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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인문학, 장사꾼 취급 안돼”

MBC 한중수교 15주년 특별기획 〈황하〉(연출 이정식·조준묵)가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월 24일 시작된 10부작의 대장정이 끝나는 것이다.

제작 기간 1년 반, 제작비는 무려 15억 원이 들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황하〉는 방송과 함께 황하 전역 탐사기를 담은 사진화보집을 발간한데 이어 DVD 제작을 서두르며 해외 판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황하'의 한 장면. 해발 1400미터의 황토고원에서 펼쳐지는 천인요고 공연. ⓒMBC

이처럼 다큐멘터리로는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MBC의 야심작 〈황하〉. 하지만 〈황하〉의 시청률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최고 시청률 6.8%, 최저 3.9%, 평균 시청률도 5.3%에 그쳤다(9회까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서였을까? 재미 여부는 제작진도 일부 인정한다. “건조하게 만들어서 시청률이 낮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황하 유역의 민족과 문명을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접근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어렵게 만든 탓도 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특성이나 결함보다 〈황하〉의 불규칙적이며 늦은 밤 시간대 편성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황하〉의 첫 회 방송 시간은 2월 24일 토요일 밤 10시 50분. 2회와 3회는 다음날 밤 10시 50분부터 연속 방송됐고, 4회는 3월 3일 토요일 밤 11시 40분에, 5회는 다음날 밤 11시 40분에 방송됐다. 1회부터 5회까지 토요일, 일요일에 불규칙적으로 방송된 〈황하〉는 6회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 40분에 고정 편성됐다. 제작진은 “최악의 편성”이라고 평가한다.

오후 11시 40분 편성이긴 했지만 3회~6회 등의 실제 방송은 자정을 앞둔 11시 55분에 시작됐다. 3회 시청률은 3.9%로 최저 기록이었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좋은 방송이지만 평일을 앞둔 일요일 밤 늦게 방송돼 시청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병마용갱 발굴 복원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황하' 제작진. ⓒMBC

문제는 〈황하〉만이 아니다. 〈황하〉가 편성된 시간대는 ‘MBC 대표 다큐멘터리’ 〈MBC스페셜〉이 방송되는 시간. 〈MBC스페셜〉의 ‘찬밥 대우’가 〈황하〉와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MBC스페셜〉이 ‘시청 사각지대’로 밀려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4년 가을~2005년 봄 일요일 밤 10시 35분에 방송됐던 〈MBC스페셜〉(〈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교대 편성)은 이후 밤 11시 30분으로 한 시간 가까이 밀려나더니 급기야 올해 들어선 11시 40분에 방송되기에 이르렀다. 토, 일 오후 8시 〈KBS스페셜〉, 일요일 밤 11시 〈SBS스페셜〉에 비해 한참 늦은 시간이다. MBC 다큐멘터리 PD들은 “최문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평가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로 〈MBC스페셜〉 시간에 편성되는 특집 다큐멘터리도 호의적인 편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특집 다큐멘터리를 하는 PD들이 〈MBC스페셜〉 시간대 편성을 피하려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MBC스페셜〉은 시사교양 PD라면 누구나 원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하지만 “우리끼리 서로 열망하면서도 홀대 받으며 밀려나야 하나”하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편성 시간대가 이동하면서 〈MBC스페셜〉이 다루는 주제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횟수는 이전보다 줄어들고 생활형 소재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방송된 주제를 보면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 ‘내 아이의 밥상’, ‘여자와 드라마’, ‘태권V 날개를 펴라’, ‘도박 중독’ 등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소재들이 눈에 띈다.

“〈MBC스페셜〉의 시간대가 밀려나면서 일요일 밤 시청층에 맞는 아이템을 잡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요일 밤 시간대 시청층을 분석해 보면 50대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다큐멘터리 PD는 “시간대를 밀어놓고 일요일 밤 시장을 개척하라고 하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며 “앞으로 덜 중요하면서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아이템을 찾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하'의 5.1채널 음향 작업 현장에서. 이정식(왼쪽), 조준묵 PD

의욕적으로 작품성을 추구하며 좋은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으면 “〈MBC스페셜〉의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조준묵 PD는 “MBC 다큐멘터리는 KBS, SBS와 다른 작풍이 있었는데 그 색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하〉의 경우 해외 수출 등의 부가 판매로 부족한 광고 수입을 채울 수 있다지만 시청자에게 다가서는 MBC 다큐멘터리의 현실적인 위기감은 크다.

조준묵 PD는 “다큐멘터리가 수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변방 시간대에 넣어놓으면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PD는 “다큐멘터리는 일종의 ‘인문학’”이라며 “인문학에 대한 투자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도 당장 장사꾼 역할을 할 수 없는 인문학에 투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장사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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