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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놓고 언론을 통해 철저한 공개 검증BBC 사례로 본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이세용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자문위원
  • 승인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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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총파업에 돌입한 방송노조의 요구조건 가운데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시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영방송의 생명인 독립성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사장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엄정한 선임방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막을 내린 bbc의 새 사장 선임과정을 통해 외국 공영방송의 사정 선임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형식논리로 따지자면 bbc의 사장 선임은 공익을 대표하여 bbc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경영위원회(board of governors)가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권당 정부의 정치적 입김이 알게 모르게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의 인터뷰를 통한 경영위원들의 철저한 검증과 언론에 의한 광범위한 여론 검증은 주목할 만 하다. 또한 사장을 선출하는 시기가 기존 사장의 임기가 끝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우리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은 관행이다.bbc의 77년 역사상 가장 길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번 제13대 사장 선임은 민방 출신의 그레그 다이크(greg dyke)를 최종 낙점하는 것으로 지난달 24일 막을 내렸다. 새 사장은 bbc의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 1일 취임하게 된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새 사장 내정자는 오는 10월부터 bbc로 자리를 옮겨 인수인계 및 경영구상을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bbc의 새 사장 선임에 관한 언론보도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7월에 퇴임하는 3명의 경영위원을 누구로 임명하느냐는 문제로부터 촉발된 것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사장 선임과정은 bbc가 지난 3월 14일 주요 일간지에 차기 사장을 공채한다는 광고를 경영위원회 명의로 내걸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bbc는 사장을 공모한다는 신문광고와 함께 곧바로 외부 헤드헌터사(heidrick and struggles)에 후보자 인선을 의뢰했다. 이 회사는 4월초부터 1차로 선정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를 실시한 다음 최종적으로 13명의 명단과 평가서를 bbc 경영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헤드헌터사와의 계약금액은 10만 파운드에 달해 과다한 비용지출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적임자 물색을 위한 경영위원회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이어서 bbc 경영위원회는 사장 선임을 위한 4인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헤드헌터사로부터 넘겨받은 13명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시작했다. 자세한 이력서와 3∼4쪽 정도의 경영구상을 담은 페이퍼를 후보자들로부터 제출 받아 이를 근거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 다음 단계는 후보자를 다시 5명으로 압축하여 12명이 참석하는 경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시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bbc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 2명이 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위원회는 최종적으로 bbc 내부의 토니 홀(tony hall) 보도본부장과 외부의 그레그 다이크 피어슨 텔레비전 사장을 놓고 막판 인선에 고민한 것으로 영국 일간지들은 보도하고 있다.이번 사장 선임과정은 예기치 않게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했었다. 그 이유는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the times’지가 지난 4월 17일자 기사에서 후보자들 가운데 선두주자로 알려진 그레그 다이크 후보의 과거 노동당 정치후원금 기부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정치후원금 기부행위 자체는 합법적이었으나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를 계기로 야당에서도 들고일어나 그레그 다이크 후보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삼는 캠페인이 전개됐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달리하는 영국 신문들이 논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bbc 사장 선임문제는 갑자기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bbc 경영위원회 내부에서도 다이크 후보의 사장 선임문제를 놓고 경영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으며 장시간에 걸친 단독 인터뷰 끝에 사장 인선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정에 언론을 통한 검증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신문들은 ‘타블로이드’판 대중지와 5개의 주요 고급지(quality paper)로 나뉘어 있는데, 고급지들이 여론형성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신문에는 전문기자제가 정착돼 있어 미디어 담당 기자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이번 bbc 사장 선임과정은 다른 때와 비교해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언론을 통한 철저한 공개검증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인선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으며 특정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한 인선에 따른 구체적 평가방법과 내용은 마치 교황선출 방식에서처럼 비밀스런 베일에 쌓여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의회는 앞으로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bbc 사장 선임방안에 대해 정책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공영방송의 정착을 위해 고단한 길을 걸어온 우리가 먼저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공영방송 사장 선임제도를 만들어 세계의 귀감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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