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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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①

TV를 중심으로 한  영상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아동, 청소년 및 성인들에게 필요한 TV 등 영상미디어에 관한 다양한 지식은 미국 등 서구에서 미디어 교육(media literacy)으로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PD저널에서는 고승우 언론학 박사의 연재글을 통해 청소년과 성인 등 두 분야로 나눠 TV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TV 활용방법 등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우리 사회의 청소년 폭력이 심각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그 가운데 미디어의 영향도 무관치 않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폭력물, 조폭 영화 등이 TV에서 흔히 방영된다.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영상매체 속에서의 폭력은 나날이 그 묘사 기법이 발달한다.

그것은 매우 자극적인데 주인공과 영웅의 폭력은 미화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폭력을 주제로 한 영상매체가 카타르시스 효과를 통해 청소년의 폭력성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폭력 모방효과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쪽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학자들의 연구마다 그 결과가 달라서 딱 부러진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폭력 영상물에 대한 창작의 자유를 침해치 않는 선을 지키면서 청소년 폭력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듯하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TV 시청이나 컴퓨터 이용 버릇은 어른까지 간다. 부모의 TV 보는 모습, 자녀에게 TV 시청을 하도록 하는 방식 등에 의해 아동의 TV 시청 버릇이 굳어진다. 머릿속이 백지 상태인 젖 먹이 때 TV를 보는 습관은 몸에 베어버린다. 웬만한 자극이 없으면 고쳐지지 않는다.

철들기 전에 본 TV의 이미지는 무의식 속에 프린트 되어 평생을 간다. 젖 먹이 때의 두뇌 발달이 사람의 생애 가운데 가장 왕성하다. 그런 시기에 본 TV의 인상은 한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서 뇌리에 새겨진 TV 이미지는 생산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것일 때 평생 그 짐을 지고 간다. 유치원에 갈만한 나이에 TV를 통해 괴물 영화나 괴수 영화, 귀신 영화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할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그 공포에 짓눌린다. 예를 들어 식인 상어를 다룬 ‘조스’라는 영화를 본 아동은 그 후 물속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례가 있다. 물속에서 상어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 때문이었다. 그런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아 수영 공포로 연결되기도 한다.

젖먹이부터 십대 중반까지 TV, 인터넷 등 대중 미디어에 대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갓 태어나서 유치원에 취학하기 이전까지 자녀의 양육은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이 시기의 아동 성장은 평생을 좌우한다. 아동의 두뇌 발달, 감수성 등이 이 시기에 그 뿌리가 형성된다.

인생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발육 시기에 TV 등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부모가 적절히 보살피지 않으면 어린 자녀는 심대한 피해를 입는다. 두뇌 발달이 저해되거나 감수성에 이상이 생긴다. 심각한 것은 이런 피해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입는 피해는 아이가 자기표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파악하기 쉽지 않다. 부모도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 뿌리가 깊어진다.
유엔의 아동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르면 아동과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다. 이 협약은 1989년 유엔이 채택하고 우리나라도 1991년 비준했다.

현실적으로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기 전의 아동이 가정에서 TV나 인터넷을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보호와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녀가 잘못되었을 때의 비극에 대해 사회적 책임이나 그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동과 청소년이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 건전하게 성장할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방송통신행정도 아동과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미디어 행정을 펴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정보 강국이라 하지만 TV 방송과 인터넷 기업들의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책임의식은 매우 후진적이다. TV의 경우 프로그램 등급제를 수년전부터 시행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제도가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각 가정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일의 주인공인 아동과 청소년을 유해한 프로와 콘텐츠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서비스 정신은 거의 백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사 등은 방송 프로와 인터넷 콘텐츠를 생산 공급할 줄은 알지만 그에 대한 사후관리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다. 공영방송도 상업방송과 마찬가지다. 방송행정 당국, 교육계 또한 무감각하다. 가정에서 아동이 TV를 건전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노력이나 사후 관리, 책임의식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부모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미루고 있으며 그 결과 대다수 아동 청소년은 막대한 피해를 당하고도 결국 개인적인 피해나 불이익으로 그친다. 사회나 국가의 연대 책임 의식이 없다. 외국의 소아과 의사들은 만 2살 미만 아동의 TV 시청은 아예 금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캠페인을 열심히 벌이고 있다. 영아, 유아의 TV 시청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TV와 인터넷의 폐해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할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갓 태어난 뒤 성장해서 유치원, 초등학교에 진학하지만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이 TV로 입는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입은 피해는 성장과정 또는 성인이 된 뒤에 본인 또는 가족, 직장, 사회 공동체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과도한 TV 시청은 유아의 두뇌 발달과 건전한 정서 발달을 저해한다. 성장 과정의 청소년들이 휘두르는 뚜렷한 이유 없는 폭력 행사, 불안감과 불면증 등으로 인한 가정의 행복 파괴나 반사회적 일탈행위 증대 등은 매우 심각하다. 어렸을 때 예방했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우리 사회가 더욱 정보화 되면서 매년 그 액수가 더 커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한 손실이 엄청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방송과 인터넷 등 정보미디어의 폐해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모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TV와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을 없애거나 멀리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아동과 청소년이 부모의 무관심과 TV 방송사나 인터넷 기업의 무책임한 영업행위 속에 병들지 않도록 할 책무는 모두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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