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 KBS 6.25 특별기획 <군용백 속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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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 KBS 6.25 특별기획 <군용백 속의 아이>
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한국 전쟁고아’그 이산의 아픔김찬태KBS 보도제작국
  • 승인 199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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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더블백 속의 아이라…” 야릇한 기분이 스쳤다.6.25특집을 준비하면서 콜롬비아 한국대사관과 분주히 연락이 오가던 지난 4월, 무관은 나에게 마치 소설 같은 얘기 하나를 들려줬다.얘기인 즉,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인 53년 여름, 참전국이었던 콜롬비아의 한 병사가 여섯 살쯤 되는 전쟁고아를 더블백 속에 넣어 데리고 왔는데, 한국이름이 ‘윤우철’이고 지금은 보고타 근처에서 혼자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했지만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소재가 궁하던 차에 이를 어찌 마다하랴. 잠시 잔머리로 얼개를 그려봤다.“현지 취재를 하고 이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온다, 살던 곳도 함께 가보고 혈육 찾는 과정도 담고….” 그럴 듯 했다. “적어도 그렇게만 된다면….” 그러나 그럴듯한 착각임을 안 것은 얼마 뒤였다. 사실을 역추적하기 위해 경찰의 협조를 얻어 그의 형제들에 대한 신원조회에 나섰지만, 하지만 별무소득(別無所得). 또렷이 기억한다는 누나 이름만 해도 무려 53명이 나왔다. 이름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들을 하나하나 추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래 가보자, 여기서 전화통 붙잡고 뭘 더 얻겠나.”“만나보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일단 현지취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더니, 수소문 끝에 구한 현지 코디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라디오통신원인 그는 전에 이 건에 대해 리포트를 한 적도 있고 만나 보기까지 했는데 자기로선 한국인 같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곳 인디오 중엔 그와 비슷한 얼굴이 많다면서 한마디로 취재를 내켜하지 않는 눈치였다. 현지의 무관도 첫번째 제보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데리고 간 당사자가 이 세상에 없으니 달리 확인할 길도 없고…. 할 수 없이 다시 코디를 설득해야만 했다.“외모만 놓고 판단하지는 말자… 함께 건너 온 병사도 있을 거고, 또 양어머니도 찾아보자. 만나보면 뭔가 풀리지 않겠느냐”고.5월 2일, 우여곡절 끝에 낯선 땅 콜롬비아로 날아갔다. 도착 다음날, 그와의 첫 대면. “이 사람이 그 전쟁고아란 말인가?” 당혹스러웠다. 그의 얼굴은 영락없는 인디언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여기까지 와서. 당혹스러웠지만 외모만 보고 예단할 수는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준비해간 질문서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질문이 하나 둘 이어지자 손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한국에서 살지 않고는 도저히 이런 기억을 해낼 수는 없어.”그는 어렸을 적 기억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있었다.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하는 그였지만 그는 분명 한국인이었다. 다시 주변 취재를 시작했다. 양어머니와 당시 함께 배를 타고 왔던 참전용사들의 증언도 들었다. 그리고 그가 한국인임을 증명해주는 유아세례증명서와 1964년 현지 신문에 연재됐던 ‘인간밀수’란 제목의 윤우철 특집기사도 입수했다. 한국인임이 분명해진 이상 이제 남은 건 혈육을 찾는 일이었다.방법은 하나 뿐. <아침마당>팀에 sos를 쳤다. 그리고 윤우철과의 인터뷰 결과를 정리해 보냈다.이틀 뒤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5월 19일 출연 확정”
|contsmark1|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옆에 앉은 형님(나는 윤우철씨를 그렇게 불렀다)은 46년만에 조국에 돌아가는 설렘에 그렇다 손치고, 나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마지막 씬이 교차되기 시작했다.s# 축 처진 모습으로 게이트를 빠져나간다? s# 누군가를 향해 이별을 아쉬워하며 손을 흔든다?신만이 마지막 씬을 연출할 권한이 있는 걸까…. 긴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귀국 3일째 되는 5월 19일, 신은 그날 결코 그와 우리 모두의 소망을 외면하지 않았다. 아침마당에 출연한 윤우철 씨는 46년만에 누나와 상봉했다. 판박이처럼 닮은 형제와도. 그러나 그 상봉은 또 다른 이별을 잉태하고 있었다. 그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5일간의 만남, 그리고 이별.“이 씬 만큼은 정말 찍고 싶지 않았는데….”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하지만 어찌하랴, 또다시 신이 연출하고 있는 이별을.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 그의 마지막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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