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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만 믿고 흥분하지 말라”
박형상 변호사가 권하는 ‘언론침해 소송’대책
박형상(변호사)
  • 승인 199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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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영금지 가처분, 반론보도청구, 명예훼손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소송이 러쉬를 이루고 있다. 본보에서는 현장의 pd들이 실질적으로 유념해야 할 내용을 긴급히 마련했다. 이 글은 박형상 변호사가 기자통신 99년 5월호에 실린 자신의 글을 pd 들에게 맞게 보완한 것이다. <편집자>
|contsmark1|방영금지 가처분, 반론한겨레신문이 국민회의로부터 무려 101억원, mbc가 일부 검사들한테 합계금 1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것을 비롯하여 가히 우려할 정도로 이른바 언론침해 소송이 최근들어 부쩍 증가하였다. 이런 현상 자체는 소송당사자의 권리의식 각성이라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선의 취재자들을 크게 위축시키는 부작용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어찌됐든 민사 소송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금 위자료 가액도 꽤 고액화되는 추세(3, 4천은 기본인 듯 하다)이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물론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주거침입죄, 절도죄, 공무원자격 사칭죄 등 취재기자의 취재 방법에 적용되는 형벌 법조도 매우 엄격해졌다.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실제의 소송은 “자기 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적극적인 주장”과 “그 주장을 증거자료로 뒷받침하는 입증”이라는 소송행위에 의하여 진행되는데, 민사소송의 피고, 형사소송의 피고인의 지위에서 그 책임 추궁을 당하는 쪽에 서게되는 pd들 입장에서는 다음 판례의 요지를 필히 유념해 둘 만하다.(민사사건이든, 형사사건이든 대부분의 판례가 다음 취지를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다.)
|contsmark2|짾 진실성과 공익성을 요건으로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 및 상당한 이유 면책사유“신문등 언론매체가 보도를 통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보도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진실성이 증명될 경우 위법성이 없다 할 것이고,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contsmark3|짿 이른바 상당한 이유에 대한 판단기준“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가의 여부는 기사의 성격, 정보원의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그러므로 위 판례 취지를 뒤집어 말하건대, pd들의 취재 및 보도 행위와 그에 따르는 제반 행위는 차후 혹 생길지도 모를 재판에서 위와 같은 위법성 조각사유법리나 아니면 그에 관한 상당한 이유 법리를 판사로부터 넉넉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주도 면밀히 계산되어져야 한다.
|contsmark4|▶ 보도에 따른 분쟁 발생 후, 사후 대책의 차원
|contsmark5|1) 우선은 형사적 명예훼손죄가 반의사불벌죄인점, 민사사건 경우도 소취하 또는 재판상 화해로 종결시킬 수 있는 점을 감안하여 자존심에 집착치 말고 당사자간 합의의 통로는 계속 열어두자. 최초의 전화응대부터 조심스럽게 하자.
|contsmark6|“최선의 취재였음을 입증할 만한 취재 및 보도당시의 정황에 관한 제반자료를 챙겨놓자.”
|contsmark7|2) 취재 및 보도 당시의 정황적 조건에 관한 제반자료를 수집하자. 그리하여 취재자로서는 그 당시 그렇게 밖에 판단할 수 없었으며, 그것이 최선의 확인 취재였음을 입증할 만한 “그때의 취재원(정보원)이 되는 보도자료 사본”, “그때의 관련 전문가의 전문조언 자료”, “팩스 송수신문”, “내용증명통지”, “사건현장 답사자료”, “촬영날짜가 들어있는 현장사진”, “녹음, 녹화 테이프”, “필적이 담긴 편지”, “목격자의 제보진술서” 등을 따로 챙겨 놓자.3) 취재원의 추가적 계속 관리에 최선을 다하자. 우리 법제에서는 취재원 비밀의 보호 및 이를 이유로 한 증언 거부를 따로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취재원이 증인으로 나와 “보도의 진실성”쪽을 입증해 주도록 꾸준히 관리하자(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정 증언 자체를 아예 회피하기 일쑤다).
|contsmark8|▶ 취재 단계에서의 사전 대책의 차원
|contsmark9|“공익보도라는 항변이 가능하도록 구조적 모순점에 대한 지적 및 제도적 대안 제시를 잊지말자.”
|contsmark10|1) 사후수습보다는 역시 분쟁 예방적 차원에서 사전에 그 주의의무를 다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별다른 객관적 근거가 없음에도 특종효과만 노린 채 전문가, 목격자를 빙자한 단정적 표현은 삼가하자. 가해자, 용의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표현은 피하되, 공익보도의 항변이 가능하도록 구조적 모순점에 대한 지적 및 제도적 대안 제시를 등한시 말자. 이른바 전문가의 경우도 그 전공분야까지 확인된 진짜 전문가를 물색하자. 2) 특종에 대한 강박관념, pd로서의 사명감 과잉 때문에 종종 상대방의 언론 플레이에 넘어가는 수도 있다. 선량한 시민, 양심적인 제보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번더 의심해 보자. 예컨대, 사전 승낙해 준 인터뷰 또는 미리 공개된 보도자료였음에도 이를 부인하는 사례도 있으므로 그 번복의 여지가 없도록 제반 반박 증거를 따로 확보해 둔다.3) 부디, 제발, 인터뷰 조작과 사진 합성은 하지 말자. 이는 법정에서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는 최악의 절대적 잘못이다. 적법절차에 위배된 몰래카메라 경우도 증거법상 증거능력 여부는 별론으로 하되, 우선 당장 판사의 심정을 돌려놓기가 어렵다.4) 우리 언론계 최대의 병폐중 하나는 전화 인터뷰 취재방식이다. 아무리 바빠도 직접 취재해 정도를 걷자.
|contsmark11|▶ 몇가지 잘못된 도그마를 버리자
|contsmark12|“공인이라해도 공적직무영역과 사적영역이 구분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contsmark13|1) 진실이면 면책된다. (아니다. 우리는 영미의 명예훼손법과 달리 적시된 사실이 진실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당연 면책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생활권침해 사건일때는 오히려 보도사실이 진실하기에 상대방의 고통이 더 가중되는 것이다.)2) 공인에게는 사생활권, 프라이버시가 없거나, 포기된다. (아니다. 공인과 사인을 구별하는 판단 기준 자체가 애매할 뿐만 아니라, 설령 공인이라 하여도 그 공적 직무영역과 사사로운 내밀 영역이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신중해야 된다.)3) 알권리를 내세우면 모든 것을 보도할 수 있다. (아니다. 남의 사생활을 까발리는 알권리는 없다. 그나마 명예권 쪽은 사회적 대외적 평가의 차원이므로 사회적 공익을 위해 이른바 알권리를 내세울 수 있지만 사생활권 쪽은 개인 내면의 감정 차원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알권리의 대상이 아니다.)▶ 다음의 점도 유념하자
|contsmark14|“세상만사는 상대적이다. 최초의 피해자 진술을 100% 믿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 ”
|contsmark15|1) 영미법계 판례, 미국 판례만 맹신하지 말자. 때로 그것이 매혹적일지라도 대륙법 계통인 우리의 실정법 및 소송 체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설리판 판결등 미국 판례를 한국 현실에 제대로 원용하는 경우가 무척 드물다.2) 세상만사가 상대적이라는 이중성을 필히 명심하여 한쪽 당사자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꾸며 놓은 “고소장, 소장, 진정서, 최초의 피해자 진술서”만을 100%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그대로 옮겨적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 정식절차를 벗어난 이른바 민원성 제보사건이나 양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에는 절대로 함부로 개입할 일이 아니다.
|contsmark16|▶ 마지막으로 시사고발 프로그램 pd들에게 특별히 당부드리는 점.
|contsmark17|1) pd의 내심이야 따로 있더라도 제3의 중립적 시각을 견지하자. 이른바 피해자가 왜 굳이 tv방송사에 찾아오게 된 것인지 엄히 묻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줄 것. 그리고 그 제보자와 함께 흥분하여 엉켜 다니면서 그 상대방을 원수대하듯 취재하지 말 것. 2) 우리들 땅에서의 진실은 어차피 소송을 통한 상대적 진실일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반론이나 해명기회를 주는 것 자체를 회피, 봉쇄, 생략하지 말 것.3) 몰래카메라, 몰래전화 녹음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극도로 자제할 것.4) 취재대상의 얼굴 초상을 노출시킨다고 해서 그 프로그램의 사실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니 부디 착각말고, 그 초상보호를 철저히 할 것.|contsmark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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