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민족주의 다시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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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6회 언론인권상 특별상 수상한 강범석 SBS PD

일제 식민지 시절, 조선인과 결혼해 살다가 해방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게 된 일본여자들이 있다. 이들을 통칭해 ‘일본인 처’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가해자인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주변사람들에게 ‘쪽발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며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었고, 친정인 일본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쫓겨나야만 했던 사람들이 바로 ‘일본인 처’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잊혀진 60년, 현해탄을 건너온 아내들’편이 오는 24일 언론인권센터가 수상하는 제6회 언론인권상을 수상하게 됐다.
 

▲ 강범석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

언론인권센터은 수상이유에 대해 “해방 이후의 한국사회에서 언론에서 그동안 역사에서 외면 받았던 일본인 아내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그 분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했다”며 밝혔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강범석 PD는 “우연하게 ‘일본인 처’에 관한 글을 본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이 분들의 기구한 사연이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희생자라는 관점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제작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은 지난해 3월 3일, 3·1절을 맞이한 특집 다큐멘터리였다. 그간 3·1절에 방영되는 다큐멘터리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60만 재일교포들에 대한 일본사회의 차별과 역사왜곡 등의 문제점에 천착했다면 ‘일본인 처’에 관한 이야기는 그간의 다큐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일각에서는 피해 당사국인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는 아직도 반일 감정이 존재하는데 ‘가해국 출신의 소수자 인권까지 다뤄야 하는가?’하는 물음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에 대해 강 PD는 “그럼에도 이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본인 처’ 문제는 왜곡된 민족주의의 사례로는 매우 상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우리의 강한 자민족주의의 얼굴을 되비춰주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이방인이 돼 60여년의 세월을 한국에서 살았지만 대부분의 이들 할머니들은 국적문제로 인해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쓸쓸하게 늙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강 PD는 “이 분들이 어떤 사회적인 의식을 가지고 판단으로 한국에 살게 된 것이 아니라 단지 한국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때문에 힘든 생활을 살게 된 점이 가슴 아팠다”면서 “편견과 냉대를 겪으면서도 ‘내 남편을 가장 존경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인간의 사랑과 가치가 국경을 뛰어 넘는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제작기간 동안 강 PD는 “관계기관에 찾아다니면서 국적취득에 관한 노력을 많이 했으나, 담당자도 공감은 하나 국가정책 상 불허하다보니 난감해 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로 인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방송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사람들의 인식까지 전환하는데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한 번 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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