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안 진단 - 5.편성위원회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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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자율성 보장 장치-편성위원회
편성권은 확인.확립 되어야 한다

내적 자율성 보장 장치 - 편성위원회<땅> <추적 60분 - 긴급입수 한총련, 북에 간 대학생들> <추적 60분 - 사과상자의 의혹> <이제는 말한다> <사상검증 토론회> 그리고 최근 <동강>의 자막 삭제사건.위에서 열거한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바로 외압(?)에 의해 제작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방될 뻔 하거나 좌초된, 혹은 위에서 일방적으로 긴급 편성된 것이다. 이외에도 ‘방송의 내적 자유’를 침해당한 프로그램 및 기사들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며, 위의 프로그램들은 제작자들의 거친 항의로 불거졌을 뿐 조용히 마무리되고만 경우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정권의 나팔수’ ‘땡전뉴스’ ‘땡김뉴스’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던 제작 일선의 기자와 PD들에게는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 않고’ ‘자유로운 아이템 선정 및 제작’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소중한 것이었고, 이러한 방송의 내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이다.그간 편성권은 누구의 권한이며 방송사 내부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장치가 필요한지, 편성규약의 내용과 범위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편성권이 방송사 경영진에 의해 전횡돼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PD연합회 등 언론3단체는 지난 97년 ‘언론개혁 1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방송의 내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방송법에 ‘편집·편성규약’ 및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관련 항목을 별도로 신설해야 함을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이러한 현업단체의 주장이 일부 받아져 98년 3월 국민회의 방송법 개정안에는 특별법으로 KBS와 EBS에 편성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원회에서 펴낸 정책논단(97년 제2집)에는 그 이유로 “방송편성권을 일반 기업의 경영권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공적매체로서의 방송이 담보해야 할 공공성, 공정성, 공적 책임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 재산으로 설립된 공영방송사의 경우 현재 정부가 선임하는 사장에 의해 방송편성권이 전일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방송편성의 외부적 자유와 독립(국가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와 독립)의 원칙에 전적으로 위배되는 모순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방송편성의 내부적 자유는 유럽의 선진국들처럼 경영진과 기자, PD 등 방송의 기획, 편성,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방송편성·제작자들 사이에서 협의되고 공유될 때 어느 일방에 의한 방송편성권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비록 MBC와 지역민방 등의 편성위원회 설치가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일부 진전을 보였던 ‘편성위원회’는 ‘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최대 화두로 활동했다던 방송개혁위원회에서 결국 거부됐다. 방송개혁위원회가 최종 제출한 방송법안 제4조 4항에는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편성규약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각 방송사 경영진들이 편성위원회 설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편성위원회가 ‘편성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막후 로비를 한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MBC의 한 PD는 “한국논단의 사상검증 토론회를 방송3사가 긴급 편성하는 것이 과연 방송 편성의 자유인가”를 반문했으며 또다른 PD는 “고위 간부들의 소위 알아서 기는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제작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도 편성위원회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KBS 윤동찬 PD협회장은 “부당한 간섭이나 외압으로 프로그램이 변질될 경우 노조 공방위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으나 현재의 조직문화 속에서 소위 ‘튄다’고 간부들이 싫어할 수 있다”며 “편성위원회처럼 법적으로 제도화된 장치가 마련된다면 현업 PD들의 부담도 덜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 장해랑 PD(전 방개위 실행위원)는 “편성위원회에서는 일상적인 편성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닌, 외압으로 긴급 편성된 사안들을 사전에 협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사전 협의가 각 방송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프로그램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송노조연합도 최근 국민회의에 제출한 방송법안 수정안에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분명히 요구한 바 있다. 현업제작자들의 절실한 요구인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DJ정권이 과거 야당시절 줄기차게 외쳤던 ‘방송편성의 정신’을 방송법안에 담아내 ‘편성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할지 여부가 DJ정권의 ‘방송장악’ 의도에 관한 또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이서영>편성권은 확인·확립되어야 한다김학천건국대 신방과 교수소유자, 즉 경영자와 단위프로그램 책임자의 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방송은 왜곡된다. 편성권은 유혹적인 이해관계와 문화적 책임의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방송개혁은 왜곡되었던 방송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이었고, 그 정상화의 항목은 100가지에 가깝게 나열되었으나 사실상의 중심과제는 두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었다. 그 하나는 정부권력이 방송을 직접 지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간접지배 행태를 최대한 막는 일이었다.첫 번째 항목이 이른바 방송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으로 요약되는 대책이었다면 두 번째 항목은 ‘편성권’의 인정과 존재방식의 개선이었다. 이 두 가지는 물론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방송 언론기능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이었다.언론을 조정하고, 조작하고, 조절하는 방식은 거의 전부가 편성권을 훼손하는 ‘내부적 자유의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고용관계, 인간관계, 그리고 공정하지 못한 혜택 등을 무기로 방송의 기능을 편중되게 이끌어 온 점과 언젠가는 방송인들이 정당한 언론인, 또는 직업인으로 인정받을 전망을 확인하고 보장해주는 편성권이 지금은 ‘방송의 내부적 자유와 당당한 책임’으로 해석되어도 과언이 아닌 형편이다. 물론 이 항목도 이번 개혁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대신에 반듯이 확립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편성 규약’을 만든다는 선언적 표시가 있었을 뿐 그것이 필요한 본질적인 의미와 방식과 장치의 설명은 피해갔기 때문이다.물론 ‘편성권’이란 해석의 방법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는 있다.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내용과 신념, 그리고 이를 담는 방법은 방송의 경영에도 영향을 주므로 이는 곧 소유자, 또는 경연인의 권리라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소유자, 경영자가 왜곡하거나 일탈한 내용에 대해서는 결코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일은 없다.또한 소유자가 추구하는 ‘시장’의 목표는 방송이 선도해 주어야 할 공정하고 편안한 사회에 대한 문화적 욕구를 등한히 하는 일이 많다.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로 생기는 갈등에 대한 공정한 조절도 역시 편성권으로 해석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현업자는 그에 관한 권리 행사가 어려웠다.또한 방송본질에 관한 과제에 허심탄회하게 접근하고 해결을 꾀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디에선가 편성권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음을 뜻한다. 편성권의 보장이나 개선을 노조의 운동 수준으로만 보는 안목 때문에 방송법에 ‘편성위원회’ 구성의 구체성을 담는 일이 쟁점화되었고 형식만으로 지나쳤다.논리인즉 세계 어느 나라 방송법에도 편성권을 정의하거나 보장하는 법 조항은 없다는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들의 과거처럼 그토록 유린된 실체로서의 편성권이 존재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하고 편성권을 설명한다면 방송은 앞으로 언제까지 이용(利用)과 이해(利害)의 줄타기 매체로서 있어야 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다시 강조하거니와 사용자와 현업자가 적절하게 참여하고, 배분하고, 감시가 가능한 체제 아래에서 구성되는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의 이념은 방송의 책임과 맡은 사람의 책임을 분명하게 해준다. 방송의 내부적 자유란 것도 부당한 요구나 복선이 있는 제재와 갈등에 관해서 협의하고 저항하는 방법 또한 중요한 편성권의 구현이다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없는 민주적인 나라에서도 방송과정에서의 갈등을 공정하게 논의하고 해결하는 공정한 장치들은 지니고 있다. 독일 NDR의 프로듀서 규약이 그와 같은 예다. 그것을 규약의 수준에 묶어두기 보다 법으로 명시하자는 것은 역시 우리들의 암담했던 과거에 대한 특별한 성찰에 기인한다.개혁위원회 논의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가에 관계없이 편성권에 대한 인정과 유지 방법의 강구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발전의 기초가 된다. 물론 정치 자체는 방송의 현업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상식 수준의 공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편성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방송이라면 그것은 격조를 잃은 단순상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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