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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독재 정권 시절 민주의 제단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청년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과거사에 대한 진실 규명과 자신들의 명예 회복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인지 1년이 지났다. 이들의 노력으로 인권 법안이 국회에까지 상정되었으나 아직까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워인터뷰 오늘은 87년 6월 항쟁 당시 최루탄에 희생당한 고 이한열 군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83년 지도 휴학을 당해 징집 당한 뒤 군에서 의문사 당한 고 허원근(당시 부산수산대 3학년)의 아버지 허영춘씨를 천막에서 만났다.
|contsmark1|만난 사람 / 배은심(61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회 회장) 만난 사람 / 허영춘(59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회 의문사 지회장)만난이 / 김영환(pd연합회보 편집국장)
|contsmark2|=오늘(11월 9일)로써 농성 371일째를 맞았습니다. 그 동안 천막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떤 점이었습니까?배 / 우리는 자식이 죽은 날부터 오로지 자식의 죽음에 대한 한을 품고 살아온 것이지요. 천막 농성 371일째 하면서 날마다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언제 우리 요구가 받아져서 농성 끝나기만을 바라다가 이렇게 1년이 지나버렸습니다. 허 / 저는 시골 농사도 포기하고 올라왔어요. 1년 동안만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16년 동안 지금까지 군사 독재와 싸워 오면서 생활해 왔는데, 지금 못하면 이 다음 어느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만한 가능성이 있겠나 이런 생각으로 1년을 끌어왔지요. 제 입장에는 어쨌든 아들이 ‘자살이 아니다’라는 말을 받아낼 때까지 중단시키지 않으렵니다.
|contsmark3|=아들 허원근군의 사연을 말씀 좀 해주세요?허 / 대학 3학년 때 지도 휴학을 당하고 군에 징집되어 갔지요. 그런데 첫 휴가를 하루 앞두고 자살했다는 거예요. 강원도 철원 부대 현장에 가보니 아들은 좌측 가슴과 우측 가슴에 총을 맞아 있었고, 부대의 얘기로는 양쪽 가슴에 2발을 쏘아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래도 안 죽으니까 머리에 총을 쐈다고 하는 거예요. 믿을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현장에 있던 군인들 얘기로는 총소리도 2발 밖에 나지 않았다고 하고, 또 그 자리에 탄알도 2발 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군부대에서 발표하고 있는 자살이란 말을 인정할 수 없는 거지요.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진실을 밝혀줄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contsmark4|=아버지들 보다 어머니들이 마음의 상처가 더 크실텐데요?배 / 저도 우리 한열이를 망월동에 묻고 난 뒤 그때서야 아들이 외쳤던 독재 타도, 호헌 철폐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착하디 착하게 큰 자식이 남의 손에 죽임을 당한 사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자식은 땅에 묻혔지만 한열이란 이름은 내가 묻어서는 안 된다. 저는 항시 어디를 가면 그래요. 혼자말로 우리는 둘이 간다.
|contsmark5|=이제 10 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권도 교체되었고, 이만한 민주화도 이루어 졌으니 자식 얘기는 좀 잊을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겠는데요. 배 / 정권 교체가 되면서 이제 우리 자식들도 명예 회복해 주겠지 저희들은 당연히 그렇게 믿었지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1년이 넘도록 우리를 천막에 방치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천막 생활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국회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정치인들의 안일한 태도에 실망했고 정치인들이 직무 유기 했다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올 초 정기 국회 넘어가고 임시국회도 수도 없이 열렸는데 임시국회가 열릴 때마다 행여나 바랐던 것이 1년이 돼버렸습니다.
|contsmark6|=유가협 쪽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내건 요구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허 /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자기 몸을 던진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 그 과정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진실을 규명 해달라는 것이지요. 이런 요구 사항을 담은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contsmark7|=국민의 정부가 인권 신장을 위해 겨냥한 법으로 인권법, 의문사 특별법, 민주화 운동 보상법 등 소위 인권 3법안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유가협 쪽 분들이 주장하는 요구사항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허 / 인권법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에 대해 서로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 안은 국무총리 직속의 민간기구로 두자는 것이고 저희들 안은 대통령 직속으로 두자는 것입니다. 민간기구가 과연 제도권 틀을 깨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거죠. 의문사 진상규명 법안 역시 우리가 요구한 것은 신고자 신변 보호나 보상 제도를 요구했었는데 그것이 배제되었고, 반인륜 범죄 행위 당사자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수자 불처벌의 원칙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contsmark8|=언론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언론 상황이 과거와는 상대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는데, 천막 농성을 1년 동안 이끌어 오시면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불만은 없었는지요?허 / 옛날보다 상당히 많이 좋아 졌어요. 전보다는 기사도 많이 쓰고 하지만, 심지어 kbs마저도 의문사를 취재해 주지 않았습니까. 단지 약간 불만이 있다면 심층 취재를 좀 잘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보도 할 때도 어머니들이 왜 천막을 치고 길바닥에서 1년을 지냈는가 왜 무엇 때문에서인지를 국민들이 납득하게 해 주어야지 그저 천막만 영상에 비춰 준다면 내용 설명이 부족하겠지요. 기자의 펜에 따라서 나라가 흥하고 망하고 민주화가 되고 독재가 된다는 것 그것을 우리는 절실히 느꼈어요. 배 / 언론이 제대로 홍보를 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전해주었다면 저희 자식들은 안 죽었을 것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언론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왜 우리자식들이 거리에서 주먹을 쥐고 흔들겠습니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독재 타도를 외친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아무 것도 몰랐을 때 자식은 그래도 뭔가를 알아서 그 대열에 끼다가 이렇게 죽어갔구나 하지요.
|contsmark9|=혹자는 이제 그만큼 싸웠고 농성도 이 만큼 했으니까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 이런 말들 하지 않습니까? 배 /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하겠어요. 용서하고 화해할 대상이 있어야 그럴 것 아닙니까. 우리 가족들은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만 남아 있는 거예요. 정말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시멘트 바닥 아니면 인생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함부로 할 수 있는지 그럴 때마다 우리는 분통이 터져요. 전두환, 노태우를 지금 감옥에서 화해 차원에서 내다가 사면까지 다해서 집에서 저렇게 편히 살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자체도 저희들은 분이 터집니다. 사람을 몇 천명 죽이고 정치를 잘못하고 도둑질을 한 사람들은 집에서 편히 지내게 하고, 그와 반대로 그 사람들의 잘못된 것을 외치다가 죽어간 자식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땅바닥에서 살고 있어요 지금. 이것이 화해 차원입니까. 비웃는 차원입니까. 허 / 지금 세월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까 진실로 사과를 하고 잘못했다고 과거의 잘못을 빈다면 충분한 화해가 될 것 같아요. 헌데 어느 누가 “내가 죽였소”, “잘못했소” 하고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거든요.
|contsmark10|=현재까지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한 용서의 대상이 없다는 것이지요?허 / 부모들의 마음이 옛날 같지 않아요. 우리가 88년도에 농성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이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당신들이 외치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당신 자식은 다시 살아 올 수 없지만 당신들이 외치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남의 아들, 딸들 이 죽어 가는 것이 적지 않느냐. 덜 죽일 것 아니냐 하는 그러한 자부심.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의문의 죽음이 하나라도 덜 발생한다 그런 생각에서 살아왔거든요.
|contsmark11|=마지막으로 천막 농성을 1년 하면서 나름대로 정리를 좀 해주시지요허 / 지금까지는 조그만 집회 때도 최루탄을 쏘고 방해를 했는데 최루탄 가스가 없어진 것만도 민주화가 된 것 아닙니까.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주력해야지 당리, 당략에 주력을 하려고 하는 국회의원들, 세비 축내지 말고 그만 떠났으면 좋겠어요. 배 / 그 동안에 많은 분들이 저희를 도와 주셨습니다. 특히 농성장 옆 국민은행 측에는 저희들의 생활의 일부분을 그쪽에서 양해를 해주셨습니다. 필요한 물을 쓰고 해도 한마디 불평하지 않으신 그 분들의 배려에 대해서 저희들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나마 감사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contsmark12|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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