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처방에 시청자와 현업자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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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제작자 자질 향상’, 현업자는 ‘제작환경 개선’
방송사들 <청춘> 이후 소나기 피하고 보자는 식

|contsmark0|현재 우리나라 방송의 표절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표절의 정도에는 일반인(77.7%)에 비해 현업 제작자(85.0%)의 의견이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ebs의 토론프로그램 <난상토론>이 드라마 <청춘> 이후 가열된 우리 방송의 표절 시비와 관련하여 기획한 ‘방송표절 - 창조적 모방의 한계는?’편(연출 이철수, 4월 10일 방송)을 앞두고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하여 5대 도시 성인남녀 301명과 지상파 방송사 현업제작자 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이 조사에서는 표절이 가장 심각한 프로그램 장르로 오락(시청자 77.4%, 제작자 90.5%), 드라마 (시청자 15.6%, 제작자 7.0%), 교양 프로그램(시청자 4.7%, 제작자 1.5%)의 순으로 나타나 세간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방송 표절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업 프로그램 제작자가 열악한 제작환경(45.5%)과 시청률 경쟁(38.5%), 제작자의 자질 부족(13.0%)의 순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에 비해 일반 시청자들은 시청률 경쟁(50.8%)과 열악한 제작환경(24.6%), 제작자의 자질 부족(15.6%) 순으로 응답하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즉 현업자들이 표절을 열악한 제작환경의 탓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시청자들은 그보다는 방송사들의 무모한 시청률 경쟁이나 제작자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의 차이는 표절 근절을 위한 방안에 관한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반 시청자들이 제작자의 자질 향상(30.6%), 시청률 경쟁 완화(24.3%)의 순으로 근절 방안을 꼽은 반면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제작환경 개선(45.5%)을 으뜸으로 뽑았다.이것이 제작 프로듀서들의 표절 불감증을 뜻한다고 섣불리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표절은 제작자에 달린 것”이라는 시각과는 분명히 차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kbs의 모 pd는 “ pd들이 후안무치하게 모든 것을 환경 탓만 하는 것으로 비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mbc의 한 pd는 “제작여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말하면서 “언제 한번이고 그 말만 무성한 드라마 전작제를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벽돌공장식 하루살이식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는) 결과주의 풍토에서 표절 근절은 요원하다는 것. 한편 4월 10일의 <난상토론>에 토론자의 자격으로 출연한 정길화 pd연합회장은 “(표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변명만 하고 있기도, 그렇다고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늘어놓으며 변호만 할 수도 없는 곤혹스런 자리였다”고 술회하고 “연합회의 입장은 ‘치열한 자성과 함께 시스템의 변혁을 요구한다’는 애초의 성명서에서 그 입장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회장은 “우리 방송사엔 기술연구소는 있어도 소프트웨어연구소나 컨텐츠연구소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편이 임박해서 면피용으로 기획팀이나 급조하는 ‘땜방 근성’으로는 반복되는 표절 모방 시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청춘> 파문 이후 mbc는 물론 어느 방송사도 실질적인 표절 모방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이번에도 결국 제작 프로듀서만 희생양으로 삼은 채 유야뮤야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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