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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커스’와 ‘KBS 스페셜’

 

최근 KBS는 1TV를 통해 공영방송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보냈다. 2일에는 ‘방송 80년 대토론-미디어 빅뱅, 공영방송이 갈 길은?’이 방영됐고 3일에는 <미디어포커스> ‘공영방송 통제, 정부의 노림수는?’이, 4일에는 -‘방송 80년 기획 공영방송을 말한다’가 각각 방송됐다.


KBS가 이례적으로 공영방송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3일 연속 방송한 표면상 명목은 프로그램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송 80년 특집 때문. 그러나 방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번 연속 방송을 통한 KBS의 공영 방송 위상 세우기 전략이 여실히 보인다.


‘공영방송 통제, 정부의 노림수는?’이라는 자극적인 어조의 타이틀을 단 <미디어포커스>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공기관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를 위해 <미디어포커스>가 내세운 것은 민주화 산물로서의 KBS. 1987년 6월 항쟁 이후부터 KBS 공영방송의 역사를 언급하며 ‘KBS=민주화 산물’이라는 공식을 강조했다. 박상범 앵커는 “국민들은 6월 항쟁을 통해 공영방송이라는 제도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또 <미디어포커스>는 정치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공공기관법 반대 여론을 소개하며 자신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다음날 방영된 은 이탈리아, 미국, 스웨덴 등의 외국 공영방송 사례를 소개하면서 수신료 문제를 다뤘다. 특히 수신료를 기반으로 한 안정된 재원 덕에 공영방송의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스웨덴 SVT와 수신료가 없어 정부 보조금과 기업 협찬금에 의존한 결과, 정부와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미국 PBS의 상반된 대조는 수신료 징수와 인상에 대한 KBS의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렇다면 KBS가 방송 80주년 특집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스스로 자기방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재 KBS 스스로 ‘위기’라는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월에 발행된 KBS 사보는 ‘위기의 KBS, 힘 모아 구출해야’라는 제목을 1면에 게재하며 공공기관법과 수신료 수입 한계 등을 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문제는 KBS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은 사사건건 KBS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KBS 사보에서 한 직원은“나가면 온통 적이고 들어오면 한숨뿐”이라고 토로했을까.


결국 자기방어는 KBS가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돌파구였던 셈.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심경이 이번 <미디어포커스>와 을 통해 드러났다.


이번 방송 후 KBS에 대한 여론의 추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하나의 관심거리다. KBS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사명과 책무를 다하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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