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24시 - 노조전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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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24시 - 노조전임 PD
방송환경 근본문제 해결 위해 노심초사
  • 승인 1999.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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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노조전임자로 일하는 pd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나서서 일하는 것이 지금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고생한다고 ‘티’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종사자 모두의 숙원인 방송의 민주화와 방송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일선에 노조가 있었고 그 속에서 고생하는 이들 pd들을 만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contsmark1|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pd들이 왜 노조에 나와서 ‘외도’를 하고 있는가. 노조전임자로 일하게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들은 웃으면서 ‘등 떠밀려서’라고 답한다. 그러나 조합원으로서 노조전임으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pd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pd는 노동자다. 노조는 권익을 지키는 유일한 단위이고 전부는 아닐지라도 의미 있는 조직이라면, 조합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mbc노조 이근행 홍보국장)이렇게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지만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얻는 고충과는 또 다르다. 현업에 있는 동안 겪는 고충이 편집과 촬영, 계속되는 밤샘작업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고 직접적인 스트레스라면, 노조는 커다란 흐름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현업이 하루하루 부딪히는 것이라면, 노조 일은 호흡이 긴 스트레스다.”(언론노련 박인규 정책국장, kbs)이러한 노조경험은 알게 모르게 개개인의 pd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프로그램에 갇혀 있다가 조금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노조 일을 하게 되면 많은 고민들을 안고 산다. 프로그램 속에서 보단 조금은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삶의 장을 잠시 ‘떠나’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되새기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시각의 폭을 넓혀 균형 잡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전 kbs 노조전임 pd)“더 많은 pd들이 노조에서 일하게 된다면 더 많은 보람을 가져갈 것이다.”(ebs노조 김광범 사무국장)또, 타 직종 사람들과 이제까지와는 다른 통로로 접하게 되면서 현업에 복귀했을 때 제작 메커니즘을 파악해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방송은 각 부분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당연한 사실도 재확인하게 된다는 것.“타 직종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노조활동이 회사 전반에 대한 운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sbs노조 오기현 위원장)노조전임자로서의 활동이 이렇게 도움이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전임을 ‘쉬러간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현업에 돌아가면 ‘경직되어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현업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받기 때문에 현업에 복귀했을 때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 노조전임 pd들이 겪는 힘든 일 중에 하나다. 노조전임자로 있는 한 pd는 “프로그램을 할 때는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게 되지만 노조일은 원칙과 명분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조합활동을 하면 당연히 겪게되는 것이다. 누가 노조에 오더라도 이러한 변화를 겪는다면 이것은 숙명이다”라고 말한다. ‘경직되어’ 돌아가더라도 이들 노조전임 pd들은 “공익성을 담보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방송을 위해 노조는 합리적인 명분과 원칙을 고수해야”(kbs노조 공추위 최철호 간사)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들이 활동하는 ‘명분’이고 의무라는 것이다. 또, 노조 일을 하다보면 방송사 구성원과 불편한 관계에 처하기도 한다. 도제식의 상하관계가 뚜렷한 pd사회에서 선배와 면전에서 대립해야 하는 상황이 인간적으로 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주된 대립대상이 고위 경영진이기 때문에 조직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변질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을 곱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진다.
|contsmark2|‘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는 없다.’노조전임자 pd들에게 적절한 말이 아닐까. 그들이 특별하다거나 뛰어나다는 말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보람으로 ‘업’으로 여기면서 노력하는 것에 격려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현업에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겪는 부당한 제재나 간섭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노조에 있으면서 그러한 문제를 근본적인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ebs노조 사무국장 김광범)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러나 이들 노조전임자 pd들은 방송환경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방송 제작여건이나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보람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이들 노조전임자 pd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조합원들과 함께 급전환된 새로운 국면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시 커다란 숙제를 안은 채 사람 속에서, 방송 속에서 발로 뛰고 있다. <이대연>|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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