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38따라지] 세친구의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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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이가 두렵진 않아요. 도태될까 겁나요.” 
                                                            -이ㅇㅇ(28)-

(엊그제 밤 ,방바닥)
열기(빨간볼락) 뱃살(사진)이
가자미식해 속에서 굼뜨게 익고 있다.

열기는 오늘 열기고 식해는 작년 식해다.
부산 부평동 국제시장 죽골목 옆푼디에 있는
‘함흥식 식해’ 할머니 작품이다.

 

가자미 알키는 다먹었다. 무와 양념이 열기랑 결합중이다.
하얀 열기 배때기가 발갛게 물든다. 그 옆으로 솔순주가 있다.
지난달 비박촬영갈 때 청도‘할매집’에서 구입했다.

 ‘열기식해’에다 솔순주를 마시니 옛날이다.

 

(1997년, 길바닥)
그녀의 이름은 ‘여동생’이다. 
비디오방에서 처음 만났다.
‘길~고 가느다~란’하고는 살짝 다른
그녀는 삼겹살을 좋아한다.
취미가 ‘삼겹살 먹고 하드먹고 선풍기 밑에서 자기’다.
느리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그녀 오빠의 별명은 ‘삼겹’이다.
여동생과 삼겹의 부모님은 고깃집을 한다.
삼겹의 친구로는 ‘섬세’, ‘무소속’이 있다.
섬세는 미용실에서 가위질을 하고
무소속은 만화 화실에서 붓질을 한다.
삼겹은 놀고 먹는다.

이들은 옥상에서 고기를 굽고 각목으로 자해하고
아까징끼 바르고 노래를 부르며 쓸쓸히 성장한다.
임순례 감독(와이키키 부라더스, 우중산책)은 이들을
‘세 친구’라 불렀다.
 임감독은 지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포착중이다.

 

(아래께 횟집)
 마산에 나타났다.
‘세 친구’ 때 고교생이었던 여동생은 아래께, 28세다.
10년 전 비됴빵 브라운관에서 만났던 그녀,
“중국에 갔다왔어요.”
‘지상최대의 오디션’에서 '세 친구' ‘여동생’역을 따냈던 그녀,
무척 ‘말라’있었다. 10년 전보다.
“그때 영화 '세 친구'에서는 주로 고깃집씬에 많이 나왔자나!

그렇게 한가지 표정으로, 두툼하고 느린 연기는 쉽지

않은데...  좋게 봤어”

돌돔 볼따구 살(사진)을 간장에 살짝 찍는 그녀,
“세친구의 오빠들은 지금 영화하고 성우하고 그래요. 난 ....,”
영화 끝내고 경찰청 사람들에 ‘입시부정학생’역으로 출연했던 그녀,
“헬스클럽하고 방송아카데미 수강, 같이 끊었어요”

마오타이주를 좋아하고 도태를 겁나하는 그녀는                 
순 쌀로 빚은 화랑을 마시고 서울로 갔다.

난 그녀를 퍼쉬 애들턴이나 코엔형제의 영화속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바그다드 카페, 연어알, 바톤핑크 같은,,,,,

 

김용근 마산 MBC PD  


1995년 마산 MBC에 입사했으며 <르포13> <노래자랑 동네방네> <얍! 활력 천국> 등 연출. 2006년 한국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 2007년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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