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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BBC iPlayer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다. 2003년 중반에 iMP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iPlayer, BBC라는 거대 방송사의 야심찬 계획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 같이 단순한 사람의 눈에는 새로울 것도 없는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에 영국 사람들이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02년 최고의 히트 드라마 <겨울연가>가 KBS 인터넷을 통해 최대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등 이미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서비스지 않은가?

2003년 개발을 시작해 2007년 12월 25일 첫 선을 보였으니 개발에만 4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 기간 동안 4번의 베타 테스트 기간을 거치고, 정부의 간접적인 허가까지 필요했다.
메인 화면에는 볼만한 추천 프로그램들이 중앙 가장 위에 배치되어 있고, 그 밑에는 최신 프로그램들, 가장 하단에는 재생 기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보인다. 왼편은 당일을 기준으로 7일 이전까지의 프로그램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날짜 별, 어린이/드라마/오락&코미디/다큐/음악/뉴스 등의 카테고리 별, BBC TV 채널 별, 혹은 A-Z 순으로 찾을 수 있다. 오른편에는 가장 인기 있는 10개의 프로그램이 순위별로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대형 포털이나 성공적인 동영상 포털이라면 당연히 활용하고 있는 아도베(Adobe)의 플래시 플레이어도 정식 서비스 개시 직전에 겨우 도입했다. 1만 60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부 홈페이지에 청원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윈도우 미디어를 고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신료 납부자를 대변하여 BBC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BBC Trust(BBC 경영위원회)에서 서비스 개시 전까지 ‘플랫폼 중립성’을 갖추도록 명령한 것이다.

다행히도 공식 서비스를 개시한지 3개월이 지난 iPlayer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iPlayer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급격이 증가하고 있고, 인터페이스도 동영상 시청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평가다. 평소 알려지지 않은 전문분야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4년이 투자된 프로젝트치고는 좀 허전하다.

4년의 개발 시간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iPlayer만으로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4년의 시간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수확은 영국민들에게 ‘BBC는 디지털에 생사를 걸었고,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심어준 것에 있을 것이다. iPlayer는 BBC가 장기 계획으로 발표한 ‘창조적 미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다.

BBC는 전국의 유료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과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BBC 웹페이지(iPlayer를 포함한)만은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BBC 콘텐츠를 iPlayer 뿐 아니라 유튜브(YouTube)나 기타 동영상 포털을 통해서도 서비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주요 방송사들의 동영상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BBC의 운영 구조도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대대적으로 개편작업 중이다. 모두 대규모 PR이 동원된 사업들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BBC의 공영적 기능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만이 살 길이고, 그것이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BBC는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한 평가는 2016년 새로운 칙허장(Royal Charter)을 통해 내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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