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샘의 예술이야기] ⑨ 아마데우스와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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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 만물이 생성하는 봄이다. 이 글을 연재할 무렵, 뜨거운 커피 몇 잔 없이는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을 것 같던 추운 공기 속 책상위에서 힘겹게 몇 자 써내려 가느라 고군분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제법 따사로운 봄볕만으로도 골머리를 식힐 수 있는 여유마저 생겼다.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당연한 자연의 이치를 당연하지만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깨달음을 가질 수 있는 행운이 썩 흐뭇하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신(伸)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닌 듯 싶다. 그 신이 어느 종교에 기반을 두던, 세상에는 인간의 지력이나 힘으로 따라가기에는 너무나도 경이로운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만 해도 그렇다. 계절에 따라 기온과 햇볕의 세기가 바뀌고, 모든 동식물이 생성, 소멸하는 것을 우리에게 그냥 주어진 것이라고 넘어가기에는 세상은 너무 완벽한 듯하다.

일찍이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테르뚤리아누스(Tertulianus : 160~220)는 ‘신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믿는다(Credo quia absurdum)’라는 말로 신의 존재를 주장했다고 한다 - 다시 말해, 세상의 절대적인 것은 합리적인 범주에 들어있지 않으며 따라서 신이 합리적이라면 절대적일 수가 없다는, 완벽한 것은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완전히 설명되기 힘들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 역시 합리적 논리로 완벽히 설명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즉, 절대적 완벽성은 인간 이성이 만들어 낸 합리성의 테두리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 진위야 어떻든, 이 말은 그 후로도 수백 년간 중세의 신학자들에게 회자되며 인용되었다고 하니 명쾌할 정도로 확신에 찬 그의 믿음이 부러울 뿐이다. 이렇듯 옛날의 고명하신 학자들까지도 인간의 지식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대자연의 절대적 이치 앞에선 신의 존재를 내세우며, 이성을 통한 증명에 한계를 느끼기도 한 듯 싶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 때때로 우리는 생명체나 피조물의 완벽성속에서 신의 존재를 찾으려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의 예로써 바로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던 천재음악가! 오늘날로 치면 한류스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이름을 날린 그는, 당시 유럽대륙을 흔들며 천재란 단어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단숨에 보여준 사례다.

스타로서의 과장된 몸값 부풀리기나 계산된 마케팅도 없었다. 그냥 자신을 알아주는 자리가 있으면 아무데서건 연주를 뿜어? 내댔다. 맞다! 뿜어냈던 것이다. 한편의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고뇌하고, 무수한 되새김질을 해댔던 당대의 예술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연덕스럽게 무대 위에 올라가 머릿속 악상을 관객들 앞에서 쏟아 부었다.

우리로 치면 기획과 연출 그리고 작가의 몫을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당연하듯이 혼자서 마무리 지으며 척척 프로그램을 띄우는 괴물(?)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아니 한 공간에 절대로 있고 싶지 않은 강적의 출현! 만약에 모차르트가 우리시대, 내 옆자리에 앉은 프로듀서라는 직업으로 환생했다면, 필자는 아마도 수많은 날들을 회사 앞 어두운 호프집 한구석에서 노가리와 한탄을 안주삼아 소일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분야와 시대는 다르지만, 창조적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원으로써 모차르트의 출연이 당시대 예술가들에게 가져오는 좌절과 괴로움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게 내 경우라고 생각해본다면 정말 오싹 소름이 끼칠 뿐이다.

천만 다행이도, 우리는 이러한 가상현실을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1984년)로 멀찌감치 떨어져 즐길 수 있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감상해 볼 수 있는 기회뿐 아니라  당시 유럽의 문화와 생활상도 함께 맛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선사 해준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살리에리의 고뇌가, 그의 절규에 찬 외침과 좌절이 남의 일 같지만 않기 때문이다. 비바 살리에리! 비바 살리에리!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가 조용히 맘속으로 외친 구호이다.

오한샘  / EBS 교양문화팀 PD 


1991년 입사해 <예술의 광장> <시네마천국> 등 문화, 공연 예술 프로그램을 주로 연출했다. 그 밖에 대표작으로  <장학퀴즈> <코라아 코리아> 등이 있다. 영화, 음악 그리고 미술 등에 조예가 깊으며 현재 연재하고 있는 영화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미술 이야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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