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아는 매카시즘적 선동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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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언론의 정도(正道)를 말하기 힘든 시대다. 국내언론에서 ‘언론보도의 객관성’이란 가치는 이미 오래 전에 난도질당했다. 반드시 전달해야 할 ‘사실’은 배제하고, ‘주장’이 사실로 둔갑한다. 여당 정치인의 무서운 좌파 운운하는 ‘선동’은 ‘사실’로 보도되며, 그 핏빛서린 ‘선동’이 가져올 문제적 사실들은 외면한다.

오늘 자(3월 12일) 동아일보의 방송통신위 첫 업무보고서 관련 다음의 기사내용을 보자.

▲ 동아일보 3면 “공영 - 민영 방송구조와 경영현황 적정성 재검토” - 방송통신위 첫 업무보고서 뭘 담았나 ⓒ동아일보

“특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일부 방송 프로그램과 함께 업무 보고에 명시적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편향된 좌파이념의 확성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온 일부 공영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이 기사가 전달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주장’이다. ‘주장’ 중에서도 가장 저질스런 ‘매카시즘적 선동’이다. 언론이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 지, 최근의 동아일보는 지면을 통해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동아일보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받아쓰기 100점, 비판은 몇 점?”이라는 자성적 목소리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좌파정권’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아무런 고민없이 지면에 옮기는 동아일보의 행태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공정한 비판을 견지해왔던 공영방송에 대해 ‘편향된 좌파이념의 확성기’라는 무책임한 명예훼손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 기사가 작성된 경위를 알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 기사가 다음의 두가지 악의적인 의도만은 분명히 깔고 있다고 본다.

그 첫 번째 의도는 같은 날짜 동아일보의 “DJ-盧 추종세력 사퇴해야”(2면 종합)에 옮겨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즉, 최근 ‘강부자’, ‘고소영’ 그리고 ‘강금실’ 내각으로 풍자되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 난맥상 등으로 급격히 이반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발벗고 지지했던 그들이었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저하는 자신들의 구독률 저하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 듯 하다.

이미 화석화되어버린 이념적 갈등을 끄집어내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도모하고자 하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악의적 ‘선동’은 기사화할 수 있어도 이러한 ‘매카시즘 선동’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과 사회적 갈등은 안중에도 없다.

▲ 동아일보 1면 “공영방송 사회적 기대 못미쳐...”ⓒ동아일보
두 번째 의도는, “공영방송이 사회의 기대에 못미쳐...”(같은 날짜 1면) 등의 기사를 통해서 공영방송을 흠집내고, ‘공영방송 민영화’와 ‘신문의 방송 겸업’과 같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주요 방송정책 과제들을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정사실화한 듯 보도함으로써 동아일보사가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조속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취임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만만찮은 저항이 동아일보는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최근 향후 3년 동안 우리나라의 방송과 통신 정책을 좌우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공영방송의 정당하고도 필수적인 검증보도를 겨냥하지 않고 에둘러 공영방송 개혁을 외치는 이들의 의도는 가증스럽다.

하여 동아일보에게 묻는다. 사회의 감시견인 언론이 되고 싶은가? 권력의 충견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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