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지켜온 BBC와 열린대학의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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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지켜온 BBC와 열린대학의 파트너십
  • 영국=배선경 통신원
  • 승인 2008.03.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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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지적한대로 미디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어있다. 종종 미디어가 가지는 파워는 단순히 ‘강하다’ 정도가 아니라 소름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내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의 상당부분이 신문이나 텔레비전 혹은 인터넷 지식검색을 통해 나왔다고 인정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디어를 통해 얻은 지식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그렇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는 위험한 무기일 수 있다.

▲ BBC 홈페이지에 실린 <코스트(Coast)> 관련 기사. 사진제공=BBC

반면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알 권리를 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책과 씨름하며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지름길을 놔두고 굳이 먼 길로 돌아가겠다고 고집부리는 고리타분한 낭만주의자들의 일이라고 비난할 지도 모른다. 미디어와 학교는 이렇듯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면서도 서로 묘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닮은 듯 다른 이 두 권력이 서로 기분 좋게 합치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30년 넘게 이어져온 영국의 열린대학(Open University)과 공영방송 BBC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열린대학은 말 그대로 교육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교육매체, 교육장소, 교육방법 등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방송대학이라는 명칭 대신 열린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이 대학이 단순히 방송을 통해서 교육을 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열린대학이 내세우는 이러한 ‘열린 정신’은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BBC의 창립정신과도 매우 비슷하다. 이 때문에 설립초기부터 열린대학과 BBC는 공동제작이라는 형식으로 많은 프로그램들을 함께 해왔다.

 열린대학과 BBC의 공동제작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느 한편이 다른 편을 ‘손님’으로 초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이 모두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2006년 영국 필름·방송 아카데미 어워드(BAFTA) 인터렉티비티(Interactivity) 분야의 수상작 <코스트(Coast)>를 보면, BBC가 열린대학과의 파트너십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영국의 해안선을 따라 가며 그 지역의 문화 사회사, 자연사, 생태계, 건축물, 환경의 변화에 이르는 가능한 모든 이야기를 끄집어낸 코스트는 열린대학이 각 학문분야의 전문가 팀을 동원해 만들어낸 열린대학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대학이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얻어지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적 효과는 프로그램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 남부 해안에 설치된 거대한 석조 음파 거울(Sound mirror)을 과거 세계 1차 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치열했던 조기 경보 기술 경쟁의 흔적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활용 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음향학적 분석과 함께 프로펠러 비행기를 띄워 소리를 측정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도버 해협을 넘어 날아오는 적기가 눈에 보이기 훨씬 전부터 음파 거울에 집적된 소리만으로 비행기가 날아오는 방향과 거리 등이 완벽히 측정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 영국=배선경 통신원/ LSE(런던정경대) 문화사회학 석사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듯 해안지형을 따라 생겨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관찰과 추적, 실험과 탐험의 재미까지 더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교육 다큐멘터리 분야의 세계적 브랜드인 BBC를 통해 제작되고 방영되었다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열린대학이 공동제작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방대한 이야기들이 한 곳을 향해 모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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