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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이고 싶다!

|contsmark0|ad칼럼에다 대고 ad이고 싶다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 그렇다. 나는 지금 ad가 아니다. 아니 입사이래 한 번도 ad이었던 적이 없다. 스크롤 자막에 조연출 김일중이라고 올라간 일이 없다는 얘기다. 나는 올해로 2년 차 pd이다. 서울에 있는 방송사에서라면 당연히 지금쯤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서 사고 치고(?) 욕먹는 ad여야 마땅한 시기이다.
|contsmark1|ad기간이 왜 필요하고 또 ad시절 무엇을 배워야하며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라. 나 역시 고생담과 무용담이 곁들여진 선배들의 ad시절 얘기를 술자리 때마다 들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나는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선배들의 뒤를 이을 수 없게 됐다. imf 경제 위기를 맞아 신생 지방 방송사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그나마 지켜지던 ad시스템을 아예 없애버렸다. 나를 비롯한 입사 동기들은 신병 교육대 문을 막 나서자마자 전쟁터로 투입된 병사들 같았다.
|contsmark2|입사 6개월만에 10분 짜리 시사프로그램 촬영도 혼자 나가고 원고도 직접 쓰고 내레이션도 직접 했다. 10분 짜리 하나 만들면서 테이프 10권 씩 찍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군말 없이 찍어준 선배 카메라맨이 고맙고 위대해 보인다. 누구도 제대로 무언가 가르쳐 주는 것 없는 망망대해! 하기야 어느 방송사에서 선배들이 친절하게 ad끼고 앉아 미주알 고주알 가르쳐 주는 곳이 있으랴만.
|contsmark3|어쨌든 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1주일에 하루 30분 짜리 생방송 종합 교양 프로그램을 맡아 제작하고 있다. 그 안에는 내가 6mm 카메라로 직접 찍고, 편집, 대본, 내레이션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턴 동료pd의 프로그램에 더빙까지 해준다. 나는 시청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속의 죄의식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허공에 날려보낸 수 없는 말들이며 영상의 파편들을 떠올리면 숨이 콱 막혀 온다. 그리고 두렵다. 10년이나 20년이 흘러 인격이 견고해진 다음 그 격에 어울리는 품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열정과 창의성이 고갈된 채 매일매일 똑같은 상품을 찍어내는 붕어빵집 주인이 되는 건 아닌지.
|contsmark4|하지만 나는 믿는다. 감나무는 심어서 7년이 흘러야 첫 열매를 맺고 소림사의 고수도 수년간의 허드렛일 끝에 비로소 태극 1장을 배운다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 제작에 지쳐 서로 눈감아 주는 분위기도 말고 정말 멱살 잡고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치열하게 토론할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contsmark5|이제 몇 달이 지나면 나는 1시간 짜리 특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좋아지면 내 밑으로 어여쁜 후배들도 들어올 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닥쳐오기 전에 정말이지 한 번이라도 ad이고 싶다.|contsmar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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