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프랑스의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는 좋지 않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가장 대립하고 있는 매체는 <누벨 옵세르바퉤르>의 인터넷 사이트이다.
주간지인 본사 잡지가 담지 못하는 실시간 기사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는 지난 2월 6일 당시 재혼을 앞둔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부인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뜻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해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날인 2월 7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사이트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누벨…>측은 소송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변호사와 언론인들의 대담을 사이트에 게재하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또 사르코지에 비판적인 주간지 <꾸리에 앵떼르나쇼날(Courrier International)>은 ‘마드리드의 견해, 사르코지는 중병’이라는 기사 제목을 지난 2월 21일자 표지에 실었다. 이 주간지는 세계 각국의 기사들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게재하는 잡지로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몽드의 자회사다. 또 같은호에서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의 기사 4개를 번역, 게재했는데 모두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꾸리에…>은 파리의 지하철과 버스에 ‘중병’이라는 말이 담긴 잡지 광고를 부착하려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광고 수주를 담당하는 파리교통공사(RATP)의 메트로버스(Metrobus)가 이 표제가 기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광고를 거부한 것이다. 실제로 기사 자체에 동일한 표현은 없었다.

 여타의 언론들에 비해 이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역시 <누벨…>의 인터넷판이다. <누벨…>은 메트로버스의 거부에 대한 <꾸리에 …> 기자조합의 반대를 자세히 다뤘다.
2월 29일자 <누벨…> 사이트는 릴레이(Relay)가 <꾸리에… >을 배포하면서 문제의 표제어가 보이지 않도록 1면을 새로 만들어 덧붙였다고 전했다. <아쉣뜨 필라파치> 기자조합은 릴레이의 표지 가리기는 ‘검열’의 한 형태이며 권력남용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 국민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 염증을 느끼는 모습이다. 2월 29일 <르피가로(Le Figaro)>에 따르면, 57%의 프랑스 국민들은 언론이 사르코지 대통령에 관한 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이번 조사에서 중점이 된 사항은 지난 달 23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파리 농업박람회에서 한 방문자에게 “꺼져, 이 멍청아!”라고 말한 사건에 관한 국민들의 반응이었다. 78%의 프랑스인들은 이 사건이 아무런 정치적 의미가 없는 사건이며, 언론이 ‘본질적인 것보다는 부수적인 일’에 집착하는 것으로 냉정히 평가하고 있었다.언론에는 대통령을 비판할 권리가 있고 그 비판이 방해받을 때 그것은 검열의 또 다른 형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꼬투리 잡는 모습이 독자들에게서도 외면받으리란 것 역시 분명하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