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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부산국제영화제도심에 핀 향기 좋은 ‘영화들’

|contsmark0| 매년 가을이 오면 항상 기대감과 설렘이 앞선다. 항도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나는 것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예년 행사 때처럼 일본영화에 많은 관객이 몰렸다. <철도원>, <기꾸지로의 여름>, <쌍생아>, <거대한 환영>, <오사카 이야기>, <가을국화>, <우게츠 이야기> 등 일본영화에는 객석이 부족해 서거나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보아야 할 정도로 관객이 많이 몰렸다. <17년후>(99 베니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99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종착역>(98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에 특히 관객이 많이 몰렸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감동 있고 인상 깊은 영화를 꼽으라면 일본영화 <철도원>이다. 아직까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실적은 없지만 올해 일본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는 철도원으로 평생을 보낸 한 인간의 직업 의식과 일본정신의 표본을 뚜렷이 보여주는 영화이다. 두 살배기 어린 딸과 아내를 잃은 평생 철도원으로 정년퇴직을 앞둔 시골 마을 역장이 곧 폐선 되는 기차역에서 세상을 떠난 어린 딸이 유치원생, 초등학생, 고등학생으로 환생해 아버지를 위로해준다. 귀신으로 나타난 어린 딸이 떠난 뒤 눈 내리는 기차역 플랫홈에서 그는 눈 속에 묻혀 죽는다. 이 영화는 철도원으로 평생을 보낸 한 인간의 직업 의식과 일본정신의 표본을 뚜렷이 보여주는 영화이다. tv드라마 같은 작은 스토리이지만 영화 전편에 깔린 담담한 터치,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석 연출기법, 살아있는 눈빛 등 꾸미지 않은 솜씨가 그대로 가슴으로 다가왔다. 다음 작품은 이와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기꾸지로의 여름>이다. 극본·연출·주연을 맡은 ‘키타노 다케시’는 현재 일본에서 tv프로그램에 주당 4편 이상 출연하는 유명한 코미디언인데, 이 작품은 그의 웃음과 재치를 한 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수영만 야외극장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9살 소년 ‘마사오’와 옆집 아저씨 ‘기꾸지로’의 로드무비 성격의 영화이다. 기꾸지로로 출연하는 키타노 다케시는 가는 곳마다 엉뚱함과 장난스러움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적어도 30초마다 한 번씩 웃기는 그의 천재성이 없었다면 바닷바람 몰아치는 수영만의 관객 모두는 일찌감치 자리를 뜨고 말았을 것이다. 이 밖에도 2005년을 배경으로 젊은 두 연인의 일탈된 삶을 보여주는 <거대한 환영>(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은 실험정신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는 전위영화였다. <오사카 스토리>는 오사카 홍보영화인지 실습작인지 모를 우연과 억지 스토리를 펼쳐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였다. 중국영화 <17년후>(장유안 감독, 99 베니스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작)는 감동적이면서 짜임새 있는 연출 정신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각자 동갑내기 딸(17살)을 데리고 재혼한 부부가 딸들 때문에 싸우다가 결국 아내의 딸이 남편의 딸을 본의 아니게 죽인 다음 감옥에 간 지 17년 후, 그 딸이 설날 휴가를 얻어 고향 부모를 찾는다. 딸을 잃어 실어증에 걸린 아버지를 위로하는 딸과 어머니의 감동적인 모습, 그리고 아버지의 용서가 가슴깊이 저며왔다. 이 영화에 출연한 부모와 두 딸과 간수들은 모두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연기지도하고 연습시켜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다니! 이와 비슷하게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장이모’ 감독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는 출연진 전체가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아마추어들이다. 또한 <쥐잡이>(영국, 칸느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보여준 연출 테크닉과 심도있는 심리묘사, 표정연기 등은 연출을 느끼고 싶어하는 pd들의 눈을 번쩍이게 해주었다. 영화제에는 kbs pd 30여명, sbs 10여명, mbc에서도 개별적으로 pd들이 참가했는데, 만나는 pd들마다 모두 눈을 반짝이며 생기가 엿보였다. 영화제에 참여할 때마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다양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자유로운 발상, 다양한 표현법, 카메라 테크닉, 연출법 등을 접하면서. 고정된 사고에 머물고 있는 한 tv드라마 pd로서 작은 충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나 tv나 영역은 다르지만 ‘감동’의 소재나 ‘감동’의 느낌은 같다는 것을 영화 <철도원>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감동의 드라마와 다양한 연출 표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자 뭔가 묵직한 것을 가지고 부산발 서울행 밤 열차에 몸을 실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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