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민의 진정한 눈과 귀가 되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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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련< 학원강사 >

|contsmark0|요즈음엔 ‘뉴스’란 단어가 ‘나쁜’, ‘불안한’이란 뜻으로 바뀌었나 싶어 영어사전을 뒤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9시만 되면 국민을 허탈과 불안의 상태로 빠뜨리는 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보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제 충격이었던 사건은 오늘 머릿속에서 잊혀진다. 충격 - 분노 - 허탈 - 새로운 충격 - 이전 사건 망각….국민의 의식을 선도하는 뉴스 보도가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내지 못하고, 사건·인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보도행태가 국민을 ‘불감증’ 환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요즈음의 뉴스 보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방송사 구분 없이 어찌도 그리 똑같은 레퍼토리로 전개되는지, ‘하루에 뉴스는 한 프로만 보면 된다’는 말처럼 오전뉴스나 마감뉴스나 똑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연초에 안기부법·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 집회, 파업 등 노동계의 이유있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각 방송사의 뉴스에는 수출부진과 경영악화 소식과 나란히 파업현장을 보도함으로써 지금의 경제위기가 누적된 경제구조의 모순이 아니라 노동자의 파업 때문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이러한 보도조차 ‘열심히 다시 한번 일해보자’는 내용의 공익광고 캠페인을 무색하게 했던, 3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사라진 한보사태에 묻혀 버렸다. 날치기 통과된 노동법과 안기부법 문제가 뉴스에서 사라지고 한보사태로 뒤덮이는가 했더니 또 다시 황장엽 망명사건과 이한영 피습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놓았다. 때만 되면 언론이 앞장서서 조성했던 ‘공포분위기’는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한영 피습사건에 대해 ‘황장엽 망명에 대한 북의 보복조치’라는 둥 ‘간첩의 소행’이라는 둥 객관적인 증거도 확보하지 않은 채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으며, ‘간첩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보도는 그야말로 한토막의 전달사항으로 끝내 버렸다.지금은 어떤가. 날치기 노동법과 별로 달라진 것도 없이 여야의 정치타협으로 통과된 노동법 재개정보다는 최형우 의원의 뇌졸중이 훨씬 더 중요하다. 친절하게도 뇌졸중이란 병에 대해서까지 상세히 설명해주면서도 개악된 노동법으로 인해 해고되어 생활의 방편을 잃어버린 사람들, 무노무임으로 몇천 원만 달랑 든 월급봉투를 받아야만 하는 노동자의 생활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의 정책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국민의 의식을 이끄는 뉴스 보도에 더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방송보도는 진실이 생명이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 중요한 사건들을 충격적이고 선명함만 실어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그러나 지금의 뉴스를 보며 우리 사회를 뿌리째 흔들만한 대사건들에 대한 진지하고도 끈질긴 접근, 발본적 수술이나 해결책 제시에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그저 ‘현상’을 좇기에 급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각 방송사의 9시 뉴스가 시청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건강 관련 기획특집 등 아이템 개발에 열심이라고 한다. 시청자의 다양한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보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냉철한 비판의 시각이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권력과 자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귀와 눈과 발이 되는, 사회의 깨어있는 감시자로서의 뉴스보도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시청률 확보의 가장 쉬운 길임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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