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만난 사람 / 정운영 교수
상태바
TV에서 만난 사람 / 정운영 교수
MBC <정운영의 100분 토론> 진행자
  • 승인 1999.11.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지금 우리 방송에서 토론 프로그램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지난 10월 21일 첫 선을 보인 mbc <정운영의 100분 토론>의 책임 프로듀서 이선호 pd는 “우리 사회 민주화의 척도를 보여준다”는 점을 든다. “지금까지 경제 성장에만 온 힘을 기울인 결과 우리 사회는 타인과의 건강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훈련을 쌓질 못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현실 인식이다. <정운영의 100분 토론>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자신의 주장을 명백하게 밝히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서로 사고의 깊이를 인정해 주는 성숙한 토론 문화”의 전형을 보여 주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건전한 토론 문화 정착에 일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첫 방송 ‘무엇이 언론 개혁인가’를 필두로 ‘국가보안법, 헌법 수호인가 언론 탄압인가’, ‘성 표현의 한계 어디까지인가’를 주제로 세 번의 토론 마당을 펼쳤다. 이 정도 분량으로 이 프로가 과연 제작진이 내세운 의도대로 ‘성공적’인 토론을 이끌어 나가고 있나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프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방송 시작 이전부터 존재했는데, 진행자 정운영 교수에 대한 기대에 편승한 것이다. 정운영 교수(경기대학교 경제학과)는 한계레신문 창간과 함께 논설 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한국 사회와 경제를 읽는 예리한 시각과 다소 무거운 화두를 예의 정감 어린 필체로 풀어 가는 필력으로 세인들을 사로잡은 그는 자신의 칼럼을 찾아 읽는 고정팬을 다수 확보한 우리 나라에서 몇 안 되는 ‘인기 있는’ 언론인이다. 그런 만큼 정 교수는 부담과 중압감을 느낀다. 10여 년 간 활자 매체에 쏟은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까봐 걱정이라는 그는 특히 필자 혼자서 책임을 지는 글쓰기와는 달리 방송은 여러 사람의 공동 책임 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어깨가 무겁단다. 정 교수는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tv라는 매체의 영향력을 절감했다. 예전에 수많은 지면에 칼럼을 써왔으나 자신의 글을 읽고 평을 하는 이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단 일회의 방송 출연으로도 단골 밥집 주인장까지 아는 체를 했다. 설렁탕집 주인까지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 ‘거대한 영향력’이야 말로 tv라는 매체가 가진 ‘한계’라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매체가 스스로 자제하지 않고 자만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탈선’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그만큼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매체가 바로 방송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tv 토론 프로그램 사회자로서 정 교수의 제일 원칙은 ‘공정함’이다. 진행자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발언의 기회를 차단하고 예단하는 것은 진행자로서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다. 그가 칼럼을 통해 드러낸 ‘진보적’ 성향에 잣대를 두고 그 동안의 진행자와는 다른 성향의 논지를 기대했던 그의 ‘고정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숙한 토론 문화’의 정착이라는 차원에서 ‘형식상의 공정성’은 중시되어야 할 점임에는 틀림없다. 정 교수는 이 프로를 통해 tv 토론 프로의 ‘기본적인 틀 깨기’ 작업을 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동안 토론 프로에서 다루지 못했던 금기시된 주제를 올리고, 절대 tv에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토론자로 등장하길 바란다. 지금까지의 제작 과정에 비추어 그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고 있다.
|contsmark1|이시은 기자|contsmark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