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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프로그램에 PD는 어디 갔나?

 이번 호 PD저널(11면)에 “선거방송에 ‘PD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라는 글이 실렸다. 민언련 김언경 협동사무처장이 기고한 글이다. 최근 선거 관련 프로그램에서 PD저널리즘을 거의 볼 수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PD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반성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08총선미디어연대’가 지난 3월 한 달간 3차에 걸쳐 내 놓은 모니터 결과 분석은 방송 선거 보도가 매우 문제가 많다는 결론이다. “우리 언론의 선거보도는 그저 정당을 따라다니는 데 급급하거나,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두는 선정적 보도 선거보도를 할 뿐, 비판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몸 사리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 언론의 총선보도가 계속된다면 유권자는 지역주의에 의존해 투표하거나, 될 사람을 찍어주거나, 아니면 아예 투표에 무관심하거나 혐오감을 느껴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번 총선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문제 있는 인물들을 우르르 당선시킨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심판받지 않은 정책들을 밀어 붙이는 일이 벌어지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우려할 만한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 원로 지식인은 얼마 전 "지금 한국사회가 일당 체제로 가고 있다. 이것은 독재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일당 독재에 대한 견제력이 없어지면 가공할 만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일요일 밤 KBS 심야토론에 출연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발언은 이런 우려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지난 대선을 통해 대운하에 대해서 검증과 심판을 받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또 이번 총선에서 꼭 이슈가 돼야하는가?”하고 말했다. 어이없는 발언이다. 대운하 문제가 지난 대선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지난 대선은 BBK 의혹이 너무 커서 온통 관심이 그곳에 가 있었지 않았던가? 한나라당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현재 대운하 관련 여론이 좋지 않자 그런 식으로 빠져 나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 문제를 회피한 채 안정 의석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안정 의석을 얻으면 뭘 어떻게 할까? 한반도 대운하, 영어 몰입 교육, 국가기간방송법, 신문방송 겸영, 공영방송 민영화 등의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려 하지 않을까? 지난 번 심의원의 발언처럼 “총선에서 민의를 확인했지 않은가?”라고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PD들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PD저널리즘 정신을 되돌아 봐야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각 당의 정책과 인물을 검증하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투표율 제고하는 프로그램이나 스파트 제작에도 더 창의성 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보다 깊은 책무 의식을 느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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