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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영화는 ‘오락’이 아닌 ‘일’

|contsmark0|kbs <시네마데이트>,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퀴즈 영화탐험>, sbs <접속 무비월드>, ebs <시네마천국>.영화를 소개하고 영화를 분석하고, 영화에 대한 퀴즈를 푸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마다 나름대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방송된 직후, 동네 비디오 가게에는 방송된 영화를 찾는 발길이 더욱 분주해기도 한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ebs <시네마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립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외주 프로그램이라는 것과, 99년 봄 개편과 함께 등장한 sbs <접속 무비월드>를 제외하고는 외주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아 길게는 6년, 짧게는 3년을 장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영화 프로그램이 주로 독립제작사에서 제작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정보 프로그램 pd 대부분이 <출발 비디오 여행>의 성공을 우선적으로 꼽는다.“<비디오 산책>으로 시작한 <출발 비디오 여행>이 이렇게 롱런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출발…>의 성공을 소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시네마데이트> 21포럼 박종엽 pd)“영화 정보 프로그램은 시작해서 일정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그간의 자료축적 및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외주제작사도, 제작하는 pd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출발 비디오 여행> 세중미디어 김태욱 pd)또 한편으로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이 특별한 촬영장비나 기술이 필요없는, 고도의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독립제작사에서 제작하는 큰 이유가 된다.“영화라는 완제품을 대상으로 편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손이 간다. 결국 pd와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에 프로그램의 질이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박종엽 pd)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교양성’과 ‘시청률’의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성과가 없으면 가차없이 간판이 내려지는’ 현재의 방송풍토에서 외주 pd들에게 ‘시청률’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프로그램의 존재이유가 되기 때문이다.“영화 매니아들은 곧잘 예술영화나 제3세계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요구하곤 한다. 그러나 기획의도에 충실하게 ‘정도’만 걷다 보면 시청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청률을 위한 아이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김태욱 pd)“방송이 대중매체인 이상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예술영화는 모두 작품이고, 헐리우드 영화는 모두 시간때우기용이라는 편견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술영화도 오락 영화도 잘 만든 것과 못 만든 것과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박종엽 pd)“영화 역시 대중이 즐기는 ‘오락’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 대해서 지나치게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 또한 하나의 ‘편견’일 수 있다.”(<접속 무비월드> y&b 김문배 pd)영화정보 프로그램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고, 또한 시청자들과의 교감이 활발하다는 것이 프로그램에서 윤기를 더해주기도 한다.ebs <시네마천국>의 경우 각 pc통신마다 ‘시네마천국 동호회’가 조직되어 자체적으로 시사회를 가지는 등 시청자들의 자체적인 모임도 활발하며, kbs <시네마데이트> 역시 시청자 시사회를 매달 갖고 있다. 프로그램 동호회에서 활동하다 프로그램 작가로 발탁된 경우도 있는데(ebs <시네마천국>) 이 역시 ‘영화’를 다루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수많은 영화의 장면 장면을 기억하고, 그 장면이 영화의 어디쯤 있는지 가늠하고, 하루에도 십여편 씩 영화를 ‘일’로 봐야 하기에 영화정보 프로그램 pd들에겐 ‘편안한 오락’으로서의 영화는 없다.“빨리 돌려가며 이리 저리 보다보면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 장면이 어디에 있었는지 막상 모를 때가 많아 황당하다.”(<퀴즈 영화탐험> 세중미디어 노봉조 pd)그러나 ‘시청률’과 ‘기획의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기막힌 장면’ 하나 건지기 위해 수십편의 영화를 뒤지는 그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영화에 대한 사랑’이다.“불친절한 한국 영화 촬영 현장을 매번 찾는 것도 내 프로그램이 한국 영화를 살리는 작은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노봉조 pd)“영화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시네마천국> 때문에 독립영화를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 영화판에서 만난 사람이 <시네마천국>을 보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보람이다.”(ebs 이승훈 pd)그러나 완전히 자리를 잡은 듯한 영화정보 프로그램 pd들에게도 분명 남은 과제는 있다.“이제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비약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프로그램간의 차별화에 성공해야 다같이 살아남는다.”(김태욱 pd)“후발 주자로서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가 가장 부담이다.”(김문태 pd)지속적으로 독립영화를 소개해왔고, 영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계속했던 ebs <시네마천국> 이승훈 pd는 “pd들이 영화는 ‘오락’이라는 명제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며 “어떠한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하는지 각 프로그램마다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서영>|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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