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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레이드를 이용한 상징과 메타포로 예술성 높여
인물관계와 상황·장소에 대한 셔레이드

|contsmark0|최상식 kbs 드라마제작국장
|contsmark1|2) 인물관계와 상황에 대한 셔레이드 드라마는 등장인물들끼리 만나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성립된다. 그러한 관계가 발전하여 연인 사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숙적이 되기도 한다. 인물관계나 상황묘사는 미묘하고 추상적이어서 영상으로 나타내기가 어렵다. 간혹 해설(narration)을 사용하거나 자막(title)으로 처리는 경우가 있지만 일차원적이며 비영상적인 표현이라 대부분의 감독들이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인물의 관계나 상황의 묘사에 있어서도 셔레이드는 가장 효과적인 표현수단이 되고 있다.아라이 하지메는 ‘시나리오 기본 정석’에서 인물관계에 대한 셔레이드의 예로서 다음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다방에 남자와 여자가 앉아 있다. 레지가 커피를 가져온다.첫 번째 경우, 여자는 잠자코 남자의 커피에 설탕을 넣어준다.(상당히 깊은 사이)두 번째 경우, 여자가 설탕을 집어들며 “두개면 되죠?”(자주 만난 사이)세 번째 경우, 남자에게 설탕 포트를 밀며 “먼저 넣으시죠”(맞선을 보는 사이)네 번째 경우, 여자가 자기 커피에 설탕을 넣고 남자에게 넘겨준다.(친구 사이)커피에 설탕을 타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이처럼 다양하고 정확하게 인물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셔레이드의 장점이다. ▷‘레이스 뜨는 여자’ (감독: 클로드 고레타)소르본느의 엘리트 대학생 프랑소아와 미용실 보조원인 베아트리체. 둘은 휴양지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동거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뜨거웠던 사랑이 점차 식어들면서 둘은 어쩔 수 없는 신분의 벽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과를 먹고 있는 베아트리체. 리포트에 집중하고 있는 프랑소아. 사과를 베어먹는 베아트리체. 그 소리가 정적을 깬다. 돌아보는 프랑소아. 잠시 얼굴을 찡그리고 책으로 시선이 간다. 다시 들려오는 사과 깨무는 소리. 프랑소아 그만 책을 덮고 만다. 공부하는 남자와 사과 깨무는 여인의 이미지를 통하여 신분상의 한계를 강조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임을 암시한다. ▷‘장미의 전쟁’ (감독: 대니 드 비토)개를 좋아하는 남편(마이클 더글러스)과 고양이를 편애하는 아내(캐더린 터너)를 대비시켜 부부간의 이질성을 부각시키고, 식탁 양끝에 뚝 떨어져 앉아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하여 멀어져 가고 있는 부부사이를 암시했다. ▷‘러브 스토리’ (감독: 아더 힐러)아내의 임종을 치른 후 병원 문을 나서는 올리버. 출입구의 회전문을 밀고 나가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아버지와 만난다. 회전문 양쪽에서 잠시 마주보는 부자.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리며 그대로 가버리는 올리버…. 회전문을 매개로 한 대칭구도는 회복이 불가능한 부자간의 상극관계를 은유적으로 묘사하였다.
|contsmark2|▷‘해바라기’ (감독: 빗토리오 데 시카)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전시중임에도 불구하고 12일간의 휴가를 얻어 나폴리 처녀 조반나(소피아 로렌)와 결혼한다. 그리고 전쟁터로 떠난 후 행방불명되고 만다.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조반나는 시베리아로 향한다. 수소문 끝에 남편이 소련 여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녀는 그곳으로 찾아간다.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있던 소련여인(루드밀라 사베리에바)의 손에서 빨래가 떨어진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하는 두 여인. 말없이 안토니오의 사진을 내미는 조반나. 사진을 마주하고 얽히는 두 여인의 시선. 방긋 웃으며 이태리어로 인사하는 아이. 아이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안으로 안내하는 소련여인. 방안 침대 위에 나란히 놓여 있는 베개 한 쌍. 조반나는 그만 참고 있던 눈물을 떨군다. 소련인 처가 다가와 손수건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녀도 울기 시작한다. 화면 양끝에서 서로 등을 보이고 서서 소리 없이 흐느끼는 두 여인의 모습이 오랫동안 비춰진다. 이 장면에서 여러 가지 셔레이드가 복합적으로 사용되었다. 빨래를 떨구는 여인(심리적 동요). 사진을 내미는 조반나(소도구를 이용한 존재확인). 이태리말로 인사하는 아이(아이가 이태리인의 핏줄이라는 암시). 침대에 놓여 있는 한 쌍의 베개(남편과 소련여인 간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연상). 손수건을 건네주는 소련여인(그녀의 착한 심성). 서로 등을 마주하고 우는 두 여인(상반된 상황, 또는 동병상련의 관계).
|contsmark3|3) 장소에 대한 셔레이드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환경은 극중인물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생활 공간인 주택은 극중인물을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때문에 영화에서 인물이 서 있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창조적 공간인 것이다. 장면묘사에는 극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경묘사와 장면 속에서의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나타내기 위한 묘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시하기 위한 묘사 등이 있으며 특히 공포영화나 심리극에서 다양한 셔레이드가 구사되고 있다.
|contsmark4|다음은 kbs에서 tv문학관으로 방송된 임충 극본 <삼포가는 길>의 도입부이다.씬3. 공사장의 한곳흙먼지를 휘몰아 가는 광풍 속에 보이는 공사장의 썰렁한 풍경을 점묘.자물쇠가 잠긴 현장 사무소.방치되어 있는 기구, 바람에 덜컹거리는 문짝 등….화면 일각에서 뒷모습의 사내가 나타난다. 절름발이다.바람에 날아갈 듯 보이는 절름발이 천가.씬4. 천가의 집 새벽 하늘로 흩어지는 난로 연통의 연기, 바람 소리.바람에 날리는 함석이 부딪히는 소리와 문이 삐그덕대는 소리.씬5. 방캄캄한 어둠을 울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 작가는 셔레이드를 통한 정경묘사로서 초반부터 극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쓴 점이 돋보인다. 광풍에 휘날리는 휴지조각이라든지 자물쇠가 잠긴 현장 사무소, 방치된 기구, 펄럭이는 문짝 등 여러 가지 소도구를 이용하여 공사가 중단된 삭막하고 을씨년스런 공사장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으며, 또한 절름발이 천가를 화면에 등진 모습으로 등장시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또한 바람에 흩어지는 연통의 연기와 함석 부딪히는 소리, 삐걱거리는 문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를 이용하여 불안감과 서스펜스를 고조시킨다. 주목할 것은 극적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에 셔레이드를 이용한 간접표현을 구사하여 관객들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contsmark5|지금까지 셔레이드 기법의 여러 방법들을 소개하고 유형별 분석을 시도해보았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작품을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감독의 의도와 착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유명 장면들은 하나 같이 셔레이드적 표현술에 의지하고 있으며 우수한 작품일수록 언어성에서 벗어나 셔레이드를 이용한 상징과 메타포로써 예술성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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