜란드 비밀문서를 발표했다. 서울신문은 다음날 이를 주요기사로 다루면서(4월13일자 8면) “이 문서가 처음 공개된 것이 아니라 2001년 발간된 미네기시 겐타로의 책 ‘천황의 군대와 성노예’에서 같은 내용이 언급된 적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단서도 함께 붙였다.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신문은 바로 다음날 사설을 통해(4월14일자 31면) 같은 대학에서 비롯된 늑대복제 논문의혹과 정 교수의 발표를 묶어 “공명심에 불탄 학자들이 마구잡이로 부실 연구를 발표”한다면서 정 교수와 서울대를 공격했다.

정 교수를 몰아세운 언론은 서울신문 하나만이 아니다. 여러 언론들이 합세했고 기사에 기자수첩에 사설까지 등장했다. 요지는 대체로 “재탕이다”, “제대로 확인도 안했다”, “실적주의다”, “예정된 수순이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사안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일이었고, 그들 가운데는 위 “천황의…” 논쟁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된 일본 아사히 신문의 오무라 테츠오, 일본 최고의 ‘위안부’ 문제 학자인 하야시 히로부미 교수, 한국기자상을 2번이나 수상한 중견기자, 깊이 있고 정확한 취재로 정평 있는 또 다른 한국의 중견기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기자도 포함된다.

확인도 안하고 실적주의에 매달려 남의 업적을 재탕함으로써 예정된 실수를 남발한 측은 정 교수가 아니라, 제대로 취재도 하지 않고 다른 언론의 보도를 재탕함으로써 예정된 오보를 남발한 것은 그(정 교수)를 공격한 언론이었다.

이로 인해, 유엔인권소위원회 정위원으로서 국제무대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정 교수의 눈에서는 두 번씩이나 오랫동안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그의 가슴에서는 피눈물이 흘렀을 것이다.
이 와중에서 서울신문은 자체적으로 후속취재에 착수해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깊은 취재를 마친 서울신문의 결론은 당연히 “정 교수가 밝힌 자료가 아베 일본총리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일본 정부나 군이 직접 했다는 문서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뒤집을 중요 자료였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오보는 기자의 숙명이다.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한 자가 자기는 오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큰 기사를 써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오보를 하고도 모르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PD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자연히 그들이 속한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오보를 한 다음이다. 첫 오보를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 그대로 밀고 갈 수도 있고 이번 서울신문처럼 깨끗이 오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후속보도를 통해 독자나 시청자의 오해를 정리할 수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시하는 언론이 일본에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과거에 대한 깨끗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라면 그들 자신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우성 New America Medi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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