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우리는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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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수 없는 최시중씨 방통위원장 임명
  • PD저널
  • 승인 2008.03.2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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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오늘은 방송 민주화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 자리에 최시중씨를 임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 고문 중의 고문으로서 방통위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는데 전적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다.

그 동안 방송계와 언론시민단체가 최시중씨의 초대 방통위원장 임명에 절대 반대를 외쳐왔지만 결국 밀어 붙일 모양이다.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형님 공천'이라는 악재를 통해 민심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은 또 한 명의 '형님 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과연 지금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로 그 대통령인가?

최시중씨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 만해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강부자 내각 뺨치는 부동산 투기 의혹, 대선 직전 미국 대사에게 불법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유출한 의혹,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본인의 군복무시 탈영 의혹 등 크고 작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수많은 의혹은 의혹 그 자체로만 남았고 청문회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법적인 ‘부적합’판정을 받은 것이다. 대다수 방송현업인의 절대반대는 물론이거니와 한 여론조사에서는 방송학자의 70%가 최시중씨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답변했다.

더구나 최시중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투입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의 맡은 소임을 천명한 바 있다. 직무상 독립된 방송위원회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로 후퇴한 방송통신위원회에 ‘전천후 요격기’를 자임한 대통령후보의 고문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더 이상 어떤 결격사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제는 방송인이라면 그가 왜 부적합한 인물인지 다 알고 있다. 많은 시청자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를 무리하게 임명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무덤 파기다. 물론 무리수를 두더라도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으로 밀어 붙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쉽게 장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5년 전, 10년 전과 방송계는 너무도 많이 달라진 것이다. 누구도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듯이, 그 어떤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방송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순 없다.

일각에서는 최시중씨 임명 강행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방송계와 언론 운동 진영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얼마 전 그들은 최시중씨 임명에 계속 반대하는 언론운동 진영을 향해 한 줌 좌파의 기득권 유지 투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착각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가 비록 임기를 시작하더라도 방송인 10명 중 8,9명은 그를 마음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뻔히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결국 최시중씨 임명과 취임식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축하해 줄 수가 없다.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 순간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저항할 것이다. 분명 방송의 독립성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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