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발언대 김명환 인천방송 예능제작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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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다, 방송한다…”

|contsmark0|인천방송의 개국과 함께 방송을 시작했으니 이제 3년차가 되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인천방송은 참으로 중간적인 성격의 방송사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중앙의 3사적인 측면과 지역방송적인 성격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확한 개념규정이 모호한 방송사라고나 할까.그런 모호함은 ad로서의 나 자신의 위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식적인 직함은 분명 pd이지만 제작의 일선에선 ad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친구가 넌 pd로 입사했는데 왜 ad일을 하고 있어, 라고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응 그냥 pd랑 ad 둘다 pd인데, 연출을 하는 pd를 pd라고 하고, 조연출을 하는 pd를 ad라고 그러지, 란 말을 하고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이다.올 1월부터 10월까지 작업을 했던 프로그램 <뮤직박스- 아름다운 세상>은 성격이 모호한 방송사에서 중간적인 지위에 있는 ad로서 일했던 마찬가지로 다양한 특성이 담겨있던 프로였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서 주 3일, 4일 그리고 드디어는 주 5일 방송으로 편성이 변했던 것만큼이나 그 내용도 다양한 양상을 담아왔다. 형식면에서 그것은 뮤직비디오를 기본으로 eng구성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의 한 좌표축에는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사와 현란한 뮤직비디오가 포진해있는 반면 또 다른 좌표축엔 imf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으려는 40대의 가장들과 칵테일바의 바텐더와 119구조대원이 자리잡고 있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예능적인 성격과 교양적인 성격이 혼융되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까.자신이 일하고 있는 제작여건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는 pd가 얼마나 될까하고 생각해 보지만, 이런걸 감안해 본다해도 신생방송사로서 인천방송의 환경은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그런 어려움은 구체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부족한 스탭, 그리고 촉박한 시간 등의 부정적인 요소로 나타난다. 다소 현학적으로 말해본다면 그때의 부정성은 부정적인 경영여건을 부정하려는 부정적인 제작환경이 갖는 부정적인 그 무엇 혹은 그 자체이다. <뮤직박스-아름다운 세상> 역시 그런 힘든 점들이 많았다. 즉 pd 2명과 fd 1명으로 구성된 연출진으로 주 4일 방송을 책임져야 했기에 일주일에 소화해야 하는 야외촬영과 편집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할때는 새벽까지 촬영을 하고 돌아와 오전에 종편을 위한 가편집을 하고 다시 오후에 촬영을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정도겠지만,지난 10개월 동안의 방송중에서 어떤 것은 스스로에게 또 시청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만족한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제작을 해가면서 한 가지 깨달은게 있다면 pd라는 사람들은 제작환경이 어떠하든 결국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제과기에서 빵이 기계적으로 만들어지듯 제조되는 프로그램이어서는 안되며 스탭들과 작가, 또 pd 자신도 납득할 수 있는 제작여건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2년이 조금 지난 pd로서의 생활이었지만, <뮤직박스-아름다운 세상>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들을 하게 해주었다. 정신없는 스케줄에 허덕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나에겐 pd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갖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촬영과 편집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하면서 pd가 가져야하는 책임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한 생각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나딘 고디머의 소설 "가버린 부르조아의 세계"는 이렇게 끝맺고 있다. "두렵다, 살아있다. 두렵다, 살아있다…" 그러니 잠시 그 말을 빌려 두서없는 글을 끝맺자. "두렵다, 방송한다. 두렵다,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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