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연재 윤미현 PD의 영상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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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연재 윤미현 PD의 영상경제학
자동차는 파는데, 왜 프로그램은 못 파는 걸까?정부 영상산업진흥책의 허와 실
  • 승인 199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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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글 싣는 순서1. tv프로그램 수출 가능성2. 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3. 프로그램의 판권 소유4. 주시청시간대 독립제작사 프로그램 의무편성의 문제5. tv 시장의 독점과 경쟁
|contsmark1|윤미현mbc교양제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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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이번 호부터 5회에 걸쳐 ‘윤미현 pd의 영상경제학’을 연재합니다. 필자인 윤미현 pd는 86년 mbc에 입사한 후 1997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텔레커뮤티케이션 과학·경영·정책’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mbc 교양제작국에 재직중입니다. 프로그램을 경제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심도 있는 논의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
|contsmark4|pd라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한국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았으면 하고 꿈꾸었으리라. 그리고 세계 시장이 한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냉대하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혹은 분노를 느낀 pd들도 있으리라. 그리고 한 번쯤 되물어 보았을 지도 모른다. “왜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 내다 파는데, 영화나 tv프로그램은 못 파는 걸까?”
|contsmark5|문화관광부는 의무 외주제작비율 확대, 독립영상제작사 육성을 통해, “영상산업진흥, 프로그램 수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내에서도 90년대부터 tv프로그램의 멀티-마케팅(multi-marketing)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영상산업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무리들은 “영화 쥬라기공원이 벌어들인 돈이 1년 동안 현대 자동차를 수출해 번 돈보다 많다”며 영상산업의 중요성, 나아가 영상물 수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표어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프로그램 수출은 기슴 뛰는 일이고, 영상산업은 미래를 약속하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수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contsmark6|지난 98년 봄학기 미국 노스웨스턴(northwestern)대학교에서 스티븐 와일드먼(steven wildman)교수의 비디오 경제학(video economics)라는 강의를 두 개 들었는데, 그때 나의 화두는 ‘세계시장 속의 우리 프로그램’이었다. 와일드먼 교수에 따르면 tv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영상산업물이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한국을 포함한 보다 작은 시장으로 일방적으로 수출이 되고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와일드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영상물의 특징인 일방흐름(one-way flow)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일방흐름의 비극은 바로 자동차와 쥬라기공원이라는 두 가지 상품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서 시작된다.
|contsmark7|1. 자동차와 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른가?영상물은 여타의 상품과는 다른 상품임을 명심해야 하는데, 상품은 크게 공공재(public goods)와 사적재(private goods)로 구분할 수 있다. 빵과 같은 상품은 내가 빵을 먹어 치우면 다른 사람이 그 빵을 다시 먹을 수 없지만, 공공재는 한 소비자가 그것을 소비한다고 해도 이것이 다른 소비자의 소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영화와 tv 프로그램 같은 영상물이 바로 이러한 공공재이다. 물론 자동차는 사적재다.
|contsmark8|100원짜리 빵을 100명이 먹을 때나 100원짜리 빵을 10,000명이 먹을 때나 소비자 각각이 누리는 그 빵에 대한 효용은 두 경우 똑같이 모두 100원이다. 그런데, 영상물의 경우 가시청인구(potential audience)가 십만 명일 때와 천만 명일 때는 셈이 달라진다. 즉 공공재인 영상물의 경우 사적재와는 달리 제작비의 규모가 시장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가시청인구가 큰 프로그램의 제작비 최적 이윤 예산은 가시청인구가 작은 프로그램보다 더 크고,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는 그만큼 고제작비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어 시청자의 복지 또한 증가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헐리우드 영화만이 세계를 점령하고 다른 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 걸까?
|contsmark9|2. 영상물의 일방흐름 (one-way flow)영상물의 무역역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1992년 미국이 370억불을 유럽 시장에 수출했지만 유럽으로부터 미국이 수입한 것은 단지 3억불에 지나지 않는다 100:1의 장사다. 영상물의 세계 시장은 언어, 문화권 등으로 이루어진, 보다 작은 언어 시장(language market)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언어 시장의 규모는 그 언어를 쓰는 인구와 그 나라의 경제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1위는 영어 시장, 2위는 일본어 시장, 3위는 독일어 시장이고…. 한국어 시장 규모는 영어 시장의 1/44, 일본어 시장의 1/18이다. 따라서, 영어 시장은 영어를 쓰는 인구와 1인당 gnp 규모가 커서 가장 큰 언어 시장을 구성한다. 중국은 10억 인구이지만 1인당 gnp가 낮아 영어권보다 언어 시장 규모가 작다. 영상물의 경우는 최적 이윤 예산비 규모가 자국의 가시청인구, 즉 자국 언어 시장의 시장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영어 시장의 큰 규모가 바로 헐리우드 영화가 거대한 제작비를 투자할 수 있는 이유이다.
|contsmark10|이러한 일방흐름의 두 가지 기본 전제는 ①사람들은 더빙되거나 자막을 사용한 영상물보다 자국어로 되어 있는 영상물을 선호하며, ②프로그램의 질이 뛰어난 영상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한국으로 넘어 올 때, 자막 처리 혹은 더빙되는 약점은 있지만 질이 뛰어나 이러한 언어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은 미국 시장에서 언어 장벽과 프로그램의 질이라는 이중적인 약점을 지니게 되어 미국 시장으로의 진입이 힘들다는 것이다.와일드먼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실망한 한 한국 학생(사실은 전직 kbs pd이자 나의 남편인 정성욱)이, “그렇다면, 한국 영화나 tv프로그램을 미국에 수출할 방법은 정말 없나요?”라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와일드먼 교수는 심각하게 우리를 쳐다보았다. -와일드먼의 d-85 강좌에 정식 등록한 학생은 단 3명뿐인데 모두 한국인이었고 우리 부부가 그 3명 중 2명이었다. 눈을 반짝이는 정성욱을 향해 와일드먼 교수는, “애를 많이 낳는 수밖에 없지”라고 대답했다. 즉 인구를 늘리라는 것이다. 조금 있다 와일드먼 교수가 덧붙였다. “아니면 아주 부자가 되거나.” 한국어 시장이 증가하지 않는 한, 한국의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세계 시장에서 가질 힘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ontsmark11|세계 영화시장에서 호주나 영국을 성공적인 미국 진출 예로 드는데 이 두 나라 모두 영어권에 속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는 적절치 않은 예이다. 더구나 이들 국가들은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수출도 쉽지만 역으로 미국 영상물이 그대로 넘어 들어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가 영어권에 속하지 않아서 좋은 점은 언어 장벽이 있어서, 우리 프로그램의 질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미국 영상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은 자국성이 영화보다 강하고, 미국과 한국의 프로그램 가격차(질)가 영화에 비해 작아서, 수입 대체가 영화보다 더 쉬운 점이 있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90%이상이 우리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바로 수입대체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수입대체는 우리의 경제발전, 즉 한국어 시장 규모의 성장과 비례해서 일어났다.
|contsmark12|그러나 수출은 여전히 먼길이다. 따라서 영상물의 경우,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는 수정되어야 한다. 수출이전에 수성, 혹은 수입대체가 1차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다윗이 지혜로 골리앗을 쳐부수는 일은 영상시장에서는 없다. 단지 다윗이 지혜를 다하면, 죽음은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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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3.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영상물의 흐름이 가장 큰 언어 시장인 영어 시장으로부터 시작해, 아래로 흐른다면, 우리는 세계시장의 중간 정도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보다 영상흐름의 아래단계에 있는 보다 작은 시장을 수출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한국보다 언어시장이 작으며,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들,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 영상물의 해외 수출 대상이 될 것이다.
|contsmark15|드라마의 경우, 동남아 시장과 중국 시장에서 우리의 드라마가 인기인데, 이들 나라에 비해 우리가 더 좋은 질(비싼)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사랑이라는 보편언어를 토대로 한 만큼 언어(문화)시장 장벽이 다른 프로그램 타입에 비해 낮고, 미니시리즈 등은 여러 편이어서 세계영상시장의 판매관행인 ‘패키지(package)화’가 쉽다. 중국은 우리보다 큰 시장에 속하지만, 약 1000개의 지역방송사들로 시장이 파편화 되어 있어서 이들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비가 우리 프로그램보다 싸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은 우리보다 가난한 관계로 프로그램 편당 제작비 구입가는 당연 저렴할 수밖에 없고, 수출로 번 돈은 그리 크지가 않다.
|contsmark16|다큐멘터리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자국성이 강한 상품이라 수출이 잘 안 된다. 우리야 3.1절 특집으로 의미를 찾으며 유관순을 만들겠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왠 유관순? 안네프랑크라면 모를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연다큐멘터리처럼 보다 보편적인 소구력을 가지고 편당 제작비가 비싼 제품은 수출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워낙 제작비 단가가 비싸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자연 다큐는 우리보다 큰 시장에서는 지상파보다 아래단계의 창구인 케이블채널에 더 잘 팔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세계시장에서 별 관심이 없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이고 프로그램 시장자체가 크지 않다. 즉 틈새시장은 공략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별 돈이 안 된다.
|contsmark17|와일드먼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어깨에 힘이 빠졌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pd가 되겠다는 나의 야심에 찬 꿈은 그해 봄학기를 끝내며 버렸다. 행여, 드라마와 일괄판매(bundling)하면, 동남아로 갈 수는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나의 절망은 언어시장 2위인 일본의 프로그램이 미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위로 받기로 했다. 자동차는 내다 팔지만 영상물은 힘들다는 것,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toyota camry)가 미국시장에서 잘 팔리는 모델이지만, 일본의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성적 1위인 적은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 아닐까?|contsmark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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