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미디어 교육 우리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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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도쿄에 위치한 민간방송 2개사가 시청자와 제작자가 직접 대면하는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 활동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의 이승엽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일본 최고의 강팀인 거인(巨人)전의 인기를 배경으로 2003년까지 10년 동안 골든타임과 프라임타임 등 방송 편성의 시간대를 막론하고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지켜온 니혼테레비는 ‘심야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은 어떻게 보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라는 테마로 중고생, 대학생, 보호자 등 시청자 24명을 초대, 니혼테레비의 프로듀서와 편성담당자 등 현장 제작자들과의 만남의 자리인 ‘닛테레포럼’을 3월 2일 도쿄 시오도메 니혼테레비 본사에서 마련했다. ‘닛테레포럼’은 올해로 9번째로 개최되는 것이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의 기관지인 <민간방송>의 취재에 의하면 토론은 시청자 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청소년의 정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서 의견 교환이 있었으며, 포럼에 직접 참가한 청소년 학생들로부터 ‘심야 프로그램의 시청으로 인해 생활의 리듬이 깨진다’는 의견이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심야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해서 비행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심야 프로그램에는 저속한 표현이 많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한편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청자들의 평가와 질문 공세는 제작진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스크린에 비친 잔인한 출혈 장면이나 어느 정도 면죄부를 주고 있는 심야 시간대의 지나친 표현 등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부담과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제작자들은 ‘약간 무리를 해가면서라도 (내용상의 흐름을 위해서) 잔인한 장면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표현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의 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닛테레포럼’ 취재 기사를 통해서 ‘심야 시간대는 어린이들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 골든타임 시간대와는 다르다. 어린이들과는 달리 중고생들의 행동에 프로그램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는 현장 프로듀서의 속내를 슬쩍 내비치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보도프로그램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테레비아사히는 올해부터 도쿄대학과 공동으로 미디어 읽기능력에 대한 공동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롯본프로젝트’ 라고 하는 프로젝트명으로 지금까지의 테레비아사히의 미디어 읽기능력 활동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며, 나아가서는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구체적인 활동의 내용과 목적,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발표하는 세미나가 도쿄대학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2003년부터 테레비아사히가 실시해 온 ‘관내견학’이나 ‘외부교육활동’,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텔레비전교실’ 등의 활동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프로젝트는 2009년까지 3년간 실시하며, 미디어 읽기능력을 위한 도구나 교재의 개발을 위한 활동에도 전념을 다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일본민간방송연맹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로컬 방송사와 시청자들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뤄왔다. 이에 전국 네트워크 체제로 인한 파급효과가 큰 재경 민간 방송사와 시청자들을 연결하는 무언가에 고심하고 있었던 방송계와 학계에 이번 프로젝트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점점 과감해지고 있는 한국 방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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