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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제-‘따지기’보다 ‘이해’하는 마음으로
북쪽 영화 어떻게 볼 것인가

|contsmark0|pd연합회와 mbc, 동아일보가 공동주최하고 통일부, 언개연, 민화협, lg상사 등이 후원하는 ‘조선(북한)영화 시사·토론회가’가 오늘 (4월 20일) lg트윈타워 대강당(동관 지하 1층)에서 열린다. 이에 조선(북한) 영화에 대한 열린 이해를 도모하는 취지로 발제문을 낸 이우영 소장의 글을 발췌, 게재한다.<편집자>
|contsmark1|이우영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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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 여는 말최근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북한문화 혹은 통일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통일방안’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통일 혹은 제도적 통합에 대한 이야기들이 벽에 다다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최근 북한문화가 과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문화의 ‘점진적’ 개방 → 남북문화교류 → 상호이해 증진 → 남북한간 이질성 극복과 동질성 회복 → 통일문화 구현이라는 그럴듯한 진행과정에 들어선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진행과정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첫째, 보통사람들은, 특히 남한식(?) 자본주의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북한문화와의 만남을 통하여 그 문화와 사람들을 단순히 이상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이질성 극복과 동질성 회복 테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적 풍토와 짝을 지어 제국주의적 문화통합이라는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문화와 만남은 무엇보다도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 통일을 통하여 북한을 식민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통일과정에서 남북한 문화는 통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영화를 통하여 북한문화를 만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contsmark4|2. 북쪽영화, 어떻게 볼 것인가
|contsmark5|(1) 따지기 보다 있는 그대로북쪽영화라고 다 칙칙하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도 문학예술작품의 ‘재미’가 문제가 되어, 1980년대 이후부터는 오락성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많이 생산되었다. 특히 고전을 재창작한 작품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홍길동’, ‘일지매’, ‘림꺽정’ 연작 등은 액션에 있어서 홍콩의 무협영화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따지고 들기 보다 있는 그대로 보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contsmark6|(2) 로마에서는 로마법으로선입견을 버리고 북한사람의 눈으로 북쪽영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쟁영화의 걸작으로 꼽고 있는 ‘월미도’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월미도를 지키던 소부대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볼 때는 주인공들을 우리편으로 생각하면 된다. 즉, 맥아더를 치사한 제국주의자로 간주하고, 인천을 미군으로부터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인민군 병사들의 헌신, 개인적 고통, 희망 이러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월미도’를 보면서 베트콩을 악마로 그리는 헐리우드의 월남전쟁영화 못지 않게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
|contsmark7|(3) 사람이 살고 있었네북쪽영화도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북한사람들도 연애하고, 부모를 존경하고 때로는 부모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직장선택과 상급학교 진학은 북한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고, 북한이라고 해서 성차별이 없는 것이 아니다.북한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고민하는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남한사람들의 모습들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면 특정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가부장제 혹은 여성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북쪽영화는 특히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제목만 힐끗 보더라도 ‘처녀’, ‘어머니’, ‘녀성’과 같이 여성을 직접 지칭하거나 ‘꽃’, ‘마음’과 같이 여성을 상징하는 말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많고, 문자 그대로 여성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묘사되는 북한여성들의 가족내, 그리고 사회에서의 지위를 살펴보고, 남한의 경우와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contsmark8|(4) 주의·주장의 시기별 변화에 주목북한을 흔히 정체된 사회라고 하지만 역사상 변화가 전혀 없었던 체제는 없었다. 다만 변화속도와 양태가 다를 뿐이다. 건국, 전쟁, 정적의 숙청, 주체사상의 수립, 후계체제의 완비, 경제 성장과 극심한 경제난 등의 사회역사적 맥락은 북한영화의 창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북한의 경우 영화와 시대적 환경과의 관계가 훨씬 밀접하기 때문에 영화의 제작시기를 확인하고 시기별로 강조하는 주의·주장의 변화 혹은 변하지 않는 주의·주장을 찾아보는 것은 또 다른 북쪽영화 읽기가 될 수가 있다.
|contsmark9|(5) 그들이 보는 우리북쪽영화에서 남한을 다루는 영화도 적지 않다. 특히 1990년대의 최대 역작으로 국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민족과 운명’은 50부작을 목표로 하고 있고 1998년까지 41부가 제작되었는데 이야기의 중심 무대는 남한이다. 물론 이들 영화에서는 북한=선, 남한=악의 이분법적으로 남북한을 가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남한의 무엇을 악으로 보는지 그리고 그들이 잘 이해하는 남한, 그들이 잘못 이해하는 남한을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와 견주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남쪽의 영화가 남한의 상층부나 정치문제를 다루지 못해왔다는 점에서도 남한을 소재로 한 북쪽영화는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지 최소한 희소성에서라도 의미가 있다.
|contsmark10|(6) 전문가의 눈으로도조명, 촬영기법, 음악, 의상, 미술, 분장, 연출, 연기 등 영화의 전문분야별로 북쪽영화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더욱이 북한에서는 인민배우, 공훈배우, 인민예술인, 공훈예술인, 계관작품 등 연기를 포함하여 각 전문분야에 국가가 인정하는 등급이 있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 타이틀을 보유한 사람은 반드시 명기된다. 어째서 이들이(혹은 작품이) 국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가능하다면 북한의 영화에서 기대고 있는 정서 내지는 심층의식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경우도 남한과 같이 신파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러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혁명가극으로도 잘 알려진 ‘꽃파는 처녀’나 ‘피바다’는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고발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이지만, 두 작품 다 주제를 표출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눈물, 누나(혹은 형)의 가족을 위한 희생, 어린 자식의 사망 등 전통적인 가족적 감정에 호소한다. 북한 영화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나 이성적인 결정을 유도하기보다는 감성적인 슬픔을 자극하여 특정한 결론에 이끄는 경우가 많다.
|contsmark11|4. 맺음말
|contsmark12|‘감상적 통일론’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네 사람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통일관은 바로 감상적 통일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민족이니까 하나로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 혹은 통일과정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파생할 것이다. 실업률이 증가할 수 있고, 세금도 오를 수 있다. 범죄도 많아질 수 있고, 주택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결국 통일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과 통일할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못하다. 북쪽영화를 보는 것은 북한을 알고, 북한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엄격하게 생각한다면 북한보다는 우리가 더 이질화된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북한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하기보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기가 더 힘들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남한사람이 북쪽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북한사람이 남쪽영화를 이해하고자 할 때 필요한 양의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안이한 호기심, 단순한 선입견은 이질감의 심화에 공헌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저해하는 작지만 중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노력과 그만큼의 사명감을 갖고 북쪽영화를 본다면, 그래서 북쪽영화를 보는 데서 즐거움을 찾을 수가 있다면,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을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나 민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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