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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훔치기’에 능숙해야 유능한 감독 편집의 실제 - 시간의 처리Ⅰ

|contsmark0|● 글 싣는 순서제1장 영상의 창세기1. 영화의 탄생 / 2. 영화 문법의 태동제2장 셔레이드1. 셔레이드란 무엇인가2. 무성영화시대의 셔레이드(1) (2)3. 신체언어를 통한 셔레이드(1) (2)4. 소도구를 이용한 셔레이드5. 상징요소를 이용한 셔레이드6. 셔레이드의 유형별 해부 1)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위한 셔레이드 2) 인물관계와 상황에 대한 셔레이드 3) 장소에 대한 셔레이드제3장 몽타주1. 몽타주의 개념2. 편집기법의 발달3. 소련의 몽타주 이론4. 편집의 원리5. 편집의 실제제4장 미장센1. 롱테이크 기법 / 2. 포커스 기법3. 조명과 색채 / 4. 기타
|contsmark1|최상식 kbs 드라마제작국장
|contsmark2|4)시간의 처리Ⅰ고전적 헐리우드 영화는 오랜 시간이 경과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페이드나 디졸브 같은 장면전환 장치에 많이 의존했다. 그러나 빠른 템포와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 현대영화에 있어서 감독들은 그런 느슨한 장치를 이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대담한 커트로서 시간과 공간을 재단하길 좋아한다. 스탠리 큐브릭은 ‘2001 우주여행"에서 유인원 원숭이가 공중으로 던진 길다란 뼈다귀에 우주선을 커트시켜 원시 시대에서 초과학의 시대로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비약을 시도하였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불과 2시간 30분에 불과하지만 스크린 속의 시간은 인간이 진화해온 수백만년의 세월에 해당된다.
|contsmark3|이와는 반대로 영화 ‘아울크릭의 다리에서 생긴 일"은 1시간 30여분에 이르는 상영시간이 불과 몇 분 사이에 일어난 일로 이루어져 있다. 『다리 위에 한 사나이가 묶여 있고 사행집행을 하기 위한 병사들이 도열해 있다. 집행관의 신호와 함께 병사들이 총을 겨눈다. 순간 사나이는 강물로 뛰어든다. 그 위로 무수히 쏟아지는 총탄들. 강물 속에서 가까스로 포승을 푼 사나이는 천신만고 끝에 고향집에 도착한다. 멀리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를 부르며 달리는 사나이. 마주 달려오는 아내. 사나이는 아내의 품속에 안긴다. 순간 “발사!" 하는 소리와 함께 퍼뜩 정신을 차리는 사나이. 그는 여전히 다리 위에 묶여 있고 병사들의 총구는 일제히 불을 뿜는다.』 이 모든 것은 찰나적인 순간에 일어난 사나이의 상상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영상의 세계에선 시간의 축소와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이동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눈"처럼 영화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교묘히 일치시킨 작품도 존재한다. 영화의 내용이 오전 10시 반경에서 정오까지에 일어난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영시간도 대략 1시간 30분으로 맞추어져 있다. 공간처리가 미장센의 요체라면 시간의 처리 문제는 몽타주의 핵심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선 시간 훔치기를 잘하는 감독이 곧 유능한 감독이란 등식이 통용되고 있다. 생략과 비약, 확장과 축소, 시간이동 등의 기법들을 실제 작품을 통해서 음미해 보기로 하자. ■ 시간의 생략과 비약
|contsmark4|▷ ‘아라비아의 로렌스’ (감독 : 데이비드 린)로렌스(피터 오툴)가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 본다며 켜 들고 있던 성냥불을 훅 불어서 끄는 순간 여명의 태양이 붉게 빛나는 아라비아 사막이 장렬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처녀의 속살처럼 부드러운 모래 언덕 사이로 작은 점처럼 나타나는 로렌스와 안내자의 모습이 보인다.작은 성냥불과 거대한 태양, 꺼짐과 밝아옴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환상적인 몽타주로써 로렌스가 영국군 막사에서 아라비아 사막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생략하였다. 유려한 장면전환의 본보기로서 스필버그를 비롯한 젊은 감독들의 격찬을 받은 명장면이다.
|contsmark5|▷ ‘시네마 천국’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은퇴한 영사기사 필립 느와레는 자기 대신 영사기사가 된 어린 토토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한다고 충고해 주며 장갑 낀 손으로 소년의 눈을 가린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소년의 얼굴에서 손을 때면 청년으로 성장한 토토의 얼굴이 드러난다. 토토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몽타주를 통하여 한순간에 처리한 착상이 돋보인다.
|contsmark6|▷ <이어도> (연출 : 최상식)<이어도>는 탐라 여인들이 꿈에도 그리는 이상향이다. 해녀 김녕댁(염복순)은 물질을 하다 파도에 떠밀리어 꿈결인 듯 이어도에 도착한다. 그곳엔 노동의 질곡도 없고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도 없는 여인천국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그리워 그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주도로 돌아온다. 허나 이어도에서 보낸 며칠동안에 속세에선 수십 년이 흘렀고 남편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는 바닷가에 나와 남편을 목매어 부르다 숨진다.젊은 아낙이었던 주인공이 늙어서 죽기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묘사할까 꽤 고심한 부분이다. 결국 주인공의 얼굴과 파도를 교차시키면서 파도에서 얼굴로 커트 어웨이(cut away)될 때마다 조금씩 늙어가게(분장을 통해) 처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헨리와 준’(감독 : 필립 카프먼)침실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는 남녀의 거친 호흡 소리와 자전거를 타고 숲 속을 달리는 주인공들의 거친 호흡 소리를 교묘하게 일치시켜 몽타주함으로써 관객은 장면전환의 순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였다. 영상과 음향을 조화시킨 몽타주의 좋은 본보기다.▷ ‘졸업’ (감독: 마이크 니콜스)로빈슨 부인과 불륜의 관계에 빠졌던 벤은 그녀의 딸 이레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됨으로써 갈등하게 된다. 그러나 엄마와의 관계를 알게된 이레인은 벤의 사랑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생각다 못한 벤은 진드기 작전을 벌여 강의실 복도까지 따라 붙으며 결혼하자고 때를 쓴다. 곧 강의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이레인은 강의실로 들어간다. 홀로 남겨진 벤. 다시 종강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강의실 문이 열리면서 이레인이 나온다. 다시 따라 붙는 벤…. 두 번의 벨소리를 이용하여 지루한 강의시간을 일거에 생략해 버렸다. 효과음을 이용한 이런 과감한 생략기법은 이전에는 생각도 못할 혁명적인 몽타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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