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1|5. 편집의 실제1) 비유와 상징의 몽타주메시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상징과 은유에 실어 비밀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은 관객과 감독사이에 은밀히 교감되는 고도의 지적(知的)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은 예술파 감독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법으로서 몽타주를 비유, 상징 이미지의 충돌을 통한 제3의 의미 창조라고 주장한 에이젠스타인의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나라야마 부시코’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게사기찌와 마쓰양이 숲 속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의 격렬한 몸짓에 놀란 듯 발 밑에 있던 나물 바구니가 넘어지고 섹스에 탐닉하고 있는 남녀의 가쁜 호흡 소리와 함께 몽타주 되는 뱀의 교미장면… 잠시후,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의 모습 너머로 두 사람의 몸짓이 아련하게 보이고 이어 개구리의 교미 장면이 몽타주 된다. 감독이 연출 노트에서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인간도, 새도, 짐승도, 곤충도 여기에서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한정된 생명에 대해 최선을 다 한다”라는 주제가 종족 보존이라는 원초적 행위를 하고 있는 인간과 동물의 치열한 몸짓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마무라의 몽타주는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을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게 함으로써 결국 서로는 동질의 삶을 살고 있으며 동일한 생명체로서의 존엄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 준다.▷‘한밤의 카우보이’ (감독 : 존 슐레진저)남창(男娼)으로 나선 텍사스의 시골뚜기 조 버크(존 보이트)가 뉴욕 뒷골목에서 하루 종일 허탕만 친 끝에 마수거리 손님으로 간신히 낚은 여자는 실은 창녀이다. 두 사람은 서로 손님을 낚았다고 생각하며 화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동상이몽의 성행위를 한다. 여기서 슐레진저 감독의 탁월한 연출 솜씨가 발휘된다. 침대 위에서 정사를 벌이는 두 남녀의 행위에 의해서 침대 밑에 놓여 있는 리모콘이 눌러지고 리모콘 작동에 따라 tv모니터가 켜진다. 섹스의 리듬에 박자를 맞추듯 tv화면이 리드미컬하게 변화되고, 이윽고 절정을 향하고 있는 두 남녀의 숨이 턱에 닿을 듯한 신음 소리와 함께 화면도 빠르게 변화된다. 섹스를 하는 남녀, 그리고 리모콘과 tv모니터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정사 장면을 우회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직접묘사보다 더 박진감 넘치게 표현한 절묘한 편집이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임권택 감독의 ‘안개마을’에서도 이와 유사한 몽타주가 구사되고 있다. 물레방앗간에서 여교사 수옥(정윤희)이 깨철(안성기)에게 겁탈 당하는 장면에서 꽁꽁 얼어붙어 있던 물레방아가 얼음이 녹으면서 스르르 돌아가는 모습을 몽타주시켜 성행위를 통해서 둘 사이에 정신적인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상징화시켰다.
|contsmark2|이 밖에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스에서 양떼들의 행렬과 공장으로 출근하는 공원들의 모습을 대비시킨 몽타주로써 거대한 기계화 사회에서 순한 양떼처럼 맹목적으로 끌려 다니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였고, 배용균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불, 연기, 수증기, 비를 매치시킨 몽타주로서 불교적인 윤회사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한 여자에 대한 남자의 병적인 사랑과 집착을 추적한 제니퍼 린치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에는 두 다리를 잘리고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는 여 주인공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새장 속에 갇힌 새의 날개 짓을 비유시킨 인상적인 몽타주가 기억에 남는다.극한에 처한 인간군상의 광기가 번뜩이는 코폴라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는 암살명령을 받은 마틴 쉰이 말론 브란도를 처단할 때 작두 칼로 소를 처 죽이는 장면을 삽입시켜 에이젠스타인이 ‘파업’에서 선 보였던 ‘인간도살’이란 명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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