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안 진단 6. 외주제작 비율
상태바
방송개혁안 진단 6. 외주제작 비율
강제적 외주 확대로는 ‘영상산업 진흥’ 보장 못해
  • 승인 1999.05.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방송개혁위원회의 방송법안에 의하면 “방송사업자는 당해 채널의 전체 방송프로그램 중 국내에서 제작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비율 이상 편성하여야 하고”,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외주제작방송프로그램을 주시청시간대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비율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또 방송개혁위원회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말까지 독립제작사의 외주비율을 3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어, 그간 문화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외주비율 확대가 그대로 관철되었다. 이에 pd연합회는 방송인총연합회 명의로 발표된 통합방송법 제정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외주제작 비율 등 편성의 구체적 사안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함을 적시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은 ‘방송위원회가 정하는 비율’로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방노련(상임의장 현상윤), 방송협회(회장 박권상) 등도 외주비율은 방송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처럼 방송사나 방송현업단체들이 외주비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나 학계에서는 ‘방송사의 집단이기주의’나 ‘제밥그릇 챙기기’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러한가?방송개혁위원회나 문화부가 외주비율을 확대하려는 목적은 ‘독립제작사 육성을 통한 세계시장을 겨냥한 영상산업 발전’이다. 그렇다면 과연 외주비율을 확대하면 영상산업이 발전하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방송현업인들의 판단이다.방송 프로그램은 연출뿐 아니라 기술, 촬영, 조명, 미술, 첨단 컴퓨터 그래픽 등 여러 제작요소에서 실질적인 고효율화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고품질이 담보될 수 있다. 즉 제작요소시장 전반을 활성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mbc 편성실의 김정규 pd는 “제작요소시장이 비용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우선이다. 또 독립제작사에 실질적인 금융혜택 및 세제지원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지 강제적인 외주비율 확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kbs 길환영 외주제작부주간 역시 “독립제작사들이 싼 비용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독립제작사들이 싼값이 좋은 퀄리티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방송사의 외주 프로그램 비율은 자연히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강제적인 규제정책을 통한 외주비율 확대가 아니라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로서도 자체제작보다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이 보장된다면 굳이 외주비율을 규정하지 않아도 자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편 방송사가 외주비율 확대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면에는 현재 독립제작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지 못한 상황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mbc 외주제작부 한 관계자는 “독립제작사 pd 중 능력있는 연출자는 분명 제한되어 있어 현재 16%의 외주비율도 제대로 충당을 못하는 형편이다. 지상파에 방송될만한 외부 연출자의 숫자는 분명 제한적이다. 외주비율이 증가할 경우 일정한 수준의 방송 프로그램을 보장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kbs 편성실 관계자 역시 “우리 외주제작사들이 현재 30%라는 물량을 채울만한 능력이 있는지도 문제다. 비율만 맞추면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져도 좋은지 묻고 싶다.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면 결국 손해는 시청자들이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주시청시간대의 외주프로그램 편성 의무화는 더욱더 무리라는 판단이다.또 영상산업 발전을 통한 세계시장 진출도 허상이라는 지적도 많다.현재 미국 유학중인 정성욱 전 kbs pd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영상산업이라는 것이 한국적인 조건과 상황에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영어권에 필적할 만한 큰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법으로 강제된 외주비율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규제정책으로 인해 외주제작이 활성화되기 보다는 비율맞추기를 위한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각 방송사는 현재 독립제작사 외주비율을 맞추기 위해 방송시간대를 늘리고 있으며(오후 4시대), 일단 독립프로덕션이 프로그램을 수주해 실질적으로는 방송사 자회사가 제작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제적인 외주비율 확대는 자생력 없는 왜곡된 외주시장을 만들 뿐이라는 현업인들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한편 이번 방개위 방송법안에는 독립제작사 육성방안만 있을 뿐 지역방송사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방송사의 한 pd는 “지역방송사는 해당 지역내의 가장 경쟁력있는 또하나의 독립제작사임에도 불구하고 외주제작비율에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중앙사들이 편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한 pd는 “애초에 외주비율 활성화는 정부가 케이블tv 도입 등으로 인한 프로그램 공급 부족을 우려해 시도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의 부담을 방송사에 떠넘기고 있다”며 “방송사는 악이고 영세 독립제작사는 선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유지되는 한 영상산업 발전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이서영>
|contsmark1||contsmark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