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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지 못한 외허내허(外虛內虛)의 편중 편성

|contsmark0|박기성<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contsmark1|공중파 텔레비전의 경우 일년에 봄 가을 두 번 정규 프로그램 개편이 있기 마련이다. 남쪽의 봄소식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더니 예외 없이 봄 개편이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이 좋으니 보라는 방송사의 시청 권유 홍보가 반복되고 신문은 홍보 안내지라도 되는 듯 개편 동향을 잘 알려 준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속단할 수는 없지만 채널을 뒤바꾸면서 찾아 봐도 지난 편성을 과감히 탈피한 발상이 별로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방송 편성은 방송 환경과 방송의 내적 체질적 특성을 상호 고려할 때 그 생태성이 결정된다. 가장 좋은 편성은 방송 환경과 방송 매체의 고유한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데 있다. 이러한 관계는 편성 결정 기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참신성이 결여되고 있고, 방송 환경의 특성도 과감히 살려 나가지 못하는 보수적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수작이 있기도 하지만 편성에 풍기는 전체적인 조화의 색깔이 별로 산뜻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우리의 방송 환경이라면 먼저 한국 사회가 넘어야 할 선진화의 문턱이다. 국민 소득만 그러할 것이 아니라 의식의 도야와 각성 및 원만한 실천이 그러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전승하여 우리다움을 구축하는 데에도 그러하다. 세계는 통신과 교통의 혁명으로 단일 생활권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문화 질서의 재정립도 심각한 문제이다. 남북 통일, 사회문제, 정치적 불안정, 지체되고 있는 경제 여건, 시대에 맞는 복지와 교육 등 어느 하나 아직 고민하여 해법이 마련된 것이 없고 그러기 위하여 국민 모두 다같이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정보화 역시 중요한 변혁의 징후임에 틀림없다. 정보화는 사회의 지엽적인 현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축에 일어나는 삶에의 근본적이고 질적인 변혁이다. 정보화는 낙원으로의 행로가 아니라 두 날을 가진 칼과 같은 형국이다. 인간의 각성이 선행되고 아울러 기술 사회화, 기술 산업화, 정보 산업화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 질서에 발 맞추어 나가야 한다.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은 그동안 주요 영상 채널로 존재했으나 이제는 많은 텔레비전 채널중 하나의 채널로 되어 간다. 공중파, 위성방송, 케이블 텔레비전의 삼파전으로 수십 수백 채널 속의 공중파 채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중파 편성 역시 적극적이고 과감한 전략으로 시청자와 관계를 정립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첫째는 채널 정체성의 문제이다. 시청률의 경쟁에 빠진 근시안적 착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중파, 위성방송, 케이블 텔레비전은 각각 고유한 특성이 있고 수용자와 연계된 관계 설정에서 결정된다. 특히 공중파는 종합 편성이어서 그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많은 케이블 채널이 개국하면 할수록 종합 편성의 고유성은 많이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 다큐멘터리, 영화, 스포츠 프로그램에 이미 그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둘째는 오락성 소재의 편중 편성이다. 21세기를 맞이해야 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지적한 바와 같이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편성은 공중파 텔레비전이 주도해야 할 주요 영역임에 틀림없지만 피해가고 있다. 상당수의 교양 프로그램은 수면 시간대에 배치되고 있다.셋째는 외화내허(外華內虛)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벌려 놓는 판은 시끄럽고 화려하나 충실도는 결여되어 있다. 차분하고 침묵하면서도 실속을 찾으려는 자세보다는 자랑을 잔뜩 늘어 놓고는 실제로 속은 허한 상태이다. 상당수의 기행 프로그램이 국제화 시대의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해외 관광을 부추기는데는 성공했지만 문화 교양을 선진화시켜가는 포맷으로는 별로 맞지 않다.넷째는 상업방송과 열심히 경쟁하는 kbs 제1채널은 한국 공영방송의 공공성 차원에서 다시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시청자의 부담으로 운용하는 채널로서 영상문화의 표본이 되어야 할 자세로 과연 시대성을 감안한 모범이 되고 있는지 신중히 재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앞세우지만 이 채널은 시청률을 자랑할 채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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