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錢), 돈(豚), 돈(狂) - Moneymony Maniac1)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 돈(錢)

|contsmark0|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연예인이 돼라.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연예인이 돼라, 그리고 유능한 매니저를 고용하라, 순서는 상관없다. 인구에 회자되는 우스개 소리다. 그런데 우습지 않다. 서글프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를 그나마 유지하던 최소한의 양식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양식마저 허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일일까?이쯤에서 문제를 하나 내보자. 돈을 쉽게 벌고 싶으면? 복권을 산다. 그러나 이것은 확률이 너무 낮다. 주식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초기 자본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사기를 친다. 그러나 이것은 범죄 행위다. 그러면? mbc의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 나가라. 적절한 운에다 약간의 교양만 갖추면 12 문제를 맞추고 2000만원을 벌 수 있다. 물론 그 중에서 자신이 갖는 돈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뺀 1000만원뿐이지만.하지만 왜 이 퀴즈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던 최소한의 양식마저 허무는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공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도배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삶이 떳떳하고 건강하다는 사실, 그러한 삶이 그 놀라운 질곡 속에서도 우리 사회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망각의 늪으로 밀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이것은 비단 그 프로그램만이 갖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sbs <서세원의 슈퍼스테이션>의 "현상수배, 당신을 체포합니다"라든가 300만원의 우승 상금을 주는 kbs의 <퀴즈 크래프트>라든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장개업" 또는 mbc <경제 매거진>의 "1억 원의 식당을 찾아라" 등도 있다. 다만 대중에게 비교적 가장 친밀하게 다가와서 관심을 증폭시켰던 그 프로그램이 지니는 상징성 때문이다.
|contsmark1|돈(豚)돈? 좋다. 퀴즈? 좋다. 너저분한 연예 및 오락 프로그램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유치함을 보여주는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일단 신선하다.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정보도 제공하고 돈까지 주니 비할 바 없다. 가족끼리 모여 앉아 함께 문제 풀며 가족애를 돈독히 할 수 있으니 좋고,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런저런 경품들보다 현금을 주니 더욱 좋다. 더군다나 벌어들인 액수의 반을 불우 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내 놓으니 구색도 그만이다.그런데 좀 이상하다. 12 문제를 푸는데 상금이 2000만원이라니. 게다가 문제의 수준이 2000만원 정도의 값어치를 하기에는 턱없는 낮은데 2000만원이라니. 그러면 그들(제작진들)은 말할 것이다. "그거 별거 아니에요. 옛날 <장학퀴즈>는 계산해보면 이 돈보다 더 많은 돈이었어요." 장학 퀴즈 기장원자에게 지급되는 4년간 대학 학비가 대략 2500만원 선이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깜빡 속을 뻔했다. <장학퀴즈>에서 기장원이 되려면 주장원, 월장원, 기장원까지 첩첩 산중인데다가 풀어야 하는 문제도 많고, 게다가 그 돈은 현금이 아니라 교육 후원금, 즉 학비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와는 질이 다르다.그러면 또 말 할 것이다. "12 문제라고 하지만 객관식 8 문제에다 주관식 4 문제이기 때문에 그거 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참여 대상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지요. 그런 가치도 있지 않겠어요? 나쁘게만 보지 마세요." 12 문제를, 게다가 주관식까지 포함해서 연속으로 맞추어야 하는데다가 기본적인 소양에다가 운도 따라야 하겠기에 그럴 법도 하다. 또 대상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많은 서민들도 도전해서 현금 1000원을 벌 수 있으니 그야말로 부의 불평등의 해소요, 사회 복지의 실현이다.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contsmark2|돈(狂)그러면 그들은 또 이렇게 말 할 것이다. "결국 2000만원이 너무 큰 돈이라는 것 아니에요? 하지만 그거 큰 돈 아닙니다. 미국 abc방송의 <백만장자 퀴즈쇼>(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는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줍니다. 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놀랍다. 드디어 정신이 나갔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원하니 문제될 것이 아예 없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본질적인 문제는 지나치게 큰 돈이 걸려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해답은 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그것에 몰입하는가를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다. 의외로 간단하다. 만든 이유는 시청률 제고 때문일 것이고, 보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미끼에 걸린 것이다. 그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보는 환상의 앙상블이다. 그런데 왜 그것이 문제라는 말인가? 이것도 간단하다. 퀴즈가 갖고 있는 본래의 흥미를 넘어선 요인 때문이다.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상의 상식을 엎는 돈 때문이다. 100만 달러든 2000만이든 돈으로 유인해서 건전한 가치관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건강한 의식이 익사하기 때문이다.혹시라도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하지는 말자. 도덕적 기준 이전에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곳에는 아직도 성실하게 땀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 때문에 그나마 우리 사회가 버티고 있는데 그들을 제대로 대접을 하지는 못할 망정 그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들에게 <생방송 퀴즈가 좋다>는 희망이 아니라 또 다른 박탈감과 좌절의 계기일 뿐이다.당일 출연자 모두가 최종 단계까지 간다는 것을 전제할 때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는 방송 1회당 총 2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 돈이면 보다 나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공감과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서 찾지 말자.
|contsmark3|에필로그며칠 전 영국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90년대 초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동구의 붕괴를 보면서, 90년대 말 미국의 장기 호황을 보면서 자본주의 승리를 호언하는 마당에 반자본주의 운동이라니? 도대체 왜?맑스주의의 유령을 부활시키기 위해? 아니면? 시민들의 의외의 호응에 영국 정부가 당황했다는 것을 보면 단순히 과거 이념 논쟁의 부활을 꿈꾸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아마도 자본주의의 승리가 드리운 그늘 속에서 멍들어 가는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갈구하는 절규일 듯 싶다.거창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imf 한파에 숨졸이며 지낸지 2년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imf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모든 게 imf 이전 수준 운운하며 돌아가서는 안될 공간으로 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 국민들도 또 다시 소비의 공간으로 질주한다. quo vadis korea? 끝이 보인다. 이대로 끝나면 안될 듯 싶은데.
|contsmark4|
|contsmark5|1)`moneymony'는 돈을 의미하는 "money"와 결과・상태・동작을 나타내는 접미사 "-mony"를 결합한 조어로 돈에 집착해서 나타난 결과나 상태 혹은 그러한 모습을 뜻하며, "maniac"은 무엇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moneymony maniac"은 한마디로 돈에 집착한 나머지 광적으로 변한 모습을 빗대서 조합한 말이다.|contsmark6|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