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드라마 스타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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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드라마 스타시스템
치밀한 기획으로 스타 의존 탈피해야
  • 승인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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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스타는 스타라는 이름만으로 빛을 발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밝게 빛나는 이면에는 그늘이 존재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스타에 의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스타의존도가 높을수록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빼앗고 스타에 속하지 못한 다수의 연기자들을 소외시킨다. 또 이렇게 스타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결국 편중되고 다양하지 못한 드라마를 만들어낼 뿐이다.
|contsmark1|스타시스템, 다양성을 빼앗는다스타시스템 드라마는 첫째,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시청권리를 뺏는다. 현재 방송 3사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는 30여 편. 주연급 남자 배우가 2명씩만 나온다고 해도 60명의 배우가 필요한데 이른바 스타는 60명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겹치기 출연할 수밖에 없어 시청자들은 채널을 틀어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출자나 작가의 능력은 드라마의 질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 섭외능력’으로 판단되기 일쑤다. 스타를 쫓아가다 보니 연기력과 상관없이 스타에 맞춰 드라마를 만드는 경우도 생겨난다.둘째, 드라마의 장르가 고착된다. 스타에만 의존하다보니 드라마가 유행만 따르게 돼 다양성을 잃고 트렌디(trendy)화 되는 것이다. kbs의 이민홍 pd는 “한국사람은 이야기를 즐기는 민족이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은 이야기구조를 원한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엔 스타만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가 캐릭터만 중요시하다보니 스토리와 플롯을 잃고 ‘날아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트렌디화된 드라마는 소재가 빈곤해지고 남녀 짝짓기만 보여주게 된다.셋째, 다른 연기자나 타 직종과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귀하신’ 스타들을 섭외하기 위해선 결국 출연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물론 imf 이후 50분물 1회 출연 최고 한도를 200만원으로 방송 3사가 합의를 하기는 했으나 경우에 따라 플러스 알파가 더해진다는 얘기가 있고 현실적으론 정해진 제작비에서 ‘스타대접’을 해야만 하고 그 때문에 생긴 손실은 엑스트라나 용역업체들에게 돌아온다. 밤샘작업 후 받게되는 수당을 12시전에 끝난 것으로 처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방송사 내에서는 출연료 상한선이 정해져있어서 ‘스타대접’이 쉽지 않기 때문에 외주제작으로 돌려 스타들의 출연료를 높게 책정해 준다는 예도 있다.
|contsmark2|참신한 기획으로 승부 걸어야스타에 길들어져있는 시청자들은 이미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보지 않는다. 젊은 취향에 맞추다보니 스타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장르가 젊어지다 보니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주제와 소재는 한정되어 있고 결국 이것은 스타시스템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직업을 등장시키거나 남녀 짝짓기만 일관하게 되는 것. 이것은 시청자와 제작자 모두의 책임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시청자나 제작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작자들의 노력이 먼저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mbc 드라마국의 정인 pd는 “시청자 입맛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청자가 사탕을 원할 때, 된장 맛을 한 번 보여주면 처음엔 낯설어 하겠지만 나중엔 된장찌개도 찾게되지 않겠는가”라며 제작자들이 시청자의 입맛을 개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처음부터 스타라는 ‘안전한 지름길’을 택하는 pd들의 태도도 문제다. 새 얼굴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인들을 찾아내기 위해 드라마별 공개오디션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존의 공채를 통한 배우 선발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kbs의 한 pd는 “한꺼번에 연기자를 선발해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드라마마다 필요한 인물이 다른데 한번에 뽑아 어떻게 드라마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를 ‘모셔오는’ 것이 아니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렇게 드라마 풍토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매니저 시스템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매니저들이 전문성 없이 연기자를 관리한다는 것. 배우가 발전할 수 있는 투자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몸값’올리기 경쟁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몸값’경쟁에 pd가 ‘휘둘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가 요구된다. 연기력 깊이 없이 ‘한탕주의’로는 버틸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결국 드라마가 스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참신한 기획과 탄탄한 구성으로 귀결된다. 학교 현장을 실감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은 kbs <학교>는 스타연기자가 없었을 뿐 아니라 <학교>에 출연한 신인들을 일약 스타로 ‘띄워놓기도’했다. 또 mbc <마지막 전쟁>, sbs <은실이> 등은 별다른 스타 없이 시의적절한 기획을 바탕으로 기성연기자들의 연기력과 짜임새 있는 극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시청률을 핑계로 스타에 의존하는 것은 이미 해답이 아니다.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몇몇 드라마들이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이대연>|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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