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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최진용-MBC 파리주재 PD특파원
jinyong@worldnet.fr

|contsmark0|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문화적으로 선진국이라 할만한 나라의 국민들이 대체로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책읽기’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열의는 특히나 본받을만 합니다. 파리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무심한 듯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은 이방인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볕 좋은 날 공원 벤치에서 문고본을 손에 들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 빠리지앙들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파리의 봄을 확인하기도 합니다.책을 읽는 사회는 당연히 책을 쓰는 사회를 만듭니다. 프랑스에서 지식인으로 행세하려면 적어도 2년에 한 권 정도씩은 책을 써내야 하는 게 필수조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지식인들은 잊혀질만하면 새 책을 펴내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곤 하지요. 책 쓰기가 지식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요. 프랑스에서 유행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담론’이 무성한 사회인 거죠.그 담론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바로 tv에 대한 다양하고 풍성한 담론들을 접할 때입니다. 사실 가끔씩 책방에 들러 책을 뒤적이다 보면 tv에 관한 책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미디어 전공자와 현업자들의 책 말고도 사회학자, 철학자, 시사평론가, 소설가 등 필자들도 각양각색입니다.그런데 놀라운 건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곧잘 오르곤 하는 겁니다. 프로듀서연합회보에도 소개된 바 있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tv에 관하여’라는 작은 책은 지난해 일년 내내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머물렀고, ‘아포스트로프’라는 독서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베르나르 피보의 ‘50세 이하의 주부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에는 이그나지오 라몽이라는 ‘르몽드’지 논객이 펴낸 ‘커뮤니케이션의 횡포’라는 책이 두어달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지요. 결코 읽기 쉬운 말랑말랑한 내용이 아닌 딱딱한 비판적 담론이기 일쑤이지만 공통된 점은, tv를 빼고서는 이 시대의 흐름을 말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인식입니다.프랑스에서는 더 이상 tv를 바보상자라 일컫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tv가 대중매체로서의 제 역할을 잘 해낸다는 반증이겠지만, 그것을 가능케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저는 tv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활발한 주고받음을 들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tv라는 ‘현상’에 대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성찰과 담론들이 올바른 tv문화의 지향점을 설정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tv가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으로 ‘세계로 열린 창’이 되는 것도 그 사회 식자층들 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물론 책임의 가장 큰 몫은 우리 방송인들의 것이라는 건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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