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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과 제2건국의 깃발이 줄지어 휘날리다"김진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진보네트 참세상 대표

|contsmark0|동베를린지구에 가면 그런대로 아파트 지대가 몇군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에 가도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파트 단지 규모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파리나 폴란드 바르샤바도 고층아파트가 시내 몇군데에 보이는데 단지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그 곳은 서민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부득이하게 건축한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부동산’투기 또는 재산증식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이 언제부터 ‘아파트’가 전국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양태로 자리잡았는지, 그 역사를 알려면 박정희군사정권이 ‘새마을운동’을 강제해 간 역사를 살펴야 한다.전국 방방곡곡에 동네마다 엠프시설을 하고 아침마다 ‘새벽종이 울렸다…’고 노래를 틀면서 시작되는 새마을운동은 초가지붕없애기로부터 농촌에서 시작하였다. 주민이 자진해서 헐지 않으면 강제로 면사무소 사람들이 동원되어 초가지붕을 헐었다(요즘 도시에서는 깡패회사가 동원되어 헌다). 슬레이트지붕을 깔게 하고 페인트칠을 하게 했다. 마을길을 넓히면서 시멘트를 들어 부어 경운기가 다니도록 길을 닦았다. 부뚜막도 시멘트를 칠하게 했다. 집집마다 라디오가 장치되기 시작하였다. 전국 어디서나 라디오를 통해 아침 6시만 되면 ‘새벽종이 울렸네…’노래가 흐르고 동네마다 사람들이 모여 아침체조를 하게 하였다. 조금 세월이 지나자 초가는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시멘트블록으로 만든 집들이 비슷비슷한 모양으로 농촌에서 읍면소재지로, 그리고 서울의 변두리에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농촌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농촌에 있던 기와집은 보존키 어려워졌다. 이렇게 하여 시멘트집이 전국에 보급되기 시작하여 부엌과 마루와 방과 마당이 고도의 차이없이 수평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이동케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토지 개발을 하면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국가의 주택공사나 대기업 건설회사도 개인사유지조차 수용령에 의하여 강제로 단지조성의 대상으로 편입시킬 수 있었다. 이 아파트단지 건설사업은 미리 입주자의 돈을 받아 그것도 심지뽑기식으로 배당하는바, 여기에 투기가 조장되었다. 강남에 어마어마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정치자금조달이라는 부정부패의 정경유착이 있는 것으로 의혹되었고 나중에는 그렇게 드러나곤 하였다.이리하여 전국 어느 곳에 가도 이제 아파트는 산천을 가리고 조그마한 도시나 동네를 압도한다. 산천은 이 아파트단지에 물을 대기 위해서 신음하기 시작하고 전기와 같은 에너지는 60년대 초기에 비해 수천배를 소요하고 있다.여기서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군사정권이 근대화이름으로, 경제개발의 이름으로, 그리고 새마을운동이름으로 전통적 생활양식을 하루아침에 파괴한 효과에 관한 것이다. tv 방송에서 방영하는 사극 드라마를 보라. 오죽하면 전통 집을 배경으로 할 때마다 장소협찬이 오직 한군데 ‘용인민속촌’만 나올 수 있을까! 말하자면 전통 거주형태는 드라마제작하는 데도 동원할 만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을 뿐이다. 전국을 누벼봐도 도심이나 주변이나 할 것 없이 농촌이나 어촌을 막론하고 건물은 모두 시멘트 뭉치로 세워진 것 뿐이다. 우리 전통적 주거공간형태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불과 30년도 안되는 세월에, 획일적인 군사정권과 이윤만 쌓고자 한 자본이 합작하여 전통적 생활양식이 야만적으로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단지 주거형태만이 아니다. 의복과 음식에서도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다. 전통적 주거형태는 어느 누구도 장기적으로 투자하지도 연구하지도 않았다. 전통적 생활양식을 파괴한 죄값은 누가 치를 것인가? 세계화시대에, 지구화시대에 사방에서 전통문화로써 문화산업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생활의 가장 기초인 주거와 의복과 음식의 문화가 30년 사이에 이렇게 처참하게 파괴되고 난 폐허에서 무엇을 가지고 우리 문화산업을 말할 수조차 있을 것인가? 이런 마당이 되고 나니 그 자리에 싸구려 외제품이 쏟아져 들어와 ‘압구정동’ 쓰레기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고 이를 마치 발전된 생활양식처럼 대중매체에서 중심에 놓는 버릇이 생겨났다.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극장상영날짜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문제이다. 그 내용은 본질적, 전통적으로 오랜 세월 만들어지고 개량되고 내려온 기초적인 생활양식, 즉 의식주에 관련된 일상생활의 양식을 되살려 내는 것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곧장 변질될 것이다. 문화산업 전체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대중매체의 모든 종류의 인사들은 이 문제에 관하여 상호 상승적 효과를 내도록 주의를 집중시킴이 중요할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 국도와 지방도로 바람부는 곳곳에 초록색 새마을 운동깃발과 흰바탕 제2건국 깃발이 줄지어 나부끼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위와 같다고 한다면 제2건국운동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 깃발이 어찌하여 새마을운동 깃발과 나란히 줄지어 나부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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