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

|contsmark0|지금 한국의 코미디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 코미디 프로그램의 실상은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목- <코미디 살리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1980년대의 황금기와 90년대 초반의 점진적 쇠퇴기를 거쳐 금세기말 사활의 기로에 서있는 우리나라의 코미디 프로그램.과연 새천년에도 우리는 tv를 보면서 마음껏 웃을 수 있을까?물론 시트콤과 여타 오락물을 코미디의 장르에 포함시킨다면 문제는 달라진다.그러나 순수한 코미디 연기자들이 전통적인 포맷(꽁트)을 유지한 채, 웃음만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의 형태를 코미디라고 규정한다면, 우리는 어려워진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지난 몇년간 대체 코미디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실로 많은 노력과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실험적인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간혹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결국은 외면을 당하고 말았다. 이러한 이유로 각 방송사들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축소 또는 폐지시키고 엔터테인먼트와 시트콤 제작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토록 어려운 방송환경에서 출발한 kbs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초반의 예측과는 달리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켜 시청자들보다는 오히려 프로그램 제작진을 놀라게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퇴조에도 불구하고 <개그콘서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첫방송을 시작한 지 채 100일도 안된 아직 어린 프로그램을 놓고 섣불리 성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개그콘서트>는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르네상스를 위한 몇가지 이정표를 제시했다.그 첫번째는 신선함이다.<개그콘서트>의 알맹이는 기존의 꽁트 코미디와 다를 것이 없다. (단, 앵콜 개그는 제외) 그러나 프로그램의 포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우선, 연기자들의 의상은 화려하면서도 단순하다. 세트는 깔끔하고 조명은 현란하다. 우리는 기존의 코미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코너마다 음악적인 요소가 극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어 웃음을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두 번째 연극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연기자와 관객의 호흡일치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이다. 이것은<개그 콘서트>가 녹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생방송의 현장에 시청자가 함께 있는 것같은 강한 흡인력을 통해 시청자들이 코믹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시켜준다.세 번째는 스피드다. 기존의 꽁트 코미디가 60분 방송시간에 5~6개의 꽁트로 구성된 데 반해 개그콘서트는 15~20개의 꽁트로 구성되고 있다. 이것은 빠르고 감각적인 것을 선호하는 젊은 신세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설사 특정코너가 웃음을 유발시키는데 실패하였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안전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네 번째는 과감한 생략이다. 흔히 꽁트 코미디는 극의 리얼리티를 주기 위해 배경세트를 설정하는 것이 기존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의 일반적 형태였으나, <개그콘서트>는 배경 세트를 전혀 설정하지 않고 연극적인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진행된다. 이것은 어찌보면 기존 꽁트의 엉성한 배경세트가 오히려 극의 리얼리티를 반감시켜 주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또하나는 줄거리의 과감한 생략이다. 한번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쓰이는 긴 대사와 설명적 이야기가 <개그콘서트>에서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마치 “못 알아들으면 옆사람을 보고 따라 웃든지 아니면 그냥 통과하라”는 모 연기자의 말처럼 개그 콘서트는 때론 웃음의 몫을 시청자들에게 숙제처럼 떠넘기고 스피디하게 다음 코너로 넘어간다.다섯 번째로 철저한 연습과 연기자들의 성실성을 들 수 있다. 어떤 시청자는 컴퓨터 통신을 통해 “연기자들의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는 소감을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보내왔다. 실제로 <개그콘서트> 출연자들은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기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매일 새벽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연기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시키며 팀웍을 다지는 데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이외에도 아이디어적인 코너, 앵콜 개그(국내 코미디에서 처음 시도되고 있음)와 주요 출연 연기자들 외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숨은 연기자들의 노력이<개그콘서트>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시청자들의 취향은 변화하고 코미디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상향 조정된 데 반해, 기존의 꽁트 코미디는 과거의 모습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왔다. 많은 코미디 연기자들과 pd 그리고 작가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우리나라 코미디 프로그램의 르네상스를 기다리고 있다.우리에겐 다양한 시도를 통해 코미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물론 한국의 방송 환경은 코미디라는 tv프로그램 장르가 뿌리내리기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교 문화를 통해서 형성된 웃음에 대한 국민들의 이중적 시각과 편견 그리고 코미디 프로그램에만 강요되고 있는 엄격한 소재 제한 등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 발전에 선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밀레니엄을 며칠 남겨둔 둔 오늘, 새천년의 전환점 그 한가운데 시청자들은 <개그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다.
|contsmark1||contsmark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