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장 비평이다 -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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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장 비평이다 -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1
김국진·서세원 없이는 프로그램 안된다…?
오락 프로그램의 특정연예인 의존 문제
  • 승인 199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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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 오락 산업에서 스타 시스템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인기 스타, 흥행 성공의 확실한 보증 수표. 그래서 스타는 만들어지고 키워진다. mbc의 <칭찬합시다> <21세기위원회> <테마게임>에서 김국진이 출연 중단을 선언하자 한동안 비상사태가 일어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pd는 “김국진 없이 ‘시청률’과 ‘교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예능 pd들이 새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포맷을 고민하기에 앞서 스타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구성이 있어도 톱스타를 앞세우지 않으면 그 프로그램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contsmark1|스타 위주의 방송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다.첫째, 이른바 ‘뜨는’ 연예인을 시청자들은 좋든 싫든 한 시기에 질릴 정도로 보게 된다. 작년부터 인기 상종가를 유지하고 있는 서세원의 경우 sbs의 <좋은 세상 만들기>와 <밀레니엄 특급>, kbs의 <서세원쇼>와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등 tv는 물론 라디오에도 나온다. 시청자가 채널을 바꾸다가 서세원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게 어떤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정도다.둘째, tv 프로그램의 필수요건인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기능에 스타 시스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청자는 다양한 출연자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물론 (지금은 폐지된) <주병진의 데이트라인>이나 <시사터치 코미디파일>에서는 mc가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 하려는 시도가 줄곧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mc의 캐릭터라는 프리즘으로 본 세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셋째, 신인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다는 점이다. 개성과 연기력이 아니라 브랜드 네임 자체가 캐스팅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지금의 관행은 연예인의 수급 구조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 재능있는 신인들이 소외되는 한편 톱스타는 한 시기에 재충전없이 혹사당한 뒤 사라지는 운명을 맞기 쉽다.
|contsmark2|pd의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을 도외시하고 프로그램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특정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정상적인 제작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개편 때마다 인기 연예인에게 섭외가 몰리다 보니 스타를 잡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연예인의 요구를 일정하게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결국 프로그램이 스타의 의견 위주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이다. 연예인의 스케줄에 따라 제작 일정이 변경되는 것은 물론, 연예인의 취향에 따라 아이템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기와 함께 출연한 다른 출연자의 선정에 관여하고, 촬영 현장에서 신인 pd의 연출권을 침해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의 맡은 프로그램을 ‘개인 프로그램’으로 간주하는 웃지 못할 경향이 나타났고, pd들은 이러한 연예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단 수모를 참고 넘어가기 일쑤이다.최근 매니저 사무실이 등장한 뒤 pd와 암묵적 거래를 통해 출연자를 패키지로 캐스팅하는 일도 생겼다. 한 명의 인기 연예인을 캐스팅하기 위해 그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된 다른 연예인을 더블 mc로 캐스팅하거나 신인 몇 명을 보조 출연자로 기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의 두 mc가 패키지로 kbs에 출연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양사의 논란도 결국 두 명을 패키지로 관리하려는 기획사의 의도에 pd들이 끌려다녔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인기 연예인을 중심으로 제작하는 관행은 자본주의와 tv의 흥행 경쟁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첫째,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는 기획 기능을 확대하여 출연자에게 좌우되는 허약한 제작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포맷 자체의 장점으로 승부하려는 pd들의 더욱 치열한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스타 시스템…. 자본주의 시대 방송의 태생적 한계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잃어야 할 게 너무 많지 않은가?둘째, 뛰어난 신인을 발굴해 내려는 과감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겹치기 출연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인기 연예인보다 재주와 노력으로 똘똘 뭉친 신인에게서 더 큰 감동과 웃음을 맛볼 수 있다. 신인 발굴은 장기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순수한 신인만을 기용하는 시트콤도 가능한 대안일 것이다.우리 사회의 어떠한 분야도 다양성을 담보해내지 못하면 생명력을 잃게 되는 시대다. 가장 민감하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야 할 방송이 가장 구태의연한 시스템에 매여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할 때다. pd들의 캐스팅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캐스팅 능력은 기획력과 구성 능력, 그리고 다양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줄 아는 건강한 안목 등이 모든 pd의 능력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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