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연재-윤미현 (MBC 교양제작국 PD)의 영상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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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디어 산업은 통합으로 가고 있다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 (2)

|contsmark0|지난 9월 7일 미국에서는 viacom과 cbs의 합병 발표가 있었다. 이는 미국 방송시장에서 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에 대한 탈규제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이다. viacom이 cbs를 370억불에 사들이기로 했는데, 이로써 time warner사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미디어 그룹이 탄생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바야흐로 영상산업의 집중, 특히 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에 이어 cbs와 viacom의 합병을 중심으로 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에 대해 좀 더 논의 하고자 한다.
|contsmark1|viacom은 mtv, nickelodeon등 여러 케이블채널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트콤인 fraiser 등을 제작하는 paramount pictures, 즉 프로그램 제작사를 소유하고 있다. cbs가 viacom과 통합함으로서, 미국의 6대 네트워크(nbc, cbs, abc, fox, upn, wb) 중에서 메이저 프로그램 제작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네트워크는 이제 nbc뿐이다. 반독점학자인 폭스(fox)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방송)규제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소수의 손에 힘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우려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러한 집중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우려가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관심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기업이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과 배급기업(syndication)을 함께 소유할 수 없다는 미국의 방송규제 때문에, 1970년 cbs는 viacom을 떼어 내어야만 했는데, fcc는 이제 분리정책을 포기하게 되었다.
|contsmark2|미국에서는 왜 수직통합으로 가는가?최근 몇 년간 미국의 메이저 네트워크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nbc를 제외한 abc, cbs 모두 적자를 보아 왔는데, 이는 다매체 다채널이 진행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이 하락한데도 원인이 있지만, 제작비의 지속적인 상승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네트워크들은 프로그램 제작사와 지방 방송사들(stations)을 이어주는 중간역할(intermediary)을 해왔는데, 이것만으로는 이익이 남지 않게 되었다. 이는 한국 방송사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앞으로 다매체 다채널이 진행된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할 것이다. 거기다가, 만일 제작과 편성의 기능까지 분리된다면, 지상파 방송사는 초창기에는 프로그램을 싼값에 공급받아 이윤을 남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왜소해진 조직은 결국 세계시장내에서 중간역할의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그 동안 프로그램 제작사와 방송사의 비효율적인 관계규정으로 여겨져 오던 fin-syn rule(financial interest and syndication rule)이 1995년 11월 철폐되자, 미국에서는 자체제작, 프로그램 제작사 소유, 그리고 프로그램의 제반 권리 보유 등 3가지 방식의 수직통합이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수직통합은 전편에서도 지적했지만, 조직이 커짐으로서 나타나는 비효율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그 보다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공급, 기획 제작의 효율적인 연대 등의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거래 비용을 줄이는 것, 그리고 hdtv의 시작 등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ontsmark3|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뿐 아니라 편성과 송출의 통합도 진행되고 있다.viacom과 cbs의 통합은 제작과 편성의 수직통합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지방 방송사의 소유 제한 문제까지, 미국 방송 정책의 주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예를 들면서, 한국의 방송사도 지방 방송사를 소유 직영(owned and operated)하는 체제에서 지방 방송사들을 독립시켜 제휴관계(affiliated)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이 또한 역으로 가고 있다. 이미 3대 네트워크는 top 10 시장에 있는 지방 방송사들을 모두 소유 운영하고 있으며, fcc는 지난 96년 전국에서 소유할 수 있는 방송사 한도를 35%로 상향조정했다. 안정적인 프로그램 편성을 위해서는 지방 방송사의 소유 운영이 바람직하며, 특히 신설 프로그램의 개폐를 좌우할 수 있는 대도시 방송사의 경우, 소유 직영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viacom과 cbs의 통합으로 소유 직영 비율이 41%가 되는데 이를 어떻게 인정하느냐가 미국 방송정책의 또다른 관건이 될 것이다.
|contsmark4|다매체 다채널시대 여러 매체간 통합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viacom과 cbs의 통합은 다매체 다채널시대 지상파 방송사의 살아남기에 대해 잘 보여준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것으로 여겨지던 네트워크들은 다매체 다채널시대가 오면서 단순한 중간역할로서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viacom과 cbs의 통합은 규모뿐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viacom의 mtv와 nickelodeon의 젊고 어린 시청자와, cbs의 장년, 노년 시청자를 통합, 지상파와 케이블이라는 다른 매체를 통해 모든 연령의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이 미디어 그룹이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다매체 다채널시대, 여러 매체를 통합, 전체 시청자권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nbc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프로그램 공급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처럼 다매체 다채널시대에는 여러 단계의 창구를 소유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가 되리라 본다.
|contsmark5|우리나라의 경우, 의무외주제작비율을 확대하면서, 순수 독립제작사 비율을 분리 고시하고, 지상파 방송사의 자회사 제작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방송영상산업진흥대책을 통해, “제작과 편성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분리하고, … 방송사는 기획과 편성을 주도하는 선진 방송체제로 조기 전환"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만일 그 선진 방송체제가 미국의 체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분명 말할 수 있다. 지금, 미디어 산업은 통합으로 가고 있다. 제작과 편성의 통합, 그리고 지상파와 케이블의 통합, 그리고 인터넷과 방송의 통합. 점점 더 거대해지는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한국만이 분리 소규모화 된다면, 과연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우리시장을 지켜오던, 수입대체를 이룬 방송사를 해체하여, 외국 거대 미디어 기업들의 진출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contsmar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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