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장 비평이다 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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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장 비평이다 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5
재연의 구체적 원칙과 기준 세울 때재연프로그램 연출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 승인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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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 <긴급구조 119> 6월 6일자 방송프로그램에서 방송내용이 ‘일부 조작’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kbs에서는 담당pd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고, 방송위원회의 결정을 참고하여 징계의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방송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시청자 불만처리위원회에서 다룰 예정이다.원래 이 사건은 김치공장에서 기계에 오른손이 끼어 다친 것인데, 떡방앗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각색하여 방송함으로써 사고 당사자를 명예훼손 시켰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담당pd는 사건 당사자에게 변경사실에 동의를 구했으며, 제작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상황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긴급구조 119> 프로그램의 경우 사고의 예방과 119대원의 구조상황에 점을 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각색은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최근 한국의 tv프로그램에서 유행처럼 쓰이는 기법이 재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재연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제 역사(<역사스페셜>)나 사건·사고(<공개수배 사건 25시>)뿐만 아니라 추억(), 인생(<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이르기까지 아주 넓게 확산되어 있다. 재연은 영어로는 ‘reenactment’에 해당한다. 재연은 정확한 미학적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벌어진 사건 현장을 촬영하지 못했을 경우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혹은 주장되는 상황을 연출해서 촬영해내는 기법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kbs의 <사건25시>와 mbc의 <경찰청 사람들>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reality program)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인기를 끌면서 이 재연기법이 급격히 확산되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사실의 재연은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관한 문제는 모든 취재, 촬영 케이스에 따라 각각 논의되어야 할 사항으로서 일반화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재연프로그램에서 연출자는 취재과정에서 수집한 자료에 근거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재구성해야 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항상 문제를 안고 있다.첫째, 과거의 사실을 재연하면서 단편적이고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극적 구성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에 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제작자의 주관성은 개인이나 집단의 성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사건을 선택하여 그보다 극적으로 구성하여 제시하려는 재연프로그램의 선정주의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 때로는 제작자의 욕심이 앞선 나머지 사실과 다르거나 있지도 않는 사실을 연출하는 사례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셋째,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교양과 관용과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가 아니다. 어떠한 과거의 사건이건 이것이 극적인 내용으로 방영될 때 어떤 지역, 소속계층, 직업, 그리고 단체의 이미지가 조금만 나쁘게 그려지면 너그럽게 봐주지 않는다.따라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에 우선해야 할 일은 제작자에게 소재 선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재연의 왜곡에 대한 문제는 어쩌면 개별 pd들의 역량 문제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김치공장에서 촬영하기 위해서는 그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기계를 파손시켜야 하는데 현재 책정되어 있는 제작비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한 떡방앗간 기계로 상황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 프로그램에 한 pd가 세 코너를 재연해야 하는 무리한 제작일정도 문제이다. 물론 상황이 모든 것을 변명해 줄 수는 없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pd의 사회적 책임은 언제나 동일한 비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사실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카메라가 있어야 하지만, 중요한 사건의 현장에 카메라가 항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재연의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영상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락프로그램보다 더 경쟁력있는 형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제작의 편의성과 시청의 흥미성 그리고 전달의 효율성만큼이나 왜곡과 선정주의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앞으로 내실을 기한 품위 있는 형식으로 발전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를 통해서 살펴 볼 때, 실체적 진실 파악에 앞서 신문에 보도되거나 방송위원회 등에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pd를 징계하고 문제를 봉합하려는 것은 좋지 않은 해결방법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풍토에서 재연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은 민원을 제기하면 또 문제가 발생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서 각 프로그램마다 자주 사용되는 재연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표현의 가능한 한계를 구체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pd연합회 비평위원회 토론 정리: 황우섭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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