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식 PD의 드라마 연출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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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식 PD의 드라마 연출론 14
전혀 다른 공간이 동일한 공간으로 보이는 효과편집의 실제 - 시선일치의 몽타주최상식 KBS 드라마제작국장
  • 승인 199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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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3) 시선일치의 몽타주편집을 하다보면 그림이 붙지 않아서 애를 먹을 때가 있다. 대개 촬영할 때 중요한 쇼트를 빼 먹었거나 아니면 찍어 온 쇼트들의 시선 방향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시선일치(eyeline match)는 편집의 기본이다. 가령 한 남자가 어딘가를 보고 있는 쇼트와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오고 있는 쇼트를 연결시키면 우리는 관습적으로 그 사람이 여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남자의 시선방향이 위를 향하고 있다면 카메라는 여인을 앙각(low angle)으로 잡아야 할 것이며 반대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다면 여인을 부감(high angle)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시선의 방향에 맞추어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야만 관객은 등장인물이 어디에 있으며 누구를 보고 있고 또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베르토프는 ‘무비 카메라를 든 남자’에서 카메라의 렌즈를 인간의 눈과 동일시하고 눈의 움직임에 따라 렌즈가 대상을 추적해 가는 실험을 하였다. 눈이 바라보는 대로 카메라는 자유스럽게 움직이면서 대상을 사각, 앙각, 부감으로 다양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눈 깜박임에 따라 보이는 대상도 깜박이게 편집하였다. 눈을 깜박이는 속도에 따라 편집속도를 점차 증가시켜 나가다가 마침내 섬광처럼 점멸하는 쇼트들을 현기증 날만큼 빠르게 몽타주시켜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가 완전 합일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하였다.영화 ‘졸업’에는 로빈슨 부인이 이웃집 청년 벤자민을 유혹하는 장면이 있다. 손지갑을 갖다 달라는 부인의 부탁을 받고 무심코 이층 방으로 올라가는 벤자민. 그가 막 방안으로 들어선 순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로빈슨 부인. 놀라 도망치려는 벤자민을 가로막으며 소원을 들어주기 전엔 보내줄 수 없다고 버티는 부인, 보내달라며 애원하는 벤자민의 시야에 농익은 여체의 소중한 부분들이 눈부시게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주인공의 혼란 된 시야에 비쳐지는 여체의 단상들을 전광석화같이 빠른 쇼트들로 몽타주(flash cutting)하였다. 당혹과 호기심이 뒤섞인 더스틴 호프만의 시선에 벌거벗은 여인의 가슴과 아랫배를 보여주는 쇼트가 0.1초 정도의 극히 짧은 템포로 플래시된다. 관객이 형체를 식별하기 힘들 정도의 찰나적 시간이다. 이왕 보여 주려면 좀더 길게 보여주지…라는 불평이 나옴직도 하다. 만일 그렇게 편집하였다면 외설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마이크 니콜스감독은 절제된 편집과 세련된 영상미로 자칫 외설로 갈 수 있는 장면을 예술로 승화시켜 놓은 것이다. 클레쇼프는 몽타주를 통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①모스크바의 거리. 두 남녀가 만나 악수를 나눈다. 화면 바깥쪽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야로 ②워싱턴에 있는 백악관의 전경. ③모스크바 성당의 거대한 계단을 오르고 있는 두사람. 이처럼 서로 다른 곳에서 촬영된 쇼트들을 편집한 결과 뜻밖에도 두 사람이 워싱턴의 백악관 근처에서 만나 백악관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몽타주에 의해서 러시아와 미국이란 현실의 공간은 의미를 잃고 새로운 영화적 공간이 탄생된 것이다. 이처럼 몽타주를 이용하여 가공의 현실을 만들어 내는 기법을 ‘클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라고 부르며 오늘날 현대영화에 있어서도 이 기법은 널리 애용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스크바 거리의 두 남녀가 바라보는 시선에 맞추어서 백악관의 전경을 몽타주 한 것이다. 즉 시선일치의 몽타주를 통해서 모스크바와 워싱턴은 비로소 한 공간 속에 융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새’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코크) 식당 유리창을 통해 건너편 주유소를 바라보는 멜라니. 문득 긴장한다. 주유탱크에서 기름이 새고 있고 한 고객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막 성냥불을 켜든 순간이다. 창문을 열고 조심하라고 고함을 지르는 멜라니, 깜짝 놀란 사나이가 성냥불을 끄려는 순간 확하고 번지는 불길. 순식간에 사나이는 불길에 휩싸이고 주유소는 화염의 도가니가 된다. 여기서 주유소와 식당은 각기 다른 곳에서 촬영된 것이며 촬영시간도 다르다. 식당장면은 스튜디오에 세트를 세워서 촬영하였고 주유소는 야외에서 촬영하였다. 그러나 멜라니의 시선방향과 불길이 번지는 주유소를 교묘하게 일치시킨 히치코크의 마술적인 몽타주를 통하여 전혀 다른 곳에서 촬영된 두 개의 장면, 즉 식당과 주유소가 동일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존재할 수 있게된 것이다. ‘춘향전’ (연출 : 최상식)춘향이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별당 담장 밖을 살포시 내다보면 멀리 정자에서 글을 읽고 있는 이몽룡의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 이 장면은 드라마 속에서 춘향이가 처음 소개될 뿐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이몽룡과의 숙명적인 사랑을 암시해 주는 중요한 대목으로서 연출로서는 놓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막상 촬영을 하려니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경북 성주의 한 고택에서 춘향의 별당으로 안성맞춤인 곳을 발견하였으나 근처에 정자가 없었다. 별수 없이 그곳에선 춘향이 담장 밖을 바라보는 장면만 찍었고 이도령이 글을 읽는 정자는 충북 단양의 소쇄원에서 촬영하여 역시 시선일치의 몽타주를 이용하여 아쉬운대로 이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 클레쇼프 효과는 이처럼 제작현장에서 촬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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