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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 관하여

|contsmark0|배인수 전 ebs pd,미국 유학중 fullshot@hanmail.net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라디오는 해본 적이 없어서 그리고 사실 잘 몰라서 라디오에 관한 글은 한 번도 쓰지 못했습니다. 이제 쓸 말이 하나 생겼습니다.한참 된 일이지만 한국에 계신 라디오 pd 한 분께서 제게 이메일로 미국의 라디오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한국에서는 요즈음 아침이면 라디오마다 주부편지를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휩쓸고 있는데 미국은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미국 라디오는 그럴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미국라디오는 종합편성이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음악방송인데다가 각 채널마다 장르를 정해 그것만 틀어댑니다. 재즈면 재즈, 락이면 락, 아니면 추억의 노래면 추억 뭐 이런 식이죠. 그러니 채널을 통틀어 도배할 프로그램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npr의 존재가 더욱 두드러집니다.npr, national public radio의 약자입니다. tv에는 pbs가 있고 라디오에는 npr이 있습니다. 이 채널은 한 마디로 이야기 채널입니다. 프로그램 제목도 <에어토크>, <인텔리전트 토크>, 뭐 이런 식입니다. 거의 하루 종일 말로 때웁니다. 좌담, 강담, 토론 가릴 것이 없습니다. 음악이라고는 밤 시간에 잠깐뿐이고 그것도 그 음악에 대한 역사나 배경 설명을 하느라고 말이 더 많습니다.한국이나 미국이나 거의 다를 것이 없겠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라고는 차를 타고 다닐 때뿐입니다. 미국에 와서 얼마동안은 추억의 팝송을 틀어주는 채널을 주로 듣고 다녔는데 지금은 거의 npr만 듣고 다닙니다. 가장 큰 까닭은 영어공부를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영어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고, 물론 절반도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 내용 또한 유익 그 자체입니다. 학교수업이 밤에 주로 있는지라 저녁시간에 차를 몰고 학교로 가다보면 화제가 되는 책의 저자가 나와 사회자와 대담을 벌이는 <인텔리전트 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듣게 됩니다.그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정말 배운 게 많습니다. 눈물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월남전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정말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그렇다고 토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에서 교통정보까지 할 것 다합니다. npr을 듣고 다니면서 우리 나라에도 이런 라디오 채널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교육방송 채널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학생들 공부시키는 시간이 너무 많아(혹시 제가 떠난 후에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늘 틀어 놓고 있게 되질 않으니 말입니다. 차 타고 다니면서 음악도 물론 좋지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 듣고 다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 중에 하나일 텐데 말입니다.제게 이메일을 보내주신 그 pd분의 부탁을 사실 여태 들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그 대답 대신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디오는 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다를 뿐이다. 단지 어떻게 다르냐가 문제일 뿐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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